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집중과 평정심의 스포츠다. 다른 구기종목들에 비해 몸을 많이 쓰는 편은 아니지만, 극도의 두뇌 컨트롤이 요구되는 대표적인 스포츠가 바로 골프이기도 하다.

때문에 집중력 여부에 따라 우승자의 향방이 바뀌는 경우는 골프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이다. 잘 맞은 샷이 벙커에도 들어가고, 빗맞은 샷이 오히려 홀컵에 빨려들어가는 것이 바로 골프가 가지는 매력 포인트이자 난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날고 기는 프로 선수들 역시 라운드 중 수시로 찾아오는 '멘붕'을 잡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그 멘탈을 잡아내는 선수가 바로 모든 선수들이 바라는 대회 우승으로 갈 수 있는 적임자이기도 하다.

유해란 역시 우승으로 가기 위한 자기 암시를 하고 있었다. 자신은 플레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쉽게 화를 내고 흥분하는 타입이라고 웃었지만, 유해란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레이크 노나 골프 &컨트리클럽에서 펼쳐진 2024 LPGA 개막전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한국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인 12위에 자리했다. 좋은 평정심 관리의 결과다.



유해란은 대회를 모두 마치고 몬스터짐 카메라 앞에 섰다. 마지막 라운드 소감에 대해 "솔직히 기대는 안했지만 기대를 안한 것 치고는 그래도 마지막날 잘 마무리를 해서 다음 대회가 기대된다."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이어서 "오늘 경기 내용이 좀 별로여서 화도 많이 났지만, 마지막 두 홀에서 버디로 끝낼 수 있어서 감사한 하루였던 것 같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마추어와 함께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
문제는 없었다. 예전에 우승을 한 대회가 이 대회와 비슷해서 익숙한 분위기였다. 아마추어이다 보니 플레이 템포를 맞춰가는게 아니라 힘들었지만 다들 배려해주는 것이 눈에 보여서 감사했고, 재미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4라운드 내내 이어진 골프의 롤러코스터, 유해란은 어떤 마음 가짐으로 티 박스에 올랐을까? 그는 "골프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은 또 어떤일이 펼쳐질까라는 기대감으로 티 박스에 오른다."라고 말했다. 어떤 뜻일까?

이어서 "괜찮아지면 오늘 잘 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봤다가, 중간에는 절망과 화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너무 궁금한 마음으로 오른다."라고 다이나믹한 일들이 펼쳐지는 필드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항상 미스를 할 때 마다 '그럴 수 있지' 라는 문구를 속으로 되뇌인다고 이야기한 유해란은 "잘하고자 마음은 어느 선수나 있기 때문에 미스가 나왔을 때 너무 많은 절망을 하지 않기 위해 그럴 수 있지라고 주문을 외우면서 넘어간다."라고 이야기했다.

집중력을 유지하는 방법도 유해란 나름의 방식이 있었다. 그는 "사람이 화가 나다 보면 흥분을 하다보니 집중이 어렵다. 그럴 땐 나무도 보고 구름도 보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편이다."라고 자연을 벗삼아 자신의 마인드를 컨트롤하는 자세를 갖고 있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지난해 LPGA 데뷔 시즌에 1승을 수확한 유해란은 "마음은 솔직히 기분이 좋은 것 보다도 다행인 마음이 많이 들었었다."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에게 주어졌던 부담감이 상상 이상이었음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제는 많은 한국 선수들이 출전하는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이 다가온다. 지난해부터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 만나는 설렘에 유해란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유해란은 "이 대회에 못나온 외국인 친구들도 많고 한국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언니들도 있고, 작년에 함께 투어를 뛰었던 언니들도 많이 만날 것 같아서 기대하고 있다."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대해 "경기 사진을 보면 패딩이나 비옷 바지를 입고 있으니 다들 춥냐고 물어보더라"고 웃어보인 유해란은 "다음주는 날씨가 괜찮아질 것 같아서 좋은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고, 다들 새로운 시작이니까 잘 시작했으면 좋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에도 임진희, 이소미, 성유진 등 많은 KLPGA 출신 선수들이 루키의 이름으로 LPGA 땅을 밟는다. LPGA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 그는 "언니들에게 어떠냐고 물어보고 싶다. 내가 처음 왔을 때 "해란아 오니까 어때?" 이말을 엄청 많이 들었다. 그래서 그 말을 내가 해보려고 한다."라고 웃어보였다.

마지막으로 유해란은 "이번주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무리가 괜찮으니까 다음주에는 TV에 나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어떤 곳이 문제인지 알아서 그 부분을 더 연습을 해서 작년같은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라고 선전을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올 시즌에도 '그럴 수 있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험난한 LPGA 여정을 헤쳐나갈 유해란, 그의 두 번째 대회가 주목되는 이유다.


사진,영상=미국 플로리다 홍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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