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몸은 허약했다. 약해진 몸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학창시절 태권도를 시작했다. 하지만, 경쟁사회에 던저져 패배만을 쌓아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회의감을 느꼈고 전역 이후 그는 발차기를 멈췄다. 하지만, 그는 매트 위가 아닌 트레이닝 기구에서 새로운 발차기를 시작했다. 태권도를 하며 피지컬을 키우기 위해 시작했던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였고 점점 좋아지는 자신의 몸에 만족감을 느끼며 트레이너의 세계에 입문한지 어언 20여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대한민국 피트니스의 세계도 많이 변했다. 과연 트레이닝 현장에 있던 20년, 자신과 대한민국 피트니스 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허승 트레이너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몬스터짐 광화문 센터에서 만나보았다.


서울시 종로구 내수동에 위치한 몬스터짐 광화문 센터의 전경

허승의 트레이너 생활은 태권도를 그만둔 이후 찾아왔다. 당시를 회상하며 "대학교 때도 태권도장 옆에 트레이닝장이 있었다. 왜 항상 모든 종목에 선수들이 다 해야 되는 거니까 거기서부터 웨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저 혼자 운동하고 혼자 내몸을 평가하고 소위 말해서 몸에 취하고, 이런 것들이 좋아서 계속 운동을 했고, 또 몸의 근육도 생기고 이런 과정들이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허승 트레이너의 회상이다.

용산에 있는 사회복지관에서 트레이너로서의 첫 발을 내딛은 허승 트레이너, 그가 트레이너에 처음 몸을 담은 당시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에는 구체적인 트레이너라는 개념이 자리잡히기 전이었다. 허승 트레이너는 "피트니스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다. 당시에는 남자보디빌딩 여자보디빌딩 이런 거 밖에 없었고 운동만 하고, 달걀 먹고 이러면 다 좋아하지는 것이라고 다들 알고 있었다. 과학적인 개념이 전혀 자리잡히기 전이었다. 보디빌더들도 방송에 나오지도 못했고, 무식하고 힘만 센 캐릭터로 코미디 프로를 나왔던 시대였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몬스터짐 광화문 센터 허승 트레이너의 수업 모습

그렇게 열악했던 피트니스 시장 속에서 허승 트레이너는 자신과의 싸움을 펼쳐나갔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공부를 하고, 태권도 선수 시절 느꼈던 트레이닝 경험까지 모두 회원들에게 알려주며 살아온 것이 어언 20여년, 물론 역경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가장 암담했고, 트레이너 생활을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

"제가 일하던 체육관이 두 곳이나 망했어요 대표가 소위 말해서 부도를 내고 야반도주를 했어요. 급여도 못받았죠 그런 일을 연달아 두 번을 당했어요. 그래서 아 이게 나랑은 안 맞는 건가 나는 생각도 했고 다른 일을 한번 해봐야 되나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그럴 기회도 많지 않았고 하려고 찾아보니까 막상 제가 잘하는 일을 찾기가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제일 잘하는 트레이너 일에 매진하자고 생각을 해서 악착같이 버텼어요."

그렇게 허승 트레이너는 대한민국 1세대 피트니스 트레이너로서 인정을 받는 트레이너로 성장하게 되었다. 트레이너로 성장한 것보다 기쁜 것이 바로 자신이 가장의 역할을 해냈다는 기쁨이었다. 그의 아이는 최근 대학교에 진학했다. 트레이너 생활을 해오며 아이의 뒷바라지는 물론 학비까지 모두 지원할 수 있었다는 것이 트레이너로서 가지는 그의 보람과 긍지였다. 그는 "얘가 잘 크고 가족 다 건강하고 아이가 대학교에 들어갔는데 학비를 다 댄 것이 '트레이너 생활하면서도 이렇게 살 수 있다  큰 돈은 못 벌어도 이렇게 잘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가 제일 기뻤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제 그는 베테랑 트레이너로서 많은 후배들을 지켜보고 있다. 특히 상전벽해가 되어버린 피트니스 시장 속에서 이제는 비전공자들도 피트니스 트레이너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되어버렸기에 후배들을 바라보는 선배의 시선은 더욱 날카롭다.

비전공 트레이너에 대한 그의 시선은 어떨까? 그는 "원래 트레이너를 뽑을 때 비전공자들을 안 보려고 했다. 그래도 관련학과에 대한 공부를 해서 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더 낫지 않겠느냐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다 점점 비전공자들이 많아지고, 비전공자들이 몇 명 뽑았는데 뽑고 나니까 비전공자들이 일을 더 잘하더라. 본인들이 스스로도 나는 비전공자기 때문에 이 친구를 보다 이 사람들 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공부하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전공과 비전공자와의 차이는 없다고 본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허승 트레이너는 트레이너들의 진입장벽이 다른 한편으로 낮아지는 것에 대해서 경계했다. 그는 "
트레이너라는 직업이 20대나 30대에 잠깐 하는 직업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서 조금은 아쉽다. 당분간 이걸하면서 다른 거 해 보자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이거 내가 이 회사에 들어와서 내가 수업이 많아지고 수입이 많아지니까 가끔 내가 정말 잘 나서 이 돈을 받고 일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근데 그것은 아니다.  고객들이 회사를 보고 와서 운이 맞아 만나게 된거지 본인이 잘나서 된 게 절대 아닌 것을 알면 좋겠다."라고 뼈있는 한마디를 전했다.



트레이너들에게 좋은 헬스장을 고르는 팁도 물어보았다. 그는 우선 "집 또는 회사와 무조건 가까워야 한다.
 체육관에 아무리 좋은 기구가 있어도 차타고 30분, 버스 타고 20분을 가는 곳은 처음에 몇 번은 가겠지만, 발길을 끊게 된다. 본인이 조금 더 자주 갈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가자마자 등록하거나 내일부터 당장하는 것 보다는 일주일에서 보름정도 체육관을 보면서 트레이너들이 수업하는 것을 보거나, 회사의 블로그나 SNS, 홈페이지를 보면서 조금 더 시간을 들여서 능동적으로 체크를 한 후에 선택을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조언했다.
현재 일하고 있는 몬스터짐 광화문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 그는 "2018년 5월에 일을 시작했으니 4년이 조금 넘었다. 그동안 여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는 기구도 많이 없었지만 기구도 생기고 매니아층부터 노약자층까지 커버할 수 있는 헬스장이 되었다. 운동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공간이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내보였다.

마지막으로 허승 트레이너에게 자신이 어떤 트레이너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저는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 꿈입니다. 굵고 임펙트가 있는 트레이너가 되기 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트레이너, 하지만 지식이 많아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트레이너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회원님과 저와 서로 존중하면서 소통하며 운동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글 = 반재민
사진 =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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