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아시아=조형규 기자] WWA(한국프로레슬링연맹) 대표 겸 프로레슬러 노지심이 은퇴한다.

 

1978년 김주용이라는 본명으로 데뷔, 꼬박 40년 동안 프로레슬링 외길을 걸어온 노지심은 박치기왕 김일의 직계 제자 세대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현역으로 활약한 선수다. 빡빡 민 대머리에 짙은 콧수염이라는 선명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된,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프로레슬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어느덧 40년에 걸친 현역 프로레슬러 커리어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5월 5일 서울 KBS 아레나에서 열린 WWA ‘뉴 제너레이션’에서 노지심은 자신의 극동 헤비급 타이틀을 반납했다. 동시에 오는 10월 열리는 WWA 흥행에서 은퇴식을 가질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본인에게 직접 소회를 듣기 위해 스포츠아시아가 노지심을 만났다. 그동안 이왕표의 이름 옆에 자연히 따라붙던 노지심이 아닌, 오로지 주인공으로서의 노지심을 조명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말주변이 없다’며 손사래를 친 그였지만, 기자가 직접 만난 노지심은 그 누구보다 유쾌했고 또 따뜻한 마음을 지닌 프로레슬러였다. 

 

다음은 노지심과의 일문일답. 

 

 

Q. 인터뷰 시작부터 은퇴 이야기를 꺼내자니 미안하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지난 5월 WWA 뉴 제너레이션에서 은퇴를 발표했는데.

 

ㅡ후배들을 위한 길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계기가 됐다. 이 나이가 되니 여러 가지 계획이 생긴다. WWA가 오는 10월에 또 큰 흥행을 개최할 예정인데, 그 대회가 끝난 뒤 체육관 개관을 비롯해 여러 가지 계획을 구상 중이다.

 

Q. 지난 대회에 모습을 보이긴 했다. 그때 목발을 짚고 있었는데, 혹시 무릎이 계기가 된 건 아닌가.

 

ㅡ무릎이 탈골된 상태였다. 거기서 물집이 생겼고, 그러다 보니 운동을 하면 자연히 충격을 가하게 되는데 고통이 극심했다. 그냥 계단을 올라가도 아픈데 링에서 낙법을 치면 얼마나 아프겠나.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차라리 이때가 기회다' 싶었다. 내가 빨리 생각을 바꿔야지 계속 있다가는 후배들을 도저히 못 당하겠다 싶었지(웃음). 후배들을 위해서라면 내가 빨리 일선에서 물러나서 힘을 실어줘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

 

Q. 예전부터 무릎이 좋지 않았나. 

 

ㅡ옛날부터 썩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지난 5월 시합을 앞두고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크게 다쳤다.

 

Q. 그 말은 지난 5월 대회도 원래 선수로 출전 예정이었다는 소리? 

 

ㅡ그렇지. 무릎을 다친 건 정말 최근의 일이다. 젊은 선수들과 경기를 하려면 무엇보다도 체력이 제일 중요하다. 체력보강 차원에서 북한산을 오르내렸는데, 하필이면 비가 온 다음날 산길을 내려오다가 크게 미끄러졌다. 그렇게 무릎을 다쳤다.

 

 

Q. 부상은 어느 정도였나.

 

ㅡ그전에도 잔 부상은 많이 달고 살았다. 그런데 무릎을 다친 날은 심상치가 않아서 다음날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의사가 다시 충격을 가하면 평생 무릎을 못 쓰게 될 거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그래서 대회 당일에도 진통제 맞고 깁스하고 링에 오른 거다.

