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블랙컴뱃 Ⅲ LET THE LION ROAR'를 하루 앞둔 21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튜디오 파라다이스, 하루 후 선수들이 뛰놀 케이지의 설치장면을 보는 한 청년의 눈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어려웠던 시절을 극복한 청년, 그리고 이제는 격투기 대회가 되어버린 블랙컴뱃의 대표, 닉네임 검정, 본명 박평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냉정한 전장의 세계에서 그는 독하게 살아남았고, 이제는 격투기 관계자들이 모두 주목하는 셀러브리티로 우뚝 성장했다.


이슈메이킹을 위해 자신이 뛰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그는 이제 무대 맞은편 본부석에서 자신이 만든 스토리의 결말을 감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평범했던 일반인에서 대한민국 격투계를 이끌어나갈 태풍의 눈으로 성장한 무채색필름의 검정의 인생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블랙컴뱃의 철학을 관통하는 스토리텔링

대회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무대를 보는 검정의 심리는 복잡미묘했다. 특히 이번 대회의 경우 직접 뛰는 선수가 아닌 대회장으로서 맞는 첫 대회이기에 준비할 것도 많았고,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고, 세번째 스토리의 피날레 무대를 남겨두고 있다.

"사실 첫 번째 두 번째 대회도 지금이랑 별반 다르지 않게 똑같이 개최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저번에 했던 걸 똑같이 하는 것 같지만, 공식 단체로서 시작 한다는 점이 잘 실감이 안 납니다. 대신 공식 단체로서 대회를 연다는 걸 저희가 인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도 느껴지기도 합니다."

무채색필름의 시작은 미약했다. 유튜브 시작 초기 여러가지 이슈를 다루는 유튜브였지만, 논란을 만들어내며 격투팬들에게 인식은 좋지 못했다. 순간 타올랐다 사그라지는 여느 유튜버들처럼 무채색필름 역시 그저그런 유튜버로 남을 수도 있었다.

검정 역시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유튜브를 시작하고 구독자 1천명을 찍기까지 6개월이 걸렸던 것 같다. 아마 무채색필름이 멤버들이 아니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암울했던 나날이었다. 하지만, 2021년 12월 타 유튜버와 있었던 일련의 사건은 무채색필름과 블랙컴뱃의 운명을 바꾼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무채색필름의 리더 검정은 이를 기회로 삼았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갈등의 구도를 구체화했고, 이 갈등구도를 격투대회로 폭발시키는 스토리를 기획했다. 

"역사의 흐름이라고 할까요? 하늘이 저에게 주신 기회가 언제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이때일지 않을까 싶어요 그럴 정도로 일련의 사건이 저에게는 굉장히 의미가 있었던 스토리였습니다."

이 스토리텔링을 시작으로 복싱 국가대표 출신인 신종훈과의 매치업은 검정이 쌓은 에피소드 시즌 1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는 마지막 코스였다. 2월 24일 펼쳐진 본 경기에서는 대부분의 좌석이 매진되었을 정도로 분위기는 용광로처럼 달아올랐고, 검정이 단순한 유튜버가 아닌 본격적인 셀러브리티로 진화했음을 이야기하는 하나의 스토리라인이 되었다. 이렇게 블랙컴뱃은 단순한 격투대회가 아닌 스토리텔러형 격투대회라는 새로운 개념을 정착시켰고 격투팬들은 무채색필름이 만들어낸 주인공에 이입해 그의 승리를 응원하며 몰입하기 시작했다.

검정은 자신이 만들어낸 스토리텔링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가졌고, 자신의 생각들을 선수들의 갈등구조에 투영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그는 이야기했다.

"제가 옛날부터 이야기를 만들거나 아니면 창작하는 거를 좋아해서 문화생활도 많이 즐겼고, 영화나 책도 많이 좋아해서 즐겼던 경험이 베이스가 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다녔던 학과가 역사학과에요 역사가 또 스토리 아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스토리텔링에 조금 강한 측면이 생긴 것 같습니다."


