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튜디오 파라다이스에서 22일 블랙컴뱃 Ⅲ LET THE LION ROAR가 펼쳐졌다. 이번 대회는 지난 2회 대회까지 직접 선수로 활약한 검정(박평화)이 본격적인 대회장으로 모습을 선보였고, 2회 동안 좋은 활약을 보여준 파이터들과 국내 최초로 이뤄진 팀전인 '블랙컴뱃 챔피언스리그'까지 성공적으로 런칭한 블랙컴뱃이 어엿한 공식 대회로서 격투팬들에게 보여주는 세 번째 무대였다.
 
검정과 무채색필름이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에 본 대회 전부터 격투팬들은 각 스토리의 주인공들에게 몰입했고, 미디어데이에서 각자의 갈등구조는 제대로 폭발했다. 그렇게 짜여지고 폭발한 일곱 개의 갈등은 '지상낙원'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표출되었다. 그 어떤 것보다 치열하고, 때로는 처절했던 블랙컴뱃 Ⅲ LET THE LION ROAR의 일곱 개 스토리를 그 어떤 곳보다 가까이에서 그들을 지켜본 몬스터짐에서 되짚어 보았다.



1경기 '바이퍼' 김성웅 vs '조커' 정도한

블랫컴뱃의 부흥을 이끌었던 두 선수가 만났다. 블랙컴뱃 2에서 검정과의 메인매치를 가졌던 정도한과 손지훈과 난타전을 펼쳤던 김성웅이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바이퍼는 정도한에게 패배를 안겨줬던 검정의 훈련 파트너였기에 정도한이 가지고 있는 적대감, 승리에 대한 의지는 더욱 컸을 것이다. 경기 전 미디어데이에서부터 둘은 "서로의 약점을 알고있다" "가볍게 승리하겠다." 등 설전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본 대회에서도 맥이 빠지는 1경기가 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둘은 치열하게 맞붙었다. 바이퍼는 초반부터 강한 타격으로 정도한을 궁지로 몰아갔다. 정도한의 간헐적인 반격이 나오는 듯 했지만, 바이퍼는 적절한 거리두기로 유효타를 허용하지 않았고, 클린치로 정도한을 몰아붙였다. 치열한 타격이 이어지던 1라운드 종료 30초 전, 바이퍼의 니킥이 정도한의 안면에 정확히 날아들었다. 쓰러진 조커의 몸 위로 바이퍼의 파운딩은 무차별적으로 이어졌고 심판은 그의 파운딩을 중지시켰다. 바이퍼의 1라운드 TKO 승리로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둘이 보여준 멋진 경기에 관중들은 환호했다. 지난 블랙컴뱃에 비해 좋아진 두 선수의 모습은 격투팬들의 감동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바이퍼의 타격은 이전보다 날카로워졌고, 정도한 역시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모습만을 보여주지는 않으며 좋은 승부를 만들어냈다. 경기가 마무리되고 바이퍼와 정도한이 서로 존중을 표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격투대회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바이퍼 특유의 콜아웃도 잊지 않았다. 바이퍼는 '플래시' 이승철에게 "플라이급 타이틀을 놓고 한번 붙자"고 도전장을 내밀었고 플래시는 "꽁승 하나 먹고 가겠다"라고 짐짓 여유로워 했다. 

첫 승을 따낸 바이퍼의 송곳니가 어디까지 날카로워질지 두고볼 일이다.


