K리그 사상 최초의 플레잉 감독, 현역 인생 마지막에 받아든 가장 혹독한 선택, 하지만 수원을 위해 염기훈은 그 독이 든 성배를 기꺼이 받아들었다. 

수원 삼성은 지난 25일 김병수 감독을 경질하고 플레잉 코치 염기훈을 감독대행으로 앉히는 선택을 했다. 이제 염기훈은 30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펼쳐지는 하나원큐 K리그1 3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서 자신의 첫 지도자 인생을 감독대행으로 시작한다.

데뷔전을 사흘 남겨놓은 상황에서 염기훈은 자신의 SNS를 통해 출사표를 남겼다. 이 메시지에서 감독대행으로서의 첫 데뷔무대를 앞둔 염기훈의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었다. 마치 전쟁을 떠나기 전 장수가 남기는 마지막 메시지처럼 비장했고,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도 보였다.

먼저 팬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로 운을 띄운 염기훈 감독대행은 "수원에 있으면서 14년동안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경험했다. 모든 선택에 있어서 개인적인 욕심보다 수원이라는 팀을 더 크게 생각하고 결정했고 그 선택들을 후회한 적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 어느 때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었지만, 이 역시도 결국 나의 선택이다. 마음만 가지고는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결과가 후회스럽지않게 노력하고 간절히 해보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개인적인 커리어를 위해서 혹은 책임을 지는 것이 두려워 이 상황을 회피하고 도망가고 싶지 않았다. 저 뿐만이 아니라 수원을 사랑하는 선수.지도자 그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거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하며 수원을 사랑했기에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수원 프런트들의 방패막이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팬들에게도 한마디를 남겼다. 많은 팬들이 걱정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이야기한 염 감독대행은 "지지자들,선수들,코칭스탭,구단 모두 걱정에 대한 마음과 수원이라는 팀을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다. 그 마음들이 하나로 모이면 그 어떤팀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매년 힘든 수원이 벼랑끝에서 기적처럼 살아날 수 있었던 건 정말 염치없지만 경기내내 응원해주시는 지지자분들 덕분이었다."라고 이야기하며 "끝이 날때까지 수원이라는 팀 구성원들에게 응원의 소리와 응원의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겠다."라고 이야기하며 팬들의 지지를 부탁했다.

2007년부터 시작되어 돌고돌아 2010년에 이어진 수원과의 인연, 중동의 거액제안도, 단년 계약기간과 연봉 삭감의 시련도, 수원이라는 이름으로 견뎌냈던 염기훈,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팀, 위기에 빠진 수원을 위해 마에스트로의 지휘봉을 휘두른다. 그가 보여주었던 셀레브레이션 처럼 염기훈의 지휘봉은 마법의 지휘봉이 될 수 있을까.


<염기훈 감독대행이 팬들에게 남긴 메시지>

안녕하세요 염기훈 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인사드리게되어
정말 죄송합니다.
모든분들께서 이번시즌 저희의 좋지않은 성적에도
한결같이 응원해주셨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수원에 있으면서 14년동안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경험해왔습니다.
그 모든 선택에 있어서 저는 저 개인적인 욕심보다
수원이라는 팀을 더 크게 생각하고 결정해온것같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들은 한번도 후회한적이 없습니다.
후회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이번 저의 대행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어느때보다 큰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었지만 이 역시도 결국 저의 선택입니다. 

마음만 가지고는 할수없는 일들이 있다는거 알지만 그동안 해왔듯이 결과가 후회스럽지않게 노력하고 간절히 해보겠습니다.

많은분들이 걱정하시는 부분 너무 잘 알고있습니다. 경험이 없는 저에 대한 걱정부터 저를 아끼시는 마음의 걱정. 완벽한 해결책이 아닌 이 팀의 미래에 대한 걱정까지 하지만 저는 지지자들,선수들,코칭스탭,구단 모두 그 걱정에 대한 마음과 수원이라는 팀을 사랑하는 마음의 크기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마음들이 하나로 모이면 그 어떤팀보다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걱정하시고 분노하시는 그 순간에도 저희 선수들은 땀흘리며 매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분들의 마음을 가슴에 새기며 끝까지 어떻게든 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내 팀이 강등되는것이 용납되지않을 선수들과 코칭스탭이 밤낮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것 선수들보다 이팀을 더 오랜시간 사랑했을 지지자분들을 지켜보며 제 개인적인 커리어를 위해서 혹은 책임을 지는것이 두려워 이 상황을 회피하고 도망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수원을 사랑하는 선수.지도자 그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매년 힘든 수원이 벼랑끝에서 기적처럼 살아날 수 있었던건 정말 염치없지만 경기내내 선수들만큼 같이 뛰어주고 소리쳐 응원해주시는 지지자분들 덕분이었다는건 누구도 부정할수없고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아직 끝나지않은 저희팀을 위해서 늘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래와 주셨듯이 너무 죄송하지만 끝이 날때까지 현장에 있는 스스로 결국 해내야하는 저희 선수들에게 저희 수원이라는 팀 구성원들에게 응원의 소리와 응원의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팀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선수들과 이 팀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후회하지않는 선택이 될수 있게 남은시간 더더더 간절하게
죽을 힘을 다해보겠습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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