스토리텔링의 스노우볼, 연출과 공격적인 룰로 빚어낸 예술

이후 6월 펼쳐진 
블랙컴뱃 Ⅱ : 다크 나이트 비긴즈는 1회 대회에 자신감을 얻은 무채색필름이 오디션부터 만들어낸 빌드업이었다. 블랙컴뱃 프로 오디션부
터 선수들은 각자의 갈등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 라인을 차근차근 쌓았고 스토리 라인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곳이었던 월드 오브 몬스터짐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대회 시작 두 시간 전부터 팬들은 장사진을 이루며 블랙컴뱃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입증했다. VIP를 비롯한 티켓은 모두 매진되었고, 티켓 파워 역시 국내 그 어떤 격투대회들도 거둘 수 없었던 수익을 내며 블랙컴뱃의 엄청난 인기를 증명했다.

이후 무채색필름은 블랙컴뱃 챔피언스리그라는 타이틀을 통해 국내 격투기 사상 최초로 단체전 제도를 채택했고, 많은 팀들이 챔피언스리그에 참여하며 더 좋은 인재들을 찾아나서는 여정에 나섰고, 주류 격투기계에서도 주목하는 신성들을 찾아내며 차기 대회를 준비했다.

"챔피언스리그는 저희 팀원들은 알겠지만, 무채색필름 시작할 때부터 둘이 팀전 하면 진짜 재밌을 거다.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처럼 팀전으로 만들어서 전통과 역사를 쌓게 되면 이렇게 경쟁력 있고 재밌는 스포츠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고, 꼭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이루게 되었네요."

"사실 공식 대회를 선언하고 나서 많은 분들이 약점으로 생각한 것이 선수풀이었어요 대부분 다들 소속이 있잖아요 그래서 선수풀을 위한 승부수로 던진 게 챔피언스리그입니다. 프로 오디션을 딱 한 번 열었는데 그 한 번에 굉장히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좀 굵직굵직한 이름들의 선수들이 영입이 되었고 지금은 선수들이 100명 좀 넘는 것 같아요. 물론 시즌 1보다는 주인공이 한 50명에서 60명 되니까 컨텐츠의 재미는 떨어졌을지 몰라도 단체로서 얻어가는 이득은 충분히 얻어갔다고 봅니다. 하나를 잃는다면 하나를 얻어가는 것이고 그 얻어가는 것이 크다면 어느 정도 잃어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검정이 생각하는 블랙컴뱃의 아이덴티티

공식 대회를 런칭하면서부터 그는 두가지의 철학을 갖고 대회를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가장 먼저 선수들을 위한 대회가 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블랙컴뱃의 파이트머니는 여타 다른 대회들을 상회한다. 물론 UFC 정도의 금액은 아니지만, 충분히 운동으로 먹고 살 수 있는 파이트머니를 지급하고 있다. 검정은 자신이 가져가는 것은 많이 없을지는 몰라도 선수들 위해 대회를 한다면 선수들이 그만큼 자신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줄 것이고 이것이 흥행의 발판이 되리라는 것을 무엇보다도 잘알고 있었다.

"보통 국내 격투기 같은 경우는 초창기가 어려워요. 후원사도 모아야하고 투자도 제대로 못받고 그래서 아무래도 선수들 중심으로 해줘야 된다는 걸 다른 단체들도 알지만 그게 잘 안 됩니다. 그래서 우선 단체부터 생존하자 이런 느낌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되는데 그래도 저희는 뭔가 고집 아니면 고집이죠. 
단체가 좀 힘들어질 수 있어도 선수들이 먼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어필이 돼야 되고 선수들이 인기를 얻어야 단체가 산다라는 생각으로 선수 중심으로 화력을 집중하다 보니까 팬들이 저희의 마음을 읽었는지 선수들의 팬클럽이 생기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많이 힘이 나요."

