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까지만 하더라도 블랙컴뱃은 대한민국 격투기의 막내 취급을 받았었다. 지난해 1월 코엑스 몬스터짐 아레나에셔 펼쳐졌던 1회 대회가 흥행을 끌었을 때에도 대다수의 격투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이 흥행이 잠깐 지나가는 돌풍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섣부른 예측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블랙컴뱃은 더더욱 진화했다. 그 어떤 격투기 대회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두 선수 사이인 라이벌리와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팬들을 끌어모았고, 6월 파라다이스 시티를 거쳐 12월에 이르기까지 블랙컴뱃의 멈출 줄 모르는 질주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격투계의 파란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단 한 단체가 있었다. 바로 일본의 격투단체 DEEP이었다.

DEEP은 2001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일본 격투기를 지탱해 온 단체다. 프라이드, K-1 다음으로 가는 단체로 성장한 DEEP은 일본 격투기의 거품이 꺼지고 프라이드, K-1이 쇠퇴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일본 격투계를 이끌어나가는 단체로 성장했다. 특히 최두호, 정찬성, 함서희 등 훗날 UFC의 기둥이 되는 선수들이 거쳐간 등용문으로 유명한 DEEP은 여전히 일본 격투계에서 인정받는 단체로 평가받고 있었다.

하지만 한단계 올라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이제 격투팬들은 TV가 아닌 유튜브, OTT를 통해 격투 컨텐츠를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고, DEEP은 이에 발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방법이 필요했다. 그리고 2022년 11월 11일 사에키 시게루는 블랙컴뱃을 도발하는 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며 본격적인 블랙컴뱃과의 스토리를 쌓기 위한 빌드업을 시작했다. 검정은 이에 응하며 블랙컴뱃 VS DEEP의 매치는 성사되었고, 검정은 블랙컴뱃 프로 오디션3를 통해 DEEP의 멤버에 맞설 다섯명의 선수들을 선발했다.

이 다섯 명의 2월 4일 수원 컨벤션 센터에서 가위 바위 보도 져서는 안될 운명의 한일전을 시작한다. 대부분의 격투팬들은 관록이 있고 선수층이 풍부한 DEEP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지만, 종료의 종이 울릴 때까지 승부는 아무도 모른다. 몬스터짐에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하지만 승자를 예측하기는 더더욱 힘든 블랙컴뱃과 DEEP의 맞대결 카드를 소개하려고 한다.



<1경기 여성부 아톰급 매치> '고스트' 홍예린 vs '리틀 자이언트' 오시마 사오리 

지난해 4월 펼쳐진 브레이브 CF에서 공격적인 경기운영으로 격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홍예린이 일본 여성부 랭킹 1위이자 현 DEEP 두 체급 챔피언 ‘리틀 자이언트’ 오시마 사오리와 맞대결을 펼친다. 

오시마 사오리는 유년기부터 준비된 격투가였다. 사오리가 세살이 되던 해, 부모님을 따라 유도장에 간 이후 유도의 세계에 빠지게 된 사오리는 유도를 베이스로 한 강력한 그래플링 실력을 통해 일본 여성 격투기에서는 최강의 파이터로 군림해왔다. 최근 2년간 치룬 8번의 경기 중에 단 한 번 밖에 패배하지 않은 사오리는  MMA 선수 데뷔 3년만에 일본을 제패하고 한국 무대에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알려주기 위해 위해 블랙컴뱃을 무대로 선택했다.

하지만, 홍예린도 챔피언에 밀리지 않는 기량을 갖고 있음이 브레이브 CF 대회에서 증명되었다. 극도로 소심한 성격과는 정반대로 화끈한 타격 스타일을 지닌 홍예린은 블랙컴뱃 프로 오디션에서 자신보다 무려 세 체급 위인 파이터를 타격으로 압도하며 당당히 1위를 차지하였고, 자신이 국내 최고의 타격가임을 증명했다. 일본에서 첫번째 프로 데뷔전을 치르고 쓰라린 패배의 아픔까지 겪은 홍예린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일본 극강의 챔피언을 꺾고 일본의 자존심을 눌러보겠다는 각오다.

