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퍼거슨과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맞붙는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게 빠졌다. 코너 맥그리거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라이트급 타이틀에 대한 처분이 여전히 모호한 상태이기 때문. 여전히 제대로 된(?) 벨트를 받지 못한 퍼거슨은 결국 "진짜 벨트는 어디 있느냐"면서 분노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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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싸우는 이 벨트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여전히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제가 챔피언이 아니라는 소릴까요? 물론 맥그리거와 관련된 중요한 비즈니즈가 있겠죠. 저도 압니다. 하지만 결국 그건 제 가족과는 하등 관계없는 일이잖아요. 이 판이 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건 맥그리거가 아닙니다. 제가 종결자고, 제가 팬들을 기쁘게 만들어주는 파이터입니다." (토니 퍼거슨)

[스포츠아시아=조형규 기자] UFC의 '진짜' 라이트급 타이틀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UFC 라이트급 타이틀의 행방이 묘연하다. 발단은 지난 닷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토처 앤 리치' TV 쇼에 출연해 토니 퍼거슨(33, 미국)과 하빕 누르마고메도프(29, 러시아)가 맞붙을 것이라는 사실을 공표했다. 이어 19일에는 UFC 측에서 퍼거슨과 누르마고메도프의 대결을 확정 짓고 이를 공식 발표했다. 이 경기의 승자가 라이트급 챔피언이 될 것이라는 사실 또한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이 빠졌다. 기존에 코너 맥그리거가 가지고 있던 라이트급 타이틀의 향방이다.

아직 UFC의 공식 라이트급 챔피언은 맥그리거다. 반면 퍼거슨은 잠정 챔피언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상태. 따라서 퍼거슨 대 누르마고메도프 경기의 승자를 라이트급 챔피언으로 세우려면 맥그리거가 가지고 있는 타이틀을 박탈하고, 잠정 챔피언에 올라있는 퍼거슨을 정식 챔피언으로 올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화이트 대표는 퍼거슨 대 누르마고메도프전을 라이트급 타이틀전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정작 맥그리거의 벨트 박탈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식 챔피언의 타이틀을 박탈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타이틀전을 연다? 상식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은 퍼거슨 대 누르마고메도프전이 또 잠정 타이틀전이 되거나, 혹은 공식 챔피언이 두 명이나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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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점을 아무도 제기하지 않은 게 아니다. 미 종합격투기 전문 매체인 'MMA 파이팅'의 아리엘 헬와니 기자가 총대를 멨다. 헬와니는 지난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화이트 대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당시 헬와니 기자는 기자회견장에서 화이트 대표를 향해 돌직구를 던졌다. "그래서 맥그리거의 타이틀을 박탈하겠다는 건가 말겠다는 건가, '예' 혹은 '아니오'로만 대답해 달라"며 화이트 대표를 몰아세웠다.

그러나 화이트 대표의 능구렁이 같은 화법이 이어졌다. 화이트 대표는 "내가 타이틀을 박탈했다고 했던가? (헬와니 기자가 '아니다'라고 대답하자) 자, 그럼 이제 다음 질문받겠다"며 능글맞게 대답을 회피했다.
(해당 영상 https://youtu.be/Sib8fYK6TPY )

이제 당사자가 나섰다. 23일 'MMA 아워'에 출연한 퍼거슨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이 모든 상황에 짜증이 난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내가 망할 챔피언인데, 정작 우리가 싸우는 이 벨트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른다. 이 모든 상황이 날 더욱 거슬리게 만든다. 데이나는 '아니, 아직 챔피언은 코너니깐 마저 숙제나 해 오도록' 이런 태도로 방관하고 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내가 챔피언이 아니라는 소린가? 그게 아니라면 이 시합의 프로모션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퍼거슨으로서는 충분히 화가 날 만한 상황이다. 만약 정식 챔피언인 맥그리거와의 통합 타이틀전이 성사된다면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맥그리거의 옥타곤 복귀가 가망이 없다면 하루빨리 자신의 벨트를 공식 타이틀로 인정한 뒤, 챔피언의 입장에서 프로모션과 각종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차선책이다.

하지만 UFC 측은 경기의 승자는 챔피언이 될 거라 말하면서도, 여전히 맥그리거의 타이틀은 박탈하지 않고 있다. 퍼거슨으로서는 자칫하다간 잠정 챔피언 벨트를 놓고 누르마고메도프와 피 터지게 싸워서 모든 것을 다 잃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퍼거슨은 이러한 상황이 모두 맥그리거로부터 비롯됐다고 추측한다. "처음에 UFC는 이 경기가 진짜 타이틀전이라고 했다"고 말한 퍼거슨은 이어 곧 "그런데 내 추측에는 아마도 그저 만나고 싶지 않은 파이터를 나랑 먼저 붙이려고 오퍼가 온 것 같다 어차피 맥그리거는 대중의 의견이나 벨트 방어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거슨은 누르마고메도프와의 라이트급 타이틀전을 충실히 준비하겠다고 한다. 맥그리거와 관련된 비즈니스 측면을 이해하지만, 결국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자신이 진짜 챔피언이라고 큰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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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그리거와 관련된 큰 비즈니즈가 있겠지. 나도 안다. 하지만 결국 그건 나와 내 가족과는 하등 관계없는 일이다. 이 판이 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건 맥그리거가 아니다. 난 내 코치, 팀원들, 가족과 함께 10연승을 달렸다. 내가 종결자고, 내가 팬들을 기쁘게 만들어주는 파이터다. 옥타곤에서의 나는 그 누군가에게는 최악의 악몽이자, 최고의 챔피언이다."

한편 작심 발언을 쏟아낸 퍼거슨은 누르마고메도프와의 경기에 대한 이야기 또한 꺼냈다.

퍼거슨은 자신이 언더독으로 취급되는 지금 상황이 썩 유쾌하지 않다는 뜻을 먼저 나타냈다. 하지만 그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겠다고 했다. '독수리의 날개는 꺾일 것'이라며 승리를 자신했다.

"그 누구도 나를 계속 무시할 순 없다. 날 믿어라. 내가 비록 합당한 존중을 받진 못했지만, 그러한 상황이 오히려 내겐 강한 원동력이 된다. 이 경기가 진짜 타이틀전이고, 내가 진짜 챔피언이다. 과대평가된 이 판을 갈아엎겠다. 독수리는 곧 그 날개를 잃을 것이다."

누르마고메도프와의 대결에서 승자가 얻는 타이틀이 진짜 챔피언 벨트가 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과연 퍼거슨은 UFC로부터 맥그리거의 타이틀 박탈이라는 확답을 받아낼 수 있을까. 전 세계 격투 팬들의 시계가 오는 4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진] ⓒZuffa, LLC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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