2경기 '빡세' 이진세 vs '찐홍이' 홍종태

'빡세' 이진세와 '찐홍이' 홍종태는 복수라는 키워드의 스토리가 있다. 4년 전 이진세는 블랙컴뱃의 챔피언인 유수영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그 패배 이후 이진세는 달라졌다. 유수영이라는 목표를 갖게 된 후 그의 실력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 후 유수영이 블랙컴뱃 챔피언에 오르자 그를 향한 일념 하나로 블랙컴뱃 프로 오디션에 지원했고, '황빠따' 황성주에게 승리를 거두며 이번 옥타곤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찐홍이' 홍종태에게는 이진세에 대한 복수심이 들어있다. 바로 팀 동료인 황빠따 황성주를 위한 복수다. 홍종태의 훈련 파트너가 바로 이진세가 이긴 황성주였고, 주짓수 블랙벨트에서 나오는 그래플링을 무기로 복수를 성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졌다. 각자 나름의 복수를 위한 스토리는 짜여졌고, 옥타곤에서 이 둘은 각자의 복수를 이루기 위해, 또는 이루기 위한 길로 가기 위해 치열한 맞대결을 펼쳤다.

시작과 동시에 두 선수의 타격 공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래플링으로 가지 않기 위해 초살이 필요했던 이진세의 날카로운 어퍼 훅은 홍종태의 얼굴에 적중되었고,  그것으로 경기는 끝나버렸다. 1라운드 부저가 울린 지 26초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게 블랙컴뱃 최강의 그래플러를 이긴 이진세는 4년 전 자신을 꺾은 유수영에게 복수할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었다. 유수영 역시 이진세의 향상된 경기력에 짐짓 놀란 표정이었다.

4년 전의 복수, 그리고 4년 전의 리플레이 과연 이진세와 유수영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 운명의 바퀴는 어느 쪽으로 굴러가게 될까.





3경기 '빅마우스' 김동규 vs '김관장' 김성재

밴텀급 타이틀전을 향한 두 베테랑 파이터의 처절한 싸움이었다. 두 선수 모두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선수로서의 자존심과 아버지로서의 자존심 모두를 가져가기 위해 블랙컴뱃에 도전했고, The Winner Takes it All 이라는 약육강식의 세계에 또 하나의 도전장을 던졌다. 두 선수의 트래시토크 속에서는 뼈가 있었고, 상대를 내리 깔보는 모습 보다는 상대의 실력을 인정하며 그것을 뛰어넘어 챔피언이 되겠다는 리스펙트까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리스펙트는 블랙컴뱃 팬들과 관계자, 그리고 검정까지 인정하는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서로의 강점을 알았던 두 선수는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상대의 강점 봉쇄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성재는 초반 그래플링으로 김동규의 약점을 노렸고, 노련한 김동규는 김성재의 늪에 절대 빠지지 않으녀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다. 1라운드 내내 둘은 치열하게 싸웠다. 그야말로 주먹이 빗겨나가 치명타가 되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로 둘의 주먹은 매서웠다. 김동규의 플레이에 초반 다운을 당했던 김성재였지만, 김성재는 무너지지 않았고 오히려 김동규에게 유효타를 적중시키며 둘은 옥타곤에 화려한 주먹을 수놓았다.

그야말로 숨막히는 혈투에 현장은 두 선수의 주먹과 킥 소리 이외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2라운드 5분의 시간이 다 지나고 적막은 환호성으로 바뀌었다. 명승부가 완성된 순간 기립박수는 두 선수들을 향했고 둘은 서로 좋은 싸움을 펼친 만족감의 미소를 띄웠다. 하지만, 승부는 가려져야 하는 법 심판의 근소한 차이는 김성재의 손을 들어주었고, 그는 환호했다. 하지만, 패자는 없었다. 승자만 있을 뿐이었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빅마우스이자 가장 김동규가 남긴 한마디는 격투팬들에게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몇년 전에 가장이 된 이후로 제 어깨에 너무 많은 짐이 있다고 느끼고 있었어요. 근데 오늘 싸우면서 다시 한번 느낀건 제 어깨에 짐이 아니었고 제가 넘어지려 할때마다 꽉 잡아주고 있던 것들이더라구요. 그래서 그동안 제 자신에게 반성하는 시간이었고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4경기 '곰주먹' 김정균 vs '비밀병희' 임병희