"그리고 제가 경기를 준비하면서, 그리고 무채색필름 초창기 시절부터 저희는 계속 선수들을 가장 가까이서 접하고 촬영하면서 그들의 삶을 느끼기 좋은 위치였거든요. 선수들을 보며 그들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굉장히 오래전부터 있었는데 지금 상황이 그런 진심을 뭔가 실현 할 수 있는 상황이 그래도 왔으니까 기회가 온 김에 대우를 확실히 해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는 22일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펼쳐질 '블랙컴뱃 Ⅲ LET THE LION ROAR'가 펼쳐진다. 개혁과 혁신 그 자체였던 이전 대회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회 역시 격투팬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룰을 채택했다. 그라운드 상태의 상대 선수의 안면을 가격하는 사커킥을 비롯해 스탬핑, 그라운드 니킥 등 대부분의 격투대회에서 완전 금지, 또는 부분 금지인 룰을 모두 풀어 공격적이고 역동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했다.

룰 개정과 함께 자신들의 근본인 스토리텔링 역시 빼놓지 않았다. 특히 로드FC 미들급 챔피언 출신의 양해준과 '화이트베어' 최원준은 매치 성사 직후 서로 트래시토크를 오고갔을 정도로 첨예한 대립구조가 짜여졌고, 지난 14일 있었던 미디어데이 및 계체량 행사에서까지 첨예한 이어졌을 정도였다. 검정 역시 이 매치업에 큰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해적왕' 이강남과 '파이톤' 김성빈 밴텀급 타이틀전을 비롯해 '헌터' 박종헌과 '영타이거' 이영훈이 또 한번 운명의 맞대결을 펼친다. 이미 그들의 라이벌리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첨예해졌고, 케이지에서 또 한번 폭발할 예정으로 많은 팬들을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이어, 라이트급에서는'비밀병희' 임병희와 '곰주먹' 김정균이 외나무 다리 승부를 펼칠 예정이며 밴텀급에서는 '빅마우스' 김동규와 '김관장' 김성재, 페더급에서는 '빡세' 이진세와 '찐홍이' 홍종태가 겨룬다. 블랙컴뱃의 아이콘인 '바이퍼' 김성웅과 '조커' 정도한의 플라이급 경기도 주목할 수 있는 경기다. 

과연 '천국'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파라다이스 시티, 거기에서 펼쳐질 남자들의 처절하고 피비린내 나는 승부의 결말은 어떻게 지어질까? 검정에게 블랙컴뱃이란 어떤 존재인지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져보았다.



"저에게 블랙컴뱃은 혁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원래 격투기뿐만이 아니라 그냥 사회 전 분야에 걸쳐서 조금 혁명을 꿈꾸는 혁명가인데 그 시작을 블랙 컴벳으로 할 수 있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 전우들인 무채색필름 식구들과 함께 그 혁명을 완성해보고 싶어요."

"좀 빠를 수도 있지만 있지만 이미 지금 많은 해외 단체에서 연락이 많이 와요. 블랙컴뱃과 협업을 하자 많이 오는데 이름만 들어도 아실 단체들이 많아요. 그렇다면 이제 글로벌한 프로젝트를 기획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고 있고 또 이게 저희만의 힘으로는 좀 부족할 수 있지만 또 글로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몬스터짐이 함께하고 있기 때문에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그림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검정은 22일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펼쳐질 '블랙컴뱃 Ⅲ LET THE LION ROAR'의 자리를 빛내러 올 팬들을 향한 감사의 인사도 빼놓지 않았다.

"제가 UFC도 직관을 가보고 뭐 다른 단체들도 직관을 많이 가봤는데 정말 블랙컴뱃 직관만큼은 오셨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물론 저희가 초창기이기 때문에 조금 부족한 분이 많을 수도 있지만 그 부족한 부분들도 다 상쇄시킬 만한 감동이 있고 그 전율이 있다는 점은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이 격투기를 보기 위해 이렇게 귀중한 시간과 돈을 들이면서 여기 이 먼 곳 영종도까지 와서 저희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진=총명위, 이지은
글=반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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