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의 전반기는 암울했다. 19경기에서 13골, 그야말로 득점 가뭄이었다. 올 시즌 야심차게 데려온 외국인 선수 세바스티안 그로닝은 득점을 기대하기 힘든 기량을 보여주며 전력 외 판정을 받았고, 김건희 전년 시즌만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에 공격수 영입을 고심하던 수원의 레이에 들어온 것은 안병준이었고, 여름 이적시장 막바지 치열한 영입전 끝에 영입에 성공했다. 수원의 핵심 수비수였던 이한도를 내주고 단행한 트레이드였을 정도로 수원이 얼마나 안병준의 영입과 득점 해결을 위해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안병준의 영입 이후 수원의 득점력은 조금씩 살아났다. 안병준과 오현규가 함께 호흡을 맞추자 골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3골이던 득점은 41골까지 늘어났고, 특히 오현규는 후반기에만 무려 10골을 몰아넣었을 정도로 안병준의 영입은 수원에겐 큰 힘이 되었다. 본인 역시 17경기에 출전해 6골을 넣으며 공격에서 자신의 몫을 해줬다.

지난 16일 친정팀이었던 수원FC와의 경기는 안병준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던 경기였다. 1대0으로 리드하던 후반 4분 안병준의 왼발 패스가 명준재에게 정확하게 떨어졌고 명준재는 돌파 후 컷백, 오현규가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팀의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이전 수원에서 볼 수 없었던 완벽한 역습 플레이가 나온 순간이었다.

안병준은 이에 그치지 않고 후반 추가시간 강현묵의 패스를 받아 왼발 터닝 슈팅으로 3대0을 만드는 쐐기골까지 뽑아냈다. 함께 강등 플레이오프 경쟁을 펼치는 서울과 다득점을 똑같게 만드는 결정적인 골이었다. 수원 이적 후 처음으로 머리가 아닌 발로 넣은 골에 안병준은 포효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안병준은 평정심을 유지했다. 아직까지 수원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믹스트 존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도 안병준은 여전히 수원팬들에 대한 미안함을 보이고 있었다.

안병준은 "90분을 통해서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상대는 잔류가 결정되고 약간 동기부여 면에서는 우리랑 차이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우리가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그게 결과로 나타나서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수원 이적 후 처음으로 발로 넣은 골, 안병준은 "이렇게 다섯 골 연속으로 헤더로 골을 넣은 게 처음이다."라고 웃어보였다. 하지만, 이내 최고의 크로스 머신 이기제에 대한 칭찬으로 이어졌다.

안병준은 "다섯 경기 연속으로 헤더로 넣을 수 있던 이유가 기제라는 진짜 최고의 크로스 올려주는 선수가 있어서 아마 넣을 수 있었다 생각한다. 오늘은 발로 넣었지만 어디로 넣든 골만 들어가면 상관없다."라고 골잡이 다운 자세를 보였다.

강등 플레이오프에 갈 수도 있는 위기의 팀에 있는 골잡이라는 책임감도 안병준은 갖고 있었다. 안병준은 "확실히 선수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홈에서나 원정에서나 최고의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팬들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놓여있는 상황에 대해 죄송한 마음도 든다. 우리의 책임감은 경기장에서 뛰는 모습으로 보여드려야 되기 때문에 선수 각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안병준은 승강플레이오프의 경험을 갖고 있다. K리그2 득점왕의 자리에 올랐던 2020년 그는 경남과의 승강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수원FC의 승격을 이끌었다. 승강플레이오프에 대한 질문에 그는 "그때 이후로 다시는 안하고 싶은데"라고 웃어보였다.

안병준은 "그때는 그래도 승강 플레이오프가 아니라 승격 플레이오프였기 때문에 우리도 뭔가 올라가겠다는 마음이 컸고, 지금은 1부 팀으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맞이하는 것이기 때문에 좀 기분이 좀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 다시는 플레이오프 경험을 안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때가 되어야 알겠지만 어떤 상황이 되든 일단 현실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안병준, 그가 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팬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안병준은 "수원삼성이라는 팀에 오기 전부터 전 팬분들이 엄청 열정적이라는 얘기는 듣고 있었는데 실제로 여기서 선수로서 뛰어보니 열심히 뛸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팬분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함께 이 상황을 같이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라고 각오를 다졌다.

후반기 수원에 찾아온 한줄기의 희망 안병준, 그의 투혼과 헌신이 1%의 기적을 만들어내는 기폭제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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