과연 홍예린은 일본 챔피언을 이기고 복수에 성공함과 동시에 UFC로 향하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까.


<2경기 라이트급 매치> '맨티스' 윤다원 vs '아이언 스파이더' 오하라 주리

블랙컴뱃 프로오디션2와 3에 연이어 출전하며 인지도와 국가대표 타이틀까지 거머쥔 ‘맨티스’ 윤다원. 특유의 끈적한 그래플링과 서브미션 캐치 능력은 국내에서 손 꼽힐 정도이다. 하지만, 그런 윤다원에게도 DEEP과 관련된 아픈 과거가 있다. 바로 지난 2017년 12월 요코타 카즈노리에게 암락을 당하며 패한 것이다. 당시 국내 대회를 통해 승승장구를 하고 있던 그였기에 충격은 컸고 이후 슬럼프를 겪으며 부진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절치부심하여 꾸준히 성장한 맨티스는 블랙컴뱃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여해 전 UFC선수 출신인 방태현도 꺾어내며 이제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던 DEEP에게 복수의 그래플링을 보여줄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DEEP은 그의 복수를 쉽사리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년 전의 트라우마를 제대로 심어주기 위해 일본 랭킹 1위를 윤다원의 옥타곤으로 불러들인 것이었다. 

오하라 주리, 현 DEEP 라이트급 챔피언이자 일본 랭킹 1위다. 어떤 상황에서도 강력한 주먹을 내지를 수 있는 타격기술과 긴 리치로 수많은 일본의 파이터들을 잠재웠고, 무려 50전이 넘는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능력까지 갖췄다. 지난해 9월 라이진에서 루이스 구스타보에게 패하기 전까지 무려 공식경기 9연승을 내달리는 등 엄청난 기량을 보여주는 파이터와 상대해야 하기에 윤다원의 부담감은 크다. 하지만, 윤다원은 자신감 있는 경기력으로 오하라 주리를 쓰러뜨리겠다는 굳은 각오를 갖고 이 경기를 준비했다.

복수를 꿈꾸는 맨티스와 야심을 품은 챔피언 아이언 스파이더의 싸움은 어떤 결말로 마무리 지어질까 주목이 되는 이유다.


<3경기 밴텀급 매치> '프린스' 김종훈 vs '리틀 섹시야마' 야마모토 세이고

‘코리안모아이’ 김민우의 친형 ‘프린스’ 김종훈이 2014년 8월 이후 약 9년 만에 케이지로 복귀한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수려한 외모와 그에 걸맞는 격투실력으로 많은 격투팬들의 이목을 끌었던 김종훈은 현재까지 MMA 전적 4승 무패로 국내 최연소 주짓수 블랙벨트 소유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선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치명적인 부상과 생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프로 파이터 대힌 동생을 챔피언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았다. 이후 김종훈은 본인의 못다 이룬 프로 선수로서의 꿈과 자신의 강함을 입증하기 위해 프로 오디션에 지원했고 모든 경기를 1라운드만에 피니쉬 시키는 믿기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9년만에 돌아온 옥타곤에서 그는 까다로운 상대 야마모토 세이고를 상대하게 되었다.

일본의 밴텀급 대표 ‘리틀 섹시야마’ 야마모토 세이고는 UFC에서 활동한 추성훈의 제자이자 DEEP의 현 챔피언을 두 번이나 다운시킨 적 있는 강력한 주먹을 가진 파이터로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대회 일정이 확정된 이후 가장 먼저 나서서 지원한 파이터였을 정도로 한국 무대에서 뛰고 싶은 간절함도 갖고 있는 선수다. 비록 최근 공식전에서 5연패중이기는 하나, 누구도 쓰러뜨릴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을 바탕으로 9년간의 공백이 있는 김종훈을 꺾고 연패를 탈출함과 동시에 어머니의 나라에서 자신을 증명해보이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