 

Q. 그렇게 깁스하고 링에 올라가서 10월 은퇴를 발표하고 WWA 극동 헤비급 타이틀을 반납하지 않았나. 멀리서 딱 봐도 정말 힘겹게 눈물을 참는 것 같았다. 

 

ㅡ물론 그전부터 계속 생각은 하고 있었다.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더 나은 역할을 하고 싶었고, 마침 이때 아니면 언제 또 기회를 만들까 싶기도 했다. 그렇게 벨트를 반납하려고 링에 올라갔는데 순간 만감이 교차하는 거다. 게다가 내가 또 김일체육관 2기생이자 마지막 제자 아닌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더라. 그런데 또 눈물 보이기는 싫어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야 눈물이 조금이라도 감춰지니깐(웃음).

 

Q. 그런데 또 그날 반납한 극동 헤비급 타이틀을 딴 선수가 바로 제자 김민호다. 

 

ㅡ물론 다른 막강한 선수들도 있었지만 민호도 그동안 열심히 해온 선수다. 물론 그날 현장에 민호 부모님도 오셨지만, 막상 타이틀을 따고 벨트를 두른 모습을 보니 나도 감회가 새롭고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같이 좋은 시합을 펼친 조경호 선수도 정말 고생했다. 두 선수 모두에게 고맙다. 경기 후에 진심을 담아 안아줬다(웃음).

 

Q. 지금은 어느덧 챔피언이 됐지만, 프로레슬러 지망생 시절부터 김민호를 전담으로 가르친 선배가 바로 노지심이다. 의미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 

 

ㅡ처음에는 (민호가) 정말 아무것도 몰랐었지. 사실 내가 민호 아버님보다도 나이가 더 많다(웃음). 그러다 보니 마치 아버지와 아들처럼 프로레슬링을 가르쳤다.

 

 

Q. 아버지와 아들? 엄하게 가르쳤다는 소리로 들리는데(웃음).

 

ㅡ나는 적어도 운동을 가르칠 때만큼은 정말 정성을 다한다. 물론 과격할 땐 과격하고 또 많이 혼내기도 했지만, 그만큼 진심을 담아 내 마음을 모두 줘야 후배들도 사람 대 사람으로 믿고 잘 따라오지 않겠나. 아무리 후배라도 '내가 이 사람을 스승으로 모실 수 있겠다' 하는 마음이 들도록 나부터 열심히 해야 하는 거고. 

 

Q. 후배, 제자, 그리고 자신을 잇는 다음 챔피언으로서 김민호 선수에게 혹시 해줄 말이 있다면. 

 

ㅡ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앞으로 본인이 더 열심히 해야지(웃음). 그래도 민호가 굉장한 노력파다. 지금도 그 성실함을 무기로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변치 않는 그 마음을 계속 보여줬으면 한다.

 

Q. 이제는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된 한국 프로레슬링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지도를 보유했고, 또 많은 사랑을 받은 거의 마지막 세대 선수다. 후회나 미련은 없는가.

 

ㅡ사실 후회는 많다. 현역 시절에 내가 이루지 못했던 것들, 또 선수들을 많이 양성하지 못했던 점도 있고. 그때는 나만의 꿈과 희망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벨트를 내려놓은 만큼 더 많은 제자를 육성하고, 또 후배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고 싶다.

 

Q. WWA(한국프로레슬링연맹)은 지금 세대교체의 길목에 있다. WWA의 대표로서 노지심의 역할을 물어보고 싶다. 

 

ㅡ어찌 됐건 간에 내가 한국프로레슬링연맹 대표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역에서 내려온다고 하더라도 프로레슬링 자체와 멀어지는 건 아니다. 물론 기술적인 면이나 다른 여러 측면에서는 지금 선수들과도 당장 시합을 할 수 있다고 자부하지만, 이제 뒤에서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해주기 위해 일선에서 내려온 거다. 내가 아직도 선수로 뛰거나 벨트를 가지고 있으면 그런 지원을 해줄 수가 없지 않겠나. 대표로서 뒤에서 후배들을 서포트 하면서 제대로 된 선배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

 

[사진] 장태현사진작가/김민호 선수 제공

조형규 기자(deux7d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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