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자른 머리, 그 속에 담은 의지 : NPC 리저널 클래식 피지크 우승자 김태형
스님이 삭발을 하는 이유는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이 이어져있는 연결고리를 끊는 것을 의미한다. 주위의 말이나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내면의 마음을 가지고 수행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머리를 자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2022년 1월 1일 한 보디빌더가 노랗게 물들였던 머리를 깎았다. 그것은 과거 나태했던 자신과 단절하는 삭발이었으며, '도시의 수도승'이라는 보디빌더의 별칭처럼 자신의 운동에 더욱 정진하겠다는 또 하나의 의지였다.

그리고 그 의지는 그랑프리라는 빛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번뇌 끝에 얻는 극락처럼 도시의 수도승은 그랑프리라는 극락에 올랐다. 바로 2월 NPC 리저널 클래식 피지크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태형의 이야기다.
학창시절부터 운동부를 하며 본격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에 입문한 김태형, 이미 초등학생 시절부터 웨이트트레이닝에 매진했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지만, 정작 보디빌딩은 몰랐었던 아이였다.

그리고 그 아이는 15년 후 2월 펼쳐졌던 NPC 월드와이드 코리아 리저널에서 오버롤을 차지한 어엿한 클래식 피지크 선수가 되었다. 그의 머릿 속에는 머리를 밀었던 2022년 1월 1일이 떠올랐다.

"2021년까지 노란색으로 탈색 머리를 했었는데, 22년 1월 1일 새해 마음 가짐으로 머리를 짧게 짤랐습니다. 그만큼 운동에 대한 의지를 다잡게 되었고 2월 NPC 리저널 대회를 죽기살기의 각오로 준비했습니다."

열심히 몸을 만들어 나갔지만, 자신의 몸이 얼마나 좋은지는 아직까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이번 NPC 리저널 오버롤은 김태형에게 있어 더욱 의미가 깊은 성적이었다. 김태형 역시 자신의 성적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었다.

"오버롤까지 성적을 낼 수 있다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오버롤까지 받게 되어 너무 얼떨떨했습니다. 당시 좋은 성적보다는 몸이 발전했다는 만족이 컸기에 순위를 크게 신경 안쓰고 있었는데 좋은 성적까지 받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2014년 첫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했을 때부터 김태형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나갔다. 힘들 때도 있었고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김태형은 그때마다 자신이 보디빌딩을 시작할 때 가졌던 다짐을 되뇌이며 이를 이겨냈다.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노력은 배신 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매일하고 있어요. 무대 위에서 후회 하지 않기 위해서 매일 같이 저 말을 반복이며 훈련했습니다. 8년 전, 제가 첫 무대에 나섰던 그때부터 계속해서 되뇌이던 말이었는데 조금 씩 그 단어의 의미를 알아가고 있어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하늘은 그의 노력을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무대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체급별 결승전에서 그의 몸은 반짝이고 있었다. 오일이 너무 많이 있었다. 오일링이 과다하다는 심사위원의 지적을 받고 김태형은 아차했다. 그 순간에 대해 김태형은 "가장 긴장되고 당황한 순간이었다."라고 웃어보였다. 
"선수 대기실 들어갔는데 다들 오일링 작업을 하며 몸을 풀고 있었는데, 당시 오일링 작업에 대해 얘기를 듣지 못해서 저도 몸에 오일링 작업을하고 무대 올랐습니다. 그런데 무대 위에서 오일링 문제로 인해 심사 점수가 안좋게 나올 수 있다라는 말을 듣고 아차 싶었습니다.

체급전 1위를 차지한 후 바로 대기실에 가서 바로 오일을 수건으로 닦았는데 잘 안지워지더라구요. 그래도 다행히 좋은 성적을 받았기 때문에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는 실수 없이 무대를 준비하려 합니다."


당황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김태형은 당당히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자신의 목표인 IFBB 프로카드로가는 길에 한발짝 다가섰다. 프로카드가 쉽지 않은 자리이지만, 김태형은 자신이 걸어온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고 다음을 준비하려 한다.

첫 대회와 비교했을 때에는 엄청 많이 성장했습니다. 그땐 -60kg, -65kg 급으로 나갔어도 좋은 성적은 받지 못했는데, 지금은 상하체 전체적으로 사이즈도 많이 성장했고, 근육의 질 또한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등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이 들어요. 아직 전체적으로 부족하지만 신체적인 부분에 등이 부족해서 다른 부위에 비해 등 훈련을 많이 했고 성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도시의 수도승' 남들이 걸어가기 힘든 길이지만, 김태형은 기꺼이 자신을 버리며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수행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자신이 행복한 길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더욱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단체에 있는 대회를 나가서 좋은 성적을 받는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한테 좋은 선수로서 인정 받는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보디빌딩이라는 것에 더욱 애착을 갖고 열심히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지금도 행복하지만, 더욱 행복하게 보디빌딩에 임하고 싶습니다."
사진=몬스터짐 DB, 김태형 선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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