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를 두 마무리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새어나오는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비록 박정아의 이적으로 전력에 공백이 생겼지만, 미들블로커 두 명을 얻었다.

한국도로공사는 10일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2023~2024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고교 최대어인 한봄고의 김세빈을 지명했다. 

김철수-김남순 둘째 딸로 배구인 집안을 자랑하고 있는 김세빈은 한봄고 재학 시절 9차례나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었고, 연령별 유스 대표팀에도 빠지지 않고 포함되어 드래프트 이전부터 최대어로서 관심을 받아왔다. 

모든 감독들이 1순위에 뽑힌다면 모두 김세빈을 택하겠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로 김세빈은 그야말로 이번 드래프트의 '핵심'이자 '최대어'였고, 도로공사가 김세빈을 가져가게 되었다.

본 지명 이전에 진행된 운명의 구슬뽑기에서 첫 번째로 나온 공은 검정색이었다. 검정색 공은 AI 페퍼스, 하지만 1순위 지명순서에서 나온 감독은 도로공사의 김종민 감독이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 이야기는 5개월 전인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I페퍼스는 한국도로공사에서 뛰던 박정아를 FA로 영입했다. 올 시즌 FA 이적시장에서 벌어진 지각변동이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김종민 감독과 도로공사의 수심은 깊어갔다. 하지만, 일주일 후 두 구단의 처지는 완전히 반전된다.

박정아를 내준 도로공사는 AI페퍼스에서 보호선수 6인을 제외한 선수 중 한명을 데려갈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그 명단에는 지난해 한국도로공사에서 이적한 세터 이고은의 이름이 없었다. 도로공사는 지체없이 이고은을 지명했고, AI페퍼스는 졸지에 날벼락을 맞게 되었다.

도로공사는 이고은을 다시 AI페퍼스로 내주는 대신 미들블로커 최가은과 23-24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요구했고, AI페퍼스가 이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트레이드가 이뤄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도로공사는 박정아를 내주게 되었지만, 미들 블로커 한 명과 고교 최대어를 얻게 되었다.

김종민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물론 (박)정아가 우리에 있으면 좋았었겠지만, 이적하게 되어 아쉽다. 다만 가면서 좋은 선물을 준 것 같아서 대표팀 경기를 마치게 된다면 밥을 사야겠다."라고 웃어보였다.

아직 김세빈은 성장판이 열려있다. 프로필 상의 키는 187cm 이지만 더 키가 클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 장신으로서 도로공사에 큰 힘이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김종민 감독은 이에 대해 "세빈이의 경우 고등학교 시합을 다니면서 몇번 봤다. 미들블로커에 물론 최가은이 있지만 높이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적합한 선수라고 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
팀을 운영하면서 항상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은 블로킹이나 높이가 좋아야 수비를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고민을 좀 많이 했었는데 현재로서는 만족스럽다. 체력만 된다면 잘하든 못하든 기회를 줄 생각이다."라고 이야기하며 충분히 선배들과 함께 주전경쟁을 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로공사와 김종민 감독의 전화위복, 과연 올 시즌 연속 우승을 향해가는 도로공사에 이 이적사가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사진=KOVO 제공

제품 랭킹 TOP 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