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못 다 이룬 프로골퍼, 그리고 세계 무대의 꿈, 약 20년 뒤 딸이 드디어 숙원을 풀어줬다.

홍예은은 13일(한국시간) (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도던의 하이랜드 오크스GC 하이랜드 마시우드 코스(파72·6,685야드)에서 펼쳐진 2021 LPGA Q-스쿨 시리즈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네 개와 보기 세 개로 한타를 줄여 최종합계 13언더파로 말레이시아의 켈리 탄과 함께 공동 12위에 올랐다.

이로써 홍예은은 2022년 LPGA 진출권을 획득했으며, 상위 20인에게만 주어지는 풀시드 출전권도 획득해 2022년부터 모든 LPGA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홍예은의 아버지는 8-90년대 국내 골프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왔던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골퍼 홍태식씨, 그가 직접 클럽백을 들쳐메면서 키운 선수가 바로 딸인 홍예은이다. 2002년생으로 올해 나이 열 아홉에 불과하지만, 다른 선수보다 이른 17살에 프로 진출을 선언하며 자신의 진로를 빠르게 정했다.

이후 시메트라 투어와 JLPGA, KLPGA 등 다양한 대회에 출전해 경험을 쌓았지만, LPGA의 문턱에서 한발이 모자르며 큰 무대로의 진출이 계속해서 미뤄졌다. 그때마다 홍예은의 가족은 눈물을 삼키며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올 시즌에도 우승의 기회를 여러번 놓치며 Q-스쿨 시리즈에 통과해야만 LPGA 진출권을 딸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홍예은은 어린 나이임에도 침착하고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8라운드 긴 레이스를 무사히 소화해냈다.

8라운드 내내 홍태식씨는 딸의 곁에서 플레이를 지켜보며 조언을 해주기도 했고 어려운 순간마다 용기를 주며 끝까지 라운딩을 함께 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LPGA 진출이 확정된 순간 홍예은은 아버지와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꿈을 이룬 순간을 자축했다.



대회를 모두 마치고 몬스터짐 카메라 앞에 선 홍태식씨는 그동안 LPGA에 진출하기까지 어려웠던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딸 앞에서는 근엄하고 엄격한 캐디이자 코치였지만, 속에는 딸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열망과 딸에 대한 걱정이 앞선 영락없는 아버지였다.

홍태식씨는 인터뷰에서 딸에 대해 
"어려움을 뻔히 알았기 때문에, 딸의 손을 볼때마다 울었다. 여자 손에 굳은 살이 박히고 그래도 운동을 해야하니까 잘하게 만들려고 어떨 땐 나쁜 역할도 했기 때문에 아버지로서 미안한 마음이 많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애한테 좋은 길을 걷게 해주려고 했는데 골프가 너무 어려워서 정말 후회도 많이 했었다. 학교도 그만두게 만들면서 열 여섯에 미국을 왔는데 둘이서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었다. 딸도 한국에 돌아가길 원했다."라고 이야기하며 어린 나이에서부터 시작된 타지 생활의 설움에 대해 설명했다.

LPGA로 가는 과정도 험난했다. LPGA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경우 시드권이 생기지만, 그 문턱에서 번번히 좌절했다. 홍태식씨는 "Q스쿨을 오지 않기 위해서 시메트라 투어에서 잘하려고 했다. 우승을 세 번 놓쳤을 때 정말 많이 울었다. 한국에서 우는 것이 아니라 타지에서 둘이 우니까 많이 힘들었다. 엄마도 없고, 나 혼자 있다보니 엄마 역할까지 다해야 한 것이 힘들었다."라고 이야기하며 눈물로 얼룩졌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하지만,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는 상록수의 가사처럼 홍예은은 끝내 이겨내고 LPGA 출전권을 따냈다. 홍태식씨는 "그땐 어려웠지만, 지금은 내 딸이 정말 자랑스럽다. 더 발전할 것이고, 미국 무대에서 잘 적응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골프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도와주신 스폰서들과 코치들에게 감사드린다. 모든 것은 코치들과 스폰서들이 다 만들어주셨다. 메인스폰서인 CJ를 비롯해 협찬사들에게 감사한다. 우리가 잘나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겸손하고 멋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아버지로써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이야기하며 응원해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제 끝이 아닌 시작이다. 아버지가 그리던 꿈의 무대, 바로 그곳에서 홍예은 부녀의 스토리는 다시 시작될 것이다. 과연 그 스토리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써있을 지 2022년 홍예은 부녀의 골프 이야기는 다시 시작될 것이다.

사진,영상=미국 앨라배마 홍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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