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에 있는 펠리컨 골프클럽에서 펼쳐진 2022 LPGA투어 펠리컨 위민스 챔피언십 1라운드, 거기에 위기의 골퍼 고진영이 필드 위에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앞에 걸려있는 태극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참을 바라보다 티 박스에 올라간 그는 자신이 짊어진 책임감처럼 묵직한 티샷을 날린 후 페어웨이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의 어깨에는 자신이 걸어온, 그리고 대한민국 골프를 위해 자신이 책임져온 1년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올 시즌 고진영의 출발은 좋았다. 설날부터 넬리 코다에게서 세계랭킹 1위를 빼앗아온 고진영은 3월 HSBC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며 2022년도 그의 해로 만드는 듯 했다. 하지만, 슬럼프는 소리없이 찾아왔다. 3월 이후 그가 추가한 승수는 없었다. 성적 또한 급전직하 했다. 결국 올 시즌 마무리를 앞두고 태국의 신상 아타야 티티꾼에게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내줬다.

자신에게 너무나 가혹했던 것이 원인이었을까? 그 가혹한 운명의 심연 속으로 고진영은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돌이켜봤을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했던 것 같지만 내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지 못했던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자신감이 살아날 수 있었던 부분에서 조금 더 겸손하려고 자중하려고 "아니야 아직 더 부족해 더 해야해" 이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했는데 골이 더 깊어진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며 가혹했던 내 자신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골프를 잘하고 있지만 아직 내가 생각했던 가치관은 무엇인지 조금 더 심도있게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고 필요했던 시간인 것 같다. 이 시간이 지나면 더 단단해질 것이라 믿고 열심히 기도하고, 기대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었다. 올 시즌 초반부터 그를 괴롭혀 왔던 고질적인 손목 부상은 그의 멘탈까지 옥죄어왔고, 결국 8월 U.S 오픈 이후 기나긴 휴식을 거쳐 10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돌아왔지만, 2라운드까지 15오버파를 기록하다 기권하는 등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고진영의 손목은 좋지 않다. 한두달 쉬는 것으로 완전한 회복을 바라기엔 무리였다. 그는 "지금도 사실 완전히 100% 없어지진 않았지만, 모든 선수들이 부상을 갖고 있고, 계속 시즌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즌 중에 완전히 없어지긴 힘들어서 고생을 해야할 것 같다."라고 덤덤하게 자신의 몸 상태를 이야기했다.


몸보다 더 컸던 것이 마음의 상처였다. 세계랭킹 1위의 실망스러운 경기 모습에 언론과 악성들의 비난이 뒤따랐다. 그 이야기를 하며 고진영은 눈물을 흘렸다. 그는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어서 "다만 부모님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힘을 얻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날 응원해주고 있고 계속 긍정적인 말고 치어 해주고 있기 때문에 정말 사랑받는 사람인 것 같다."라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펠리컨 챔피언십에 참가하기 전까지 그는 끊임없는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시즌을 오프하며 다음 시즌을 도모하느냐 아니면 남은 두 대회에 출전해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 이어가느냐의 기로였다. 대부분의 지인들이 출전을 말렸지만, 그는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그는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결과가 어떻든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야 후회를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과정이 좋지 않아도 과정을 통해 얻는 것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힘들게 비행기를 탔고, 막상 오니 좋은 것 같다. 팬들의 응원도 받고 있고, 스스로도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골프를 해야하는데 많은 생각을 하며 성장하는 단계인 것 같다."

1라운드 고진영의 성적은 1언더파 공동 40위, 언더파 스코어로 마무리하며 약간은 회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설풍 뒤에 피어나는 꽃처럼 고진영의 골프인생은 잠깐 설풍을 만났을 뿐이다. 그 속에서 흘린 눈물이 앞으로 어떤 꽃을 피울지 그의 골프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사진,영상=미국 플로리다 홍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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