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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구미MMA 소속 UFC 파이터 최두호입니다. 지난 <파이터 스토리> 4편 [3연패 뒤 운동 포기할뻔…그리고 20연승 질주]에서 이어집니다.

그토록 기다린 프로 데뷔전이었지만 결코 특별한 기억은 없다. 감량이 크게 어렵지 않았고 경기에서도 약 1분 만에 암바로 쉽게 이겼다. M-1에서 치러진 두 번째 경기에서도 무난히 승리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데뷔 초기까지만 해도 타격보단 그라운드를 선호했다. 그만큼 그라운드 훈련을 많이 했다. 물론 지금에 비하면 실력이 부족했지만 자신이 있었다. 주짓수 경기에서도 나를 이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전두광 선수와 맞붙었던 기억도 난다. 4대 2로 이긴 상태에서 경기가 종료됐는데, 상대 측에서 마운트를 탄 시간이 부족했다고 항의해 판정이 번복됐다. 아솔이 형도 이겼었다. 이미 종합격투기에 집중하던 상황이었지만 경험 삼아 출전하곤 했다.

사실 지금도 여전히 그라운드가 좋다. 그러나 그래플러로 싸우기엔 세계적인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언제부터인가 타격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그라운드는 잘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일본만 가더라도 명함을 못 내미는 정도가 아니라 흰띠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그런 면에서 동현이 형이나 경호 형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난 그렇게 못 한다.

그렇게 2승을 올리고 세 번째 경기에서 첫 패배를 당했다. 지금까지 치른 12번의 경기 중 유일하게 기록된 패배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시 경기는 원래 패할 경기가 아니었다. 문제는 최악의 몸 상태였다.

당시 경기를 위해 10kg이나 감량을 했다. 그 과정에서 억울한 부분도 있었다. 분명 65kg으로 들었는데 현지에 가니 65.8kg으로 치러지는 경기가 아닌가. 사실 정말 억울한 일이고 항의할 만한 사안인데, 신인 시절이라 그런 것을 잘 몰랐다. 계체 전 800g을 더 뺐으니 물을 마셔도 된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고, 통과하고 나니 마냥 좋았다.

내 전적은 2승 무패, 상대인 카기야마 유스케는 9승 4패 1무를 기록 중인 선수로 경험이란 부분에서 나보다 월등히 앞섰다. 그러나 몸만 정상이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고, 한국이었다면 나의 판정승으로 선언됐을 수 있었을 정도로 팽팽한 대결이었다.

문제는 계체 이후 발생했다. 기쁜 마음에 장어와 삼겹살을 먹었는데, 곧바로 탈이 났다. 감량 직후 식사에선 기름기 있는 음식을 조심해야 하지만, 그때만 해도 사부님이나 나나 건강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다. 사실 꼭 먹어선 안 되는 음식까진 아니다. 허나 난 음식에 조금 민감한 편이다.

곧바로 화장실을 수없이 들락거리며 구토를 반복했고 정말 병에 걸린 병아리마냥 있다가 경기를 치렀다. 입장하기 직전까지도 구토를 했다. 10kg을 감량할 경우 계체 뒤 주어지는 24시간이라는 휴식시간 동안 7kg 정도 회복되지만, 경기 직전 저울에 오른 결과 고작 500g이 늘었더라. 그러니 어떻게 이기겠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나름 잘 하긴 했다. 1라운드 상대의 레슬링에 날아다니긴 했지만 주짓수 기술로 계속 서브미션을 걸고 그라운드에서도 잘 탈출했다. 2라운드에는 때리다가 죽는 줄 알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하마터면 케이지에 토할 뻔했다. 결과는 2:1 판정패. 레슬링에서 밀린 것이 패배 원인이었다. 경기 후에도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1시간 동안이나 변기를 붙들고 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너무 아쉬웠다. 제대로 된 상태로 싸우고 패했다면 미련이라도 없었을 텐데, 그때 몸 상태는 완전 엉망이었다. 그 경기 이후 15일 뒤 우스다 이쿠오와 붙었을 때를 떠올리면 아쉬움은 더 커진다. 레슬링 청소년 세계선수권 3위 출신의 파이터로 슈토 신인왕까지 먹었던 우스다의 태클을 전부 방어해냈다. 물론 그때도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으나 그 정도 몸 상태로 카기야마와 붙었으면 무조건 이겼을 것이라 생각한다. UFC 데뷔전을 앞드고 있는 지금은 하나의 추억이 됐지만 그 전까지는 항상 마음에 남아 있었다.

우스다와의 경기에서는 모두가 내가 질 것이라 했다. 당시 우스다는 일본의 기대주로 레슬링이 정말 강했다. 레슬링 만큼은 카와지리 타츠야에게도 안 밀렸다. 원래 우스다의 상대는 경호 형이었으나 부상을 입어 내가 대타로 들어가게 됐다. 몸 상태가 엉망인 상태로 경기를 치른 2주 뒤인지라 100% 상태도 아니었다. 일주일 동안은 체중이 돌아오지도 않았다. 당연히 제대로 준비를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2:1 판정으로 승리했다. 내 이름이 처음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첫 메이저대회 경기였지만 긴장은 전혀 안 됐다. 경기 직전 음악을 즐기고 내 영상을 보며 등장해 경기를 즐겼다. 돌이켜 보면, 긴장이 되기 시작한 시기는 오비야 노부히로를 이긴 뒤부터다. 오비야를 이기고 나니 'UFC에 갈 수 있겠네'라는 말이 나돌았다. 그때부턴 매 경기가 살얼음판으로 다가왔다. 어떻게든 계속 승리를 이어가야만 UFC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부담이 컸다. 5연승을 거둔 상태에서 지면 큰일 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우스다를 이기고 난 다음 오노 유이치로, 츠보이 아츠히로와 대결했을 땐 특별한 우여곡절 없이 무난히 이겼다. 그러나 다음 상대인 히라시 히사키와의 경기에선 땐 고생 좀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난 카네하라 마사히로와 대결이 잡혔다가 허리 부상 때문에 경기를 취소하고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경기가 갑자기 잡혔다. 일본 측에서 "상대가 농부며 그 지역에서 그냥 운동 조금 하고 나오는 선수다. 와서 편하게 경기하면 된다"고 말해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출전을 결정했다. 70kg 경기라 운동을 하지 않고도 여유있게 계체를 통과할 수 있었다. 이에 달리기조차 하지 않고 쉬다가 히로시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상대의 몸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와... 덩치도 크고 몸도 정말 좋았다. 사실 경기 중에도 좀 맞았다. '이게 뭐지?' 하는 생각만 들었다. 물론 아웃파이팅으로 무난히 이기긴 했지만 운동을 하지 않고 링에 올라 많이 힘들었다. 놀란 마음에 경기 후 전적을 찾아보니 전적이 18전(10승 4패 4무)이나 되는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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