각자의 사연이 있는 두 파이터들의 격돌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4경기 페더급 매치> '코리안 모아이' 김민우 vs '다이하드 스피릿' 나카무라 다이스케

일본 격투계에 있어서 베테랑으로 불리는 선수이자 전 DEEP 라이트급 챔피언, 총 63전의 엄청난 커리어를 지닌 베테랑 중의 베테랑 파이터 ‘다이 하드 스피릿’ 나카무라 다이스케가 전 밴텀급 챔피언 ‘코리안 모아이’ 김민우를 상대하기 위해 한국의 블랙컴뱃으로 상륙한다. 나카무라 다이스케는 지난 2007년 권아솔을 이긴 경험이 있는 선수로 34승 중 대부분의 승리를 서브미션으로 따낼 정도로 강력한 그래플링 실력을 보유한 파이터이다.

이에 맞서는 김민우 역시 나카무라 다이스케에 비견될 수 있는 화려한 그래플링 실력을 가진 파이터다. 친형 김종훈와 마찬가지로 국내 최연소 블랙벨트 소유자인 김민우는 UFC 전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가 그의 그래플링 실력을 보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선수’ 라고 말할 정도로 뛰어난 그래플링 기량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김민우는 시련의 시절을 보냈다. Road to UFC 토너먼트에 출전했지만, 무리한 감량으로 인해 계체 실패 실격패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후 유명 해외 격투 단체들의 러브콜 마저도 모두 거절하고, 블랙컴뱃 국가대표 선발전으로 복귀한 김민우는 타 단체 챔피언급 파이터들을 모조리 꺾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하게 된다. 나아가 올해 안에 다이 하드 스피릿과 더불어 DEEP의 챔피언까지도 잡으러 가겠다고 밝혔다. 아시아 최강자들의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5경기 중량급 매치> '킹베어' 아카자와 유키노리 vs '화이트베어' 최원준

일본의 중량급을 대표하는 ‘킹베어’ 아카자와 유키노리와 대한민국의 중량급을 대표하는 무관의 제왕 ‘화이트베어’ 최원준이 격돌한다.

아카자와 유키노리는 전 UFC 챔피언 조르주 생피에르의 제자로서 오랫동안 주짓수를 수련한 파이터로 중량급 답지 않은 몸놀림을 가진 파이터이다. 120kg이 넘는 거대한 체구에서 나오는 펀치는 그 어떤 강자도 쓰러뜨릴 수 있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맞서는 최원준 역시 만만치 않은 기량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중량급 파이터다. 지난 해 아쉽게도 블랙컴뱃 중량급 타이틀을 놓고 ‘빅가이’ 양해준과 맞붙게 되었지만 아쉽게도 패배하였다. 하지만, 화이트베어는 챔피언이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챔피언 양해준과의 재대결을 꿈꾸며 블랙컴뱃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여한다. 화이트베어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훌륭한 타격 스킬과 그래플링 실력을 선보이며 자신이 명실상부 대한민국 중량급 대표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후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킹베어와 화이트베어는 서로를 향하여 거친 도발과 신경전을 벌였고, 둘 모두 서로를 꺾고 빅가이와 맞붙으러 가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빅가이로 향하는 길, 오직 승자 한 사람만이 생존하여 블랙컴뱃 중량급 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아시아 최강 맹수들의 피 튀는 전쟁은 과연 어떤 곰의 승리로 마무리 될까?

대한민국 격투기의 막내였던 블랙컴뱃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미 티켓 수입으로만 다른 단체들의 수익을 아득히 뛰어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격투단체의 자리에 올라 일본 대표 격투단체인 DEEP과 숙명의 맞대결을 펼친다. 과연, 챔피언을 두고 펼쳐지는 운명의 맞대결에서 태극기를 휘날릴 수 있을까. 2월 4일 수원 컨벤션 센터에 모든 격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사진=블랙컴뱃 제공

제품 랭킹 TOP 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