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은 하지 못하지만 경기력은 좋은 팀과 경기력은 좋지 않지만 우승을 하는 팀' 축구를 소재로 밸런스 게임을 할 때 자주 나오는 단골 소재 중 하나다. 여러 담론이 오가지만 결국 결론은 성적으로 귀결된다. 바로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수원삼성의 이야기다.

K리그는 주간 브리핑을 통해 신규 데이터인 패킹(패스)지수와 활동량(피지컬) 데이터를 미디어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패킹과 피지컬 데이터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먼저 패킹은 패스의 효율성을 나타낼 수 있는 지표로서, 패스로 인해 제쳐진 상대 팀 선수의 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상대 팀 선수 2명을 제쳐서 성공한 패스의 패킹지수는 '2'가 되며 1개의 패스가 기록할 수 있는 최대 패킹지수는 '10'이 된다. 

GK 패스, 세트피스 패스는 패킹 패스 범위에서 제외되며 공중볼 패스 중 우리팀이 ‘공중볼 경합 성공 & 패스 받음’을 동시에 성공하면 패킹 패스에 포함된다. 간단하게 말하면 패스가 상대를 피해 효과적으로 전달된 것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지표화한 것이 바로 패킹이다.

K리그가 공개한 패킹 자료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 최하위인 수원삼성의 선수들의 패킹 순위가 상위권에 올라있다는 사실이다. 이종성은 전체 패킹 지수에서 K리그 선두 울산의 김영권, 박용우와 나란히 했다.

파이널 서드 (공격 지역)에서의 패킹 지수로 올라가면 수원 선수들의 수치는 더욱 돋보인다. 패킹 순위 탑 5안에 울산의 아타루를 제외한 수원삼성의 선수가 무려 네 명이 들어간다. 이기제와 아코스티, 이종성과 고승범이 주인공이다.

그만큼 공격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작업들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바로 수원의 지표다. 현장에서 말하는 '경기력 도르' '경기력은 좋은데 성적이 안나와서 신기하다.'라는 반응이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왜 수원은 골을 잘 넣지 못할까?

왜 그렇다면 수원은 지표가 좋은데 경기는 지게 되는 것일까? 여기에는 함정이 숨어있다. 지표상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팀워크의 함정이 있는 것이다.

수원의 경기를 보면 하나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페널티 박스까지의 플레이는 잘 연결되는 듯 보이지만, 상대의 수비에 볼을 빼앗기고 이어진 상대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실점하는 것이 한 경기에 하나씩은 나오게 된다.

이러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먼저 공격에서의 약속된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크다. 지난 시즌 수원의 주된 패턴은 이기제의 크로싱을 이용한 고공 공격이었다. 오현규의 피지컬이 K리그 수비수들에 우위를 점했던 지난 시즌까지는 통했던 공격패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현규가 떠나면서 수원은 이기제를 활용한 크로싱 공격 이외에 새로운 공격 패턴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격에서 이기제나 사이드에서 올라오는 크로싱에 의존하는 공격성향을 버리지는 못했다. 또한 이기제나 김태환이 올려주는 크로스의 질 역시 작년보다는 퀄리티가 떨어졌고, 상대의 수비수들 역시 크로스 경로를 호락호락하게 내주지 않는다.

수비수들이 막아서고 있는 경로를 뚫어줘야 하는 것이 안병준이나 뮬리치가 해야할 일이지만 두 선수는 공중볼에 크게 강점이 있는 선수는 아니다. 때문에 무의미한 크로스가 반복되고 득점 가능성은 크게 낮아지게 되었다.

물론 이병근 감독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사이드인 김경중이나 김보경을 이용한 컷백 플레이나 중앙을 이용한 공격들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격수들은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움직임이 잘 보이지 않으며 이렇게 되면서 패킹 횟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인 슈팅까지 가져가지 못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바사니의 공격작업이 원할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크다. 올 시즌 새롭게 영입한 바사니는 왼발에 있어서는 날카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외의 면에 있어서는 물음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공격 상황에서 동료를 활용하기 보다는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으로 인해 수원의 공격 템포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경우도 가끔 보인다. 지난 강원전에서 수원은 후반 역습 찬스를 잡았다. 그때 빈공간에 뮬리치가 파고들고 있었지만 바사니는 그대로 중거리 슛을 때렸고, 팬들은 탄식했다. 당시 바사니의 데뷔골이 터졌음에도 의구심을 갖게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리 맛있는 재료가 있어도 그것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정크 푸드보다 못한 음식이 된다. 개개인의 능력은 좋지만, 팀으로 그 능력을 결과로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이병근 감독과 수원 삼성이 해야할 과제일 것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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