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한국시간) LPGA투어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이 펼쳐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 클럽, 1번 홀 티 박스에 오른 선수의 표정이 보였다. 아침 시간이라 모두들 졸린 눈을 비비며 들어왔지만, 한 선수의 눈빛은 비장하고 때론 처절해보였다. 바로 고진영이었다.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고진영은 상금 15만 달러(약 20억 원)의 주인공이 되었다. 2021 올해의 선수라는 타이틀은 덤이었다. 이 티뷰론 골프 클럽은 고진영에게 있어 골프의 여왕이라는 자리를 물려받는 대관식 같은 무대였다.

하지만, 2022년 그는 권좌에서 내려와 만신창이의 몸과 마음으로 다시 도전자의 신분이 되었다. 손목에 말을 듣지 않았고, 몸이 아프니 자연스럽게 마음의 상처를 입고 말았다. 올 시즌을 조기에 마무리하느냐 아니면 계속 이어나가느냐 기로에 서 있던 고진영은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본인의 의지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온 미국, 첫 대회였던 펠리컨 챔피언십에서 그는 컷 탈락의 수모를 한번 더 당했다. 그리고 이제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자신의 혼이 담긴 티샷을 날렸다. 1라운드 성적은 이븐파 공동 35위, 아직까지 상위권 도약의 희망은 있다.

밤늦게까지 밥도 걸러가며 연습에 매진하는 고진영이 안쓰러워 현장을 취재하던 사진기자가 그에게 떡볶이와 한국 음식을을 챙겨줬을 정도로 그는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은 2022 LPGA를 마무리하는 축제일지 몰라도 그에겐 슬럼프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무대인 CME 글로브 챔피언십 현장에서 고진영을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1라운드 소감에 대해 "오늘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중간에 힘들게 경기한 것 같고, 후반에도 쉽지는 않았는데 퍼팅이 생각했던 대로 안되어 아쉽지만, 마지막 세 홀에서 두타를 줄였고 이븐파로 마무리 했기 때문에 남은 3일 잘 마무리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그의 대관식을 기억하느냐는 물음이 이어졌다. 고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2년 연속 우승이었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아있고, 마지막 홀에서 시상식까지의 모습 기억이 나고 그때의 기분도 생각이 나고 정말 기분좋게 만들어준 장소인 것 같다. 시즌 최종전에서 두 번이나 우승을 했고, 여러가지 상을 받았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고, 남은 3일도 기대가 된다. 최대한 아프지 않게 경기한 것이 중요한 것 같다."라고 떠올렸다.

고진영은 자신의 슬럼프를 탈추하는 방법을 '초심'에서 찾았다. 그는 "루키 때의 마음으로 돌아간 것 같다. 2018년에 루키 첫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마무리는 좋지 않았는데 그런 느낌이었고, 그때 이 대회를 마치자마자  2~3주 정도 여기에서 더 머물면서 코치님과 함께 숏게임을 했었다. 올해에도 루키의 느낌으로 내년을 잘 준비해야할 것 같고, 그때만큼 간절하다."라고 설명했다.

남은 라운드 계획에 대해 "원래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가 싶을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었고 내일 예보를 보니 내일도 많이 바람이 있더러 그런 부분들을 잘 다스려야할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고진영은 팬들에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는 것 알고 있고, 최선을 다해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제 저녁에 기자님이 먹을 것을 챙겨주신 덕분에 잘 먹고 잘 플레이할 수 있었다.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간절한 마음으로 갖고 혹독한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고진영, 과연 그 혹독함의 끝은 우승이라는 달콤한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해 볼 일이다.

사진=미국 플로리다 홍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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