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은 최근 득점과 도움 등 수치화 된 데이터 이외에 숨겨진 축구의 매력을 찾기 위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패킹이다. 

패킹지수는 패스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패스 하나가 동료에게 도달했을 때, 그 패스로 제친 상대 선수의 수를 의미한다. 패킹(패스)지수 상위권에 수비수들의 이름이 많은 이유다. 

수비수들은 앞선의 선수들에 비해 중장거리 패스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먼 거리일수록 상대적으로 많은 선수를 제친다. 패킹(패스)지수는 이렇게 다양한 관점에서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K리그 패킹지수는 총 패킹 숫자를 기준으로 랭킹을 매긴다.

K리그는 월별로 이 패킹지수를 집계하는데 7월에는 ‘기동타격대’의 질주를 이끌던 그랜트가 눈부셨다. 7월 한 달간 누적된 K리그1 패킹(패스) 데이터에 따르면 포항 수비수 그랜트의 전진 플레이가 두드러졌다. 

그랜트는 7월 열린 K리그1 5경기에 나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328회 패스를 시도해 497명의 선수를 제치는 효과를 봤다. 경기당 평균 패킹은 1.52였다. 후방에서부터 시작되는 효과적인 공격으로 포항은 현재 K리그1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랜트가 선두에 오른 가운데 광주의 티모와 서울의 오스마르 역시 패스 효율성이 높은 선수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티모는 337개의 패스로 462명을 제쳤다. 오스마르는 339개의 패스에 성공했다. 이 패스로 422명을 제쳤다. 이들의 뒤를 이어 이용(수원FC, 패킹 413)과 기성용(서울, 패킹 392)이 ‘TOP 5’에 들었다.

패킹 뿐만 아니라 그랜트는 본업인 수비수답지 않게 그라운드 전체에 영향력을 끼친다. 골대 끝에서 끝까지 자유롭게 누빈다. 라인을 끌어올려 상대를 압박하고 역습을 지원하는 빌드업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코너킥이나 프리킥 등 정지 상황에서는 직접 상대 박스 안으로 침투해 골을 노리기도 한다. 7월에는 두 골이나 넣었다. 두 골 모두 팀의 코너킥 상황을 헤더로 마무리한 것이었다.

그랜트의 전진 플레이는 활동 구간과 패스 길이에서 모두 두드러졌다. 활동 구간으로 보면 미드필드 지역에서 패킹 1위(패킹 364)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올라 서서 팀을 지원했다. 수비 지역에서는 패킹 2위(패킹 119)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것은 수비 지역 패킹 1위가 동료 수비수인 박승욱(패킹 121)이라는 점이다. 후방에서부터 전방까지 뻗어나가는 포항의 역습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패스 길이로는 중장거리에서 강점을 보였다. 그랜트는 장거리 패스(30m 이상)에서 패킹 1위를 차지했다. 45개의 패스에 성공해 166명을 제치는 효과를 봤다. 중거리 패스(15m~30m)에서는 오스마르에 이어 패킹 2위(패킹 205)를 기록했다. 수비 지역 또는 중원에서 전방으로 보내는 그랜트의 패스가 그만큼 높은 정확성을 자랑한다는 의미다.


모두가 그랜트를 주목할 때 눈에 띄는 이름은 또 있다. 바로 서울의 기성용이다. 패킹 전체 5위에 오른 기성용은 특히 파이널 서드(공격 지역)에서 패스 효율성이 가장 높은 선수였다. 기성용이 공격 지역에서 성공한 패스는 59개였다. 이 패스로 자그마치 109명의 선수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용은 주로 미드필드 후방과 수비 지역에 머무는 선수다. 그가 공격 지역에 진입한 것 자체로 상대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 정확한 패스까지 더해 상대를 흔들었다는 뜻이다.

공격 지역 랭킹에 서울 선수들이 다수 포진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기성용 외에 오스마르(공격 지역 패킹 82)와 팔로세비치(공격 지역 패킹 77)가 3,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라인을 올려 상대를 압박하고 패스로 풀어가는 ‘익수볼’의 효율성을 높인 이들이다. 

한편, K리그2에서는 부천의 미드필더 카즈가 패킹지수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카즈는 7월 한 달간 팀이 치른 5경기에 모두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많은 활동량과 정확한 패스로 세밀한 플레이를 지원하는 그는 패스 효율성에서도 최고였다. 카즈가 성공한 패스는 모두 276개. 이 패스로 424명을 제쳤다. 특히 미드필드 지역에서 최고의 효율성(패킹 289)을 보였고 공격 지역에서도 랭킹 2위(패킹 64)로 강세를 보였다. 카즈의 패스는 전방에서 특히 위력적이었던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전체 2위는 경남 센터백 이강희(패킹 408)였다. 수원 시절부터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겸하던 선수인 만큼 전방 압박과 패스 등 공격 지원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원에서 이강희를 임대한 경남은 지난 7월 완전히 이적시키며 승격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카즈와 이강희에 이어 이상민(성남, 패킹 400), 원두재(김천, 패킹 383), 박재환(경남, 패킹 346)이 전체 ‘TOP 5’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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