'비밀병희' 임병희와 '피에로' 이송하가 맞붙을 예정이었던 4경기는 대회 2주전 피에로가 부상을 입으면서 '곰주먹' 김정균으로 대체되었다. 블랙컴뱃 프로 오디션 시즌 1의 우승자이기도 한 곰주먹 김정균은 대회 2주를 앞둔 촉박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임병희와의 매치를 자청했고, 라이트급 타이틀전에 재도전할 기회를 갖기 위해 훈련에 매진했다. 대부분의 격투팬들은 김정균의 파워를 높이 평가함과 동시에 이미 산전수전을 겪은 임병희의 관록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초반 김정균의 묵직한 타격은 임병희를 당황시켰고, 초살로 끝내겠다던 임병희의 플랜은 완전히 꼬여버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라운드 2분 30초, 곰의 묵직한 주먹이 임병희를 향해 날아들었다. 피할 틈도 없이 임병희는 그의 무게가 실린 훅에 맞았고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경기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곰주먹 김정균의 KO승, 이후 임병희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빠른 응급처치와 이송으로 임병희는 무사했다. 사고에도 유연하게 대처한 블랙컴뱃의 운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임병희는 이후 블랙컴뱃 비하인드 스토리에 출연해 자신의 무사함을 알림과 동시에 항간에 떠돌던 억측을 일축시켰고, 다시 실력을 갈고닦아 돌아오겠다는 이야기를 남기며 이번 스토리를 마무리지었다.



5경기 '
헌터' 박종헌 vs '영타이거' 이영훈

 '헌터' 박종헌과 '영타이거' 이영훈이 또 한번 운명의 외나무 다리에 올랐다. 2년 전, 블랙컴뱃이 태동하던 시기부터 시작된 그들의 라이벌리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첨예해졌다. 2년 전 이영훈에게 패했던 박종헌은 절치부심하며 복수의 날을 꿈꿨고, 그 기회는 빠르게 찾아왔다. 블랙컴뱃에서 영타이거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이청수에게 승리를 거두면 복수전을 받아주겠다고 선언한 이영훈에게 박종헌은 복수심 하나로 이청수를 물리쳤고, 영타이거를 콜아웃하며 그들의 대립은 절정에 치달았다.

그리고 마침내 성사된 복수의 날, 박종헌은 이영훈을 이기겠다는 그 일념 하나로 옥타곤에 올랐고 1라운드에서 그 간절함은 투혼으로 바뀌었다. 초반 이영훈의 공격에 당황하는 듯 했지만 박종헌은 제 페이스를 찾았고, 언젠가는 나올 이영훈의 빈틈을 노렸다. 그리고 그 빈틈은 1라운드 후반 클린치 상황에서 찾아왔다. 저돌적으로 들어간 이영훈의 목이 박종헌의 왼팔에 완전히 끼었고 박종헌은 그대로 조르기에 돌입, 탭을 받아내며 경기를 끝내버렸다. 2년 전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준 영타이거에게 완벽하게 복수한 헌터의 모습이었다.

격투팬들을 뜨겁게 만들었던 라이벌리의 주인공이었지만, 옥타곤 밖에서는 동료였다. 경기가 끝난 후 이것이 바로 건전한 라이벌리라는 것을 보여주듯 둘은 서로 미소와 함께 안부를 주고받으며 리스펙트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관중들은 박수와 함께 이 둘이 펼친 멋진 피날레에 찬사를 보냈다.





