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우연히 안산 그리너스의 안익수 대표이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안 대표이사가 기자에게 물음을 건넸다.

"오늘 우리 경기력 어땠나요?"

이 물음에 "상당히 좋았다."라고 답을 내놓자 안 대표이사는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뛰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끝까지 뛰는 경기를 하길 바랍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아직 부임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안익수 대표이사가 안산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안산 그리너스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팀이었다. 선수선발 비리 사태에 한바탕 홍역을 치뤄야만 했고, 대표이사마저 공석이 되면서 구단은 난파선이 되어 표류하는 최악의 2023년을 보내야했다.

이 영향으로 인해 올해 예산은 더욱 삭감되었고 지난해 여름 안산의 사령탑에 오른 임관식 감독은 외국인 선수 하나 제대로 영입하지 못한 채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려 올 시즌을 준비해야만 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에서 안익수 前 감독은 험난한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안익수 대표이사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임관식 감독의 축구철학을 굳게 믿고 있었고 선수단이 보여주는 의지를 읽고 있었다. 안 대표이사 역시 구단의 발전을 위해 솔선수범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안산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안산 그리너스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했다. 대표이사라는 직함에 얽메이지 않고 이른 아침 직접 미디어룸을 청소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던 안익수 대표이사는 현재 안산의 킷 서플라이어인 애플라인드와 직접 접촉했다.

안 대표이사는 박한동 애플라인드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안산 시민들을 위한 유니폼의 추가 후원을 요청했고, 박 대표 역시 어려운 사정에서도 간곡했던 축구인 출신 선배의 부탁에 흔쾌히 응했다. 안산 그리너스의 발전을 위한 큰 한걸음을 뗀 순간이었다.


안익수 대표이사의 열정에 필드 위 역시 의욕이 넘친다. 거함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의 맞대결, 무려 5000여명에 달하는 원정팬들이 있었기에 주눅이 들 법 했지만, 임관식 감독은 "다 우리팬이라 생각하고 있다. 90분이 지날 순간까지 미친 늑대처럼 뛰어다니는 축구를 하겠다."라고 이야기하며 남다른 각오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안산은 특유의 빠른 플레이를 통햬 거함 수원을 압박했다. 외국인 선수 한명 없는 스쿼드였음에도 젊은 선수들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전술을 통해 수원을 공략했다. 지난 성남전 멀티골의 주인공 노경호를 비롯해 이규빈, 김범수로 이어지는 공격라인은 수원의 수비진을 위협했다. 

비록 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한호강의 한방을 막아내지 못하고 분패했지만, 외국인 선수가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힘을 다해 뛰면서 빠르고 저돌적인 압박 축구를 통해 수원을 몰아붙여 앞으로의 모습을 기대케했다.

외국인 선수가 있었다면 충분히 승부의 추는 안산 쪽으로도 기울 수 있었기에 안익수 대표이사의 표정에는 여의치 않은 안산의 사정과 분투하고 있는 임관식 감독에 대한 안타까움이 섞여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산은 더욱 발전하고 있다. 열정적인 대표이사와 감독, 그리고 안산 팬들이 있기에 안산 그리너스의 내일은 밝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어렵지만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라는 안산 그리너스의 서포터즈 '베르도르'의 걸개문구처럼 그들의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지리란 희망을 안고 피치에서 함께 뛸 것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