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위가 부담감을 이겨내는 방법 : LPGA 랭킹 1위 고진영의 이야기 
지난해 고진영은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지난 7월 VOA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9월 캠비아 포틀랜드 클래식과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까지 4승을 쓸어담으며 넬리 코르다와 치열한 랭킹 1위 경쟁을 펼쳤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통산 5승을 기록, 4승으로 동률이었던 넬리 코르다를 제치고 다승왕까지 차지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고진영의 전성시대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기세는 2022년까지 이어졌다. 본인의 첫 출전 대회였던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기세를 이어간 고진영은 랭킹 1위를 다투전 넬리 코르다가 혈전이 생겨 자리를 비우면서 1위의 자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33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과 16라운드 연속 60타대 기록은 덤이었다.
미국 본토로 돌아와 JTBC 클래식 공동 4위에 오르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한 고진영은 비록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공동 53위로 숨을 골랐다. 그리고 고진영은 다음주에 있을 롯데 챔피언십을 건너뛰고 21일부터 펼쳐지는 디오 임플란트 LA 오픈부터 출전할 예정이다.

올 시즌 첫 대회부터 첫 메이저 대회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고진영은 2022년 자신의 첫 달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사실 HSBC 대회 전에 제가 우승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우승을 해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고,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갔는데 우승하고 집에 가면 정말 기분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몸 컨디션이나 이런 것들은 나쁘지 않은 편인 것 같습니다."

올 시즌 고진영을 지탱하고 있는 힘은 바로 부모님이다. 최근 부모님이 고진영의 일상생활을 돕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왔다고 이야기하는 고진영은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부모님이 처음으로 캘리포니아 대회를 처음으로 오셨는데 너무 좋다고 하셨어요. 비록 부모님은 힘드시겠지만 부모님이 오는 시기에는 저녁을 항상 해주시기 때문에 맛있는 밥을 먹고 또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좋아요. 단점이라고 하면 부모님이 너무 힘들어 하시는 것 그걸 보는 지켜보는 게 좀 힘든 것 같습니다."
올 시즌 첫 대회부터 따낸 우승, 하지만 고진영은 자신의 우승 기록에 크게 개의치 않으려 한다. 그의 말 속에서 '우승은 어제 내린 눈일 뿐이다'라는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감독 라누스 미헬스의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시즌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승은 작년에 너무 잘 했으니까 내가 너한테 주는 상이야 이런 느낌이고, 기분 좋게 스타트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첫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보니 조금 욕심이 날 수도 있겠지만 이 욕심을 얼마나 제 스스로 컨트롤을 잘하냐에 따라 올 시즌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지 못 할지 판가름이 날 것 같습니다."

"이제 시작하기 때문에 뭐 항상 몇 승을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제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편안하게 경기를 좀 하고 싶고 제가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최대한 낼 수 있다면 언제라도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우승보다 더 많이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자리에서 오는 부담감은 언제나 선수를 짓누른다. 언제라도 뺏길 수 있는 최고의 자리, 고진영은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다그쳤다. 때로는 완벽주의자의 모습으로 자신을 채찍질했고, 그것은 오히려 자신을 향한 족쇄로 작용할 때도 있었다. 고진영은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싶어한다.
"사실 부담감은 없어요. 그저 제가 제 스스로한테 만족을 항상 못하기 때문에 조금 완벽주의자성향으로 조금 저를 조금 더 계속 몰아붙이고 '조금 더 더 해야돼 더 해야돼' 이런 압박을 스스로에게 하면서 골프를 치는 스타일이었는데 돌이켜 보니까 19년 동안 골프를 치면서 계속 그래왔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니 지금까지는 그렇게 제 스스로를 조금 몰아붙이면서 했던 게 도움이 됐다면, 제가 지금부터 앞으로 몇 년 동안 골프를 더 치기 위해서는 그렇게 몰아붙이는 게 크게 좋은 방법인 것 같지는 않아서 앞으로는 조금 더 제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고 조금 더 편안하게 골프를 해야 된다는 결론을 얻고 스스로에게 조금 더 놓아 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열심히 좀 몰아붙이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데 그동안 습관이 돼서 그런지 좀 놓기가 힘들긴 하더라고요."
쉽지 않은 길에도 고진영이 걸어갈 수 있는 이유는 반려견인 대박이의 존재가 크다. 자신의 휴대전화 케이스에도 새겼을 정도로 대박이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느끼고 있는 고진영은 골프가 아닌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가졌다고 말하고 있다.

"대박이는 저와 7년동안 같이 생활하고 있고, 새끼 때부터 봤는데, 이제는 저만 보면 제 무릎 위에 계속 올라와서 앉아있거나, 제 품에서 안겨서 자요."

"그걸 볼 때마다 내가 직접 낳은 아기는 얼마나 예쁠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아직 아기를 낳는 상상은 좀 이르긴 하지만 대박이를 같이 키우면서 저도 진짜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구나 조건 없는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줄 수 있구나를 느끼면서 이런 게 약간 모성애라는 건가 생각도 들고 재미있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많이 드는 것 같아요."
대박이를 통해 힐링을 얻었다면, 비시즌에 고진영은 자신의 골프에 대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시즌이 끝난 후 고진영은 모든 연락을 끊고 한동안 절에 들어가 있었다. 템플 스테이를 하기 위해 간 것이었는데 고진영은 여기에서 많은 것들 얻고 돌아왔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는 한 몇 주 동안 여행도 여기저기 다니고 또 뭐 여러가지 경험을 좀 해봤어요. 제주도 여행도 부모님과 함께가고, 해돋이도 보고 템플스테이라는 것도 한번 해봤고,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정말 행복하게 보냈던 것 같아요."

"명상은 항상 하고 있는데 지난 시즌을 정말 더 없이 행복하고 감사하게 보냈기 때문에 올 시즌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조금 핸드폰도 차단시켜 놓고, 외부랑 조금 차단시켜 놓고 제 자신에게 조금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을 조금 갖고 싶어서 먼 산골짜기로 들어가서 명상을 했습니다."


그는 명상에서 얻은 깨달음을 필드 위에 풀어내려 한다. 최고를 지키는 것 아직은 어렵지만, 고진영에게는 자신에 대한 철저한 객관화와 함께 여유를 통해 수많은 난관을 헤쳐나가려 하고 있다. 과연 고진영은 자신이 얻은 깨달음을 앞으로 잘 풀어낼 수 있을까?

"정말 제가 지금 골프를 하면서 정말 이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아도 되나 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너무 응원해주시고 또 이렇게 격려해주시고 또 유튜브나 SNS까지 통해서도 응원의 메시지를 너무 많이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퍼포먼스를 내고 싶어요. 또 제가 좋아서 하는 골프인데 정말 많은 분들이 더 행복해 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한 마음이고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정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진, 영상 = 미국 칼스배드 홍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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