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었던 경기, 후반 추가시간 펼쳐졌던 난투극, 이 소용돌이에 고승범은 제대로 휘말리고 말았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3 37라운드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 후반 18분 바사니의 왼발 선제골에 힘입어 1대0 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수원은 8승 8무 21패 승점 32점으로 이날 강원에 패한 수원FC와 동률을 이뤘다. 10위 강원과는 승점 1점 차이로 다이렉트 강등의 운명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결정나게 되었다.

어쩌면 다시는 볼 수 없을 지도 모를 슈퍼매치였기에 양 팀 선수들은 처절하게 맞붙었고, 그만큼 거칠었다. 특히 수원이 1대0으로 앞서가고 있던 후반 43분부터 양팀의 격전은 몸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오스마르가 드리블 돌파를 하는 김주찬에게 거친 백태클을 가했고, 오스마르는 VAR 끝에 다이렉트로 퇴장 당했다.

하지만, 이것은 난투극의 서막에 불과했다. 후반 추가시간, 전진우와 기성용이 경합을 하던 도중 서로 맞부딪혔다. 기성용은 전진우를 밀어쓰러뜨렸고, 수원 선수단이 기성용에 반발하며 항의했다. 

이후 상황이 일단락되는 듯 하였으나 팔로세비치와 이상민이 충돌한 상황에서 고승범이 이 둘을 말리러 다가왔고, 이윽고 양팀 선수단이 몰려나와 난투극을 벌였다. 여기에서 서울 스태프 한명이 고승범에게 주먹을 날렸다. 이후 VAR 판독 끝에 해당 스태프는 퇴장당했지만, 고승범에게는 날벼락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버스에 오르는 고승범에게 해당 상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고승범은 몸은 괜찮냐는 기자의 물음에 "몸 보다는 마음이 좋지 않다. 선수생활하면서 처음으로 주먹을 맞아봤다."라고 이야기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상민이와 팔로세비치가 싸우고 있길래 말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양 선수단이 몰려와서 경황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주먹이 날아오고 머리가 잡혔다. 그것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 보였지만, 경고를 받을까봐 참았지만, 정말 어이가 없었다. 내가 왜 맞아야 하는지, 머리를 잡혀야 하는지 당황스러웠다."라고 참담한 심경을 내비쳤다.

피해를 입은 것은 고승범이었지만, 본인보다 가족들이 느꼈을 걱정과 불안에 씁쓸해하는 모습이었다. 고승범은 "지금 영상으로도 많이 나온 것 같다. 그 장면들이 가족들이 가장 마음 아파하는 것 같고, 마음이 안 좋은 걸 보면 나 역시 마음이 안 좋아지고 그렇다. 선수들끼리도 누가 때렸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는데 정신이 없어서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서울의 김진규 감독대행은 "아이들도 보는 경기에서 흥분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난투극이 일어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에 고승범은 "팔로세비치와 1대1로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밖에서 와서 말리는 것도 아니고 때리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맞은 아픔보다 슈퍼매치 승리에 대한 기쁨도 있었다. 고승범은 "서울에게 3패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번 경기가 진짜 그 어느 경기보다도 제일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에 서울을 이겼다기보다 희망을 살려갈 수 있다는 것이 크다."라고 이번 승리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서 승리의 요인에 대해서는 "지금 상황에서 이렇게 처절하게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몸을 사릴 상황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고, 모든 선수들이 다 그렇게 했다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11명의 선수가 다 이렇게 했기 때문에 무실점으로 1대0이라는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제 수원은 강원과 마지막 단두대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고승범의 각오는 남다르다. 고승범은 강원전 각오에 대해 "진
짜 뭘 재고 그럴 경우의 수도 없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진짜 처절하게 준비할 것이고 그 한 경기를 위해 앞만 보고 계속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압박감 속에서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고 그 상황을 또 이겨낼 것이다."라고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버스에 올랐다.

사진=몬스터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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