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차라리 축구단을 해체하는 것이 낫지 않겠어요?"

최근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최근의 성적을 물어보면 이런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팬들이 강등도 아닌 오히려 해체를 언급하고 있는 팀,  바로 K리그1 12위에 있는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이야기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레알 수원이라는 수식어는 이미 케묵은 먼지 속에 방치된 지 오래다. 2008년 눈 내리던 날의 우승은 이미 녹아 없어진 지 오래다. 그렇게 수원이라는 프라이드는 옅어져 갔고, 2022년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2023년 8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나락으로 빠져갔다.

팬들은 이병근 감독에게 책임을 요구했고, 이병근 감독은 부임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옷을 벗었다. 하지만, 감독이 책임을 진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구단은 쇄신책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치뤄진 슈퍼매치는 수원팬들을 더욱 부끄럽게 만들었다.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 2023 8라운드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수원은 현격한 실력차이를 드러냈다. 최성용 감독대행은 새로운 전술과 선수 라인업으로 자신의 부임 첫 경기와 슈퍼매치 승리를 꿈꿨다.

초반에는 강한 압박으로 호기롭게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뿐이었고 서울의 공격이 매섭게 이어졌다. 결국 전반 37분 나상호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 그대로 조직력이 무너졌고, 후반 황의조에게 추가골을 허용한 이후에는 선수 수준의 차이를 보여주며 그대로 농락당했다.

후반 막판 득점 가뭄에 시달리던 뮬리치가 리그 마수걸이 골을 신고한 것이 자그마한 수확이라면 수확이었지만, '수원 강등'을 외치는 서울팬들 앞에서 수원팬들은 굴욕을 당한 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수원팬들의 패배의식이 극에 달했을 시점은 바로 팔로세비치의 세번째 골이 나온 후 였다. 득점 이후 서울팬들은 각자 준비한 걸개들을 들었다. 수원을 도발하는 걸개들이었지만, 수원팬들의 반응은 차분했다. 이미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실력차이를 절감한 절망감이 분노보다 더욱 컸던 것이다. 그렇게 수원은 아무런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또 패하고 말았다.

최성용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눈물의 호소를 했다. 선수들과 코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팬들에게 읍소했다. 하지만, 정작 팬들에게 사과를 하고 읍소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다. 그들은 여전히 소통을 외면하고 있는 듯 하다. 이미 모기업 내에서 스포츠단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구단 안팎으로 안좋은 소문들도 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이 바뀐다고 한들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제 구단은 결단을 내려야한다. 더 이상 자생이라는 말은 팬들에게 용납할 수 없다. 이미 자생이라는 뜻은 방치라는 단어로 변질된 지 오래다. 어떤 자생안을 내놓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필요하다.

지난 이병근 감독 경질문에서도 언급했던 뼈를 깎는 쇄신안이라는 애매모호한 말 보다는 모기업과 팬들, 그리고 선수들이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플랜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설사 강등에 직면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비전이 있다면 팬들도 납득할 것이다. 

말로만 뼈를 깎는 쇄신은 거짓말일 뿐이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 행동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올해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운영은 구단이 하는데 왜 부끄러움과 좌절감은 팬들이 느껴야 할까? 그 답은 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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