6경기 '해적왕' 이강남 vs '파이톤' 김성빈


이 둘의 스토리는 바로 블랙컴뱃 프로 오디션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보인 선수라는 것, 두 선수는 이 오디션에서 1위와 2위를 나눠가졌지만,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해적왕 이강남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파이톤 김성빈은 오디션 마지막 날 서로 몸싸움을 주고받았을 정도로 둘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블랙컴뱃 초대 밴텀급 타이틀을 놓고 펼칠 두 선수의 스토리에 격투팬들은 몰입했고, 이강남이 보여줄 그래플링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팬들이 제법 있을 정도로 둘의 싸움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마침내 울린 경기 시작 부저, 해적왕의 깃발이 올라가야 하는 순간, 파이톤이라는 바람은 해적왕의 돛을 올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1라운드 치열하게 탐색전을 펼치던 이강남이 그래플링을 시도했을 때 김성빈은 상대의 무게중심이 무너진 틈을 놓치지 않고 오히려 탑 포지션을 잡았다. 곧바로 이어진 삼각조르기에 이강남은 당황했고, 만약 1라운드 종료 부저가 아니었다면 경기가 그대로 끝났을 정도로 김성빈의 그래플링은 무서운 것이었다.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도 바람은 거셌고, 해적왕의 출항은 그대로 무산되었다. 그래플링의 우위를 점한 김성빈은 이강남을 거칠게 몰아붙였고, 결국 만장일치로 챔피언벨트는 김성빈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판정이 나온 후 김성빈은 눈물을 감추지 않았고, 이강남은 새로운 챔피언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어 목마를 태웠다. 격투기의 아름다움을 한번 더 볼 수 있던 경기가 되었다.




7경기 '더 빅가이' 양해준 vs '화이트베어' 최원준 

로드FC 미들급 챔피언 출신의 '더 빅가이' 양해준과 '화이트베어' 최원준이 블랙컴뱃에서 만난다고 했을 때 많은 격투팬들은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대회에서 나온 메인매치라고는 믿기지 않을 메인 카드에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블랙컴뱃 오디션 2에서 압도적이었던 화이트베어 최원준은 양해준에게 도발을 했고, 양해준은 검정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을 정도로 분노, 이 말도 안되는 매치가 성사되기에 이르렀다. 성사 직후 둘은 서로 트래시토크를 오고갔을 정도로 첨예한 대립구조가 짜여졌고, 지난 14일 있었던 미디어데이 및 계체량 행사에서까지 이어졌을 정도였다. 검정 역시 이 매치업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양해준은 왜 자신이 중량급 최강자인지 증명해보였다. 1라운드 내내 저돌적인 돌진으로 최원준의 체력을 소진시킨 양해준은 1라운드 3분 40초를 남겨두고 최원준을 그대로 넘겼다. 거기에서 경기는 끝났고, 화이트베어는 중량급 챔피언의 쓴맛을 제대로 느끼며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양해준의 플레이는 격투팬들을 열광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고 블랙컴뱃의 새로운 챔피언으로서 자신의 새로운 격투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번에도 역시 검정은 성공했다. 자신이 경기를 뛰지 않고도 파라다이스 시티에 있는 모든 좌석을 관중들로 꽉 채웠다. 검정 자신도 "이번 대회가 이전 대회들보다 더 뜻깊은 대회였다. 내가 선수로 나오지 않아도 많은 사람들이 돈을 내고 보러와준 것이 너무나도 기쁘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블랙컴뱃은 그들만의 대회가 아닌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격투기 대회의 일원으로 우뚝섰다. 아직은 미숙하고 선수층이 두껍지 않다는 여론도 있으나 아직 걸음마를 뗀 신생 단체이기에 그들에게 거는 기대는 우려보다 더욱 크다. 

블랙컴뱃, 그 세번째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검정은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 대회가 걱정되었던 이유는 큰 그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던 대회여서 걱정이 되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큰 그림을 그리는 마지막 퍼즐까지 오게 되었네요 아마 블랙컴뱃 4는 타이틀전으로 꾸며질 것입니다. 챔피언 벨트를 꿈꾸는 선수들이 모두 나와 옥타곤을 수놓을 것입니다. The Era of New Kings 새로운 왕의 시대는 누가 열게 될까요? 블랙컴뱃 4를 기대해주세요."




사진 = 이지은
글=반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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