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준이 드디어 깨어났다. 자신의 장기인 발로 시즌 마수걸이 골을 작렬시키며 포효했다.

수원은 3일 오후 7시 춘천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3 13라운드 강원FC와의 원정경기에서 한호강과 안병준의 연속골에 힘입어 2대0 승리를 거뒀다. 김병수 신임 감독의 첫 승이자 수원의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승리였다.

이날 수원은 승점 3점 만큼 큰 수확이 있었다. 바로 아픈 손가락이었던 안병준의 득점포가 13경기 만에 폭발한 것이었다. 안병준의 골은 올 시즌 수원의 농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큰 요인 중 하나였다. 외국인 공격수인 뮬리치가 제 몫을 못하는 상황에서 안병준의 책임감은 더욱 무거웠다.

선수 본인의 결정력 문제도 있었지만, 안병준을 이용한 세부 전술 설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헤더보다는 발목의 힘이 강점인 선수인 안병준은 수원FC와 부산 시절에서도 머리보다는 강력한 중거리 슛과 프리킥을 통해 골을 뽑아냈던 선수였다.

지난해에는 이기제의 크로스가 워낙 정확해 헤더골이 부각되기도 했지만, 그의 1옵션은 바로 발이다. 특히 이기제의 루트가 막힌 올 시즌에는 안병준의 발에 볼이 많이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머리로 오는 통에 제대로 된 플레이를 보여줄 수가 없었다.

무득점은 1경기, 2경기 늘어 12경기까지 늘어났고 안병준의 부진과 함께 수원은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역시 "너무나도 힘든 시간이었다."라고 되뇌였을 정도로 팀과 본인에게 힘든 시간이었다.

좌절하던 그에게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고, 그 변곡점은 빠르게 찾아왔다. 바로 김병수 감독의 부임이었다. 김병수 감독이 팀에 온 후 가장 중점적으로 둔 점은 안병준을 살리는 것이었다. 정적인 움직임 보다는 안병준의 장점인 발을 이용한 플레이를 주문했고, 활발한 움직임을 강조하며 그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김병수 감독이 강원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안병준에게는 계속해서 골을 넣어주고 주문을 넣어주고 있다."라고 웃었을 정도로 수원의 반등에 있어서 안병준의 부활은 핵심 포인트였다.

부진 탈출에 대한 본인의 의지도 강했다. 이미 전북전에서부터 창조적인 움직임으로 수원 공격의 활력을 불어넣었고 강원전에서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움직임으로 강원의 골문을 노렸다. 수비수의 마크를 따돌리고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시즌 내내 괴롭혔던 결정력에 땅을 쳤고, 전반까지 무득점으로 침묵하며 부진이 장기화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안병준을 향한 감독의 신뢰는 두터웠고, 후반 13분 자신의 노력을 보상받게 되었다. 한국영의 패스를 가로챈 안병준은 드리블로 돌파하다 오른발 인스탭으로 강력한 슈팅을 날렸다. 공은 골문을 벗어나는 듯 하더니 뚝 떨어져 골망을 흔들었다. 유상훈 골키퍼도 손쓸 수 없는 멋진 골이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안병준의 장기였던 강력한 슈팅의 힘으로 만든 골이기에 안병준의 마수걸이 골은 더욱 의미가 컸다. 골이 들어가는 순간 안병준은 포효하며 원정 서포터 석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며 뒤늦은 마수걸이 골에 속죄했다. 팬들은 환호와 박수로 그의 시즌 첫 골을 축하했고 김병수 감독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안병준의 첫 골까지 더하며 수원은 승점 6점짜리 경기에서 2대0 완승을 거뒀다. 김병수 감독은 안병준의 골에  "월드클래스 골이었다. 힘만 있다면 병준이를 집까지 업고 가고 싶을 정도였다. 중요한 순간에 안병준의 골은 몇번이고 되돌려보고 싶을 정도로 멋있었다."라고 극찬했다.

이어서 "그동안 마음고생도 심했는데 이번 골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드디어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실마리, 안병준의 득점을 본 것에 대해 큰 만족감을 갖고 있었다.

안병준 역시 자신의 골이 있기까지 김병수 감독의 공헌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안병준은 "
김병수 감독과 많이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너무 부담감을 가지지 말고 편안하게 즐기면서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말을 해줬다."라고 이야기하며 김병수 감독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이어서 "감독님께 감사하다. 나뿐만 아니라 전체로 봤을 때 지금 우리 상황에서 감독님이 새로 온다는 것이 쉽지않은 결정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팀으로 오셔서 감사한 마음이 크고, 아직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좋은 방향성을 제시해주셔서 나도 그렇고 선수들도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라도 첫 골이 나와 안도감이 든다고 이야기한 안병준은 "우리가 성적이 좋지 않아도 열정적으로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하고 싶었다. 팬들에게는 정말 항상 감사하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아직 위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계속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라고 이야기하며 앞으로의 선전을 다짐했다.

과연 마수걸이 골을 신고하며 수원 삼성 반전의 실마리를 찾은 안병준이 팀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을 지 주목이 되는 이유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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