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감독의 축구를 흔히 '병수볼'이라고 한다. 감독 본인은 기본에 충실한 축구를 하지 병수볼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까진 아니라고 손사레를 치지만, 그의 철학과 전술은 선수들에게 깊은 울림을 이끌어내고 있다.

강원 시절 함께 몸담았던 선수들이 아직까지 김병수 감독을 따르고 존경의 이야기를 한다. 그들을 흔히 '신도'라는 우스갯소리로 표현하곤 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즌 2의 막이 오른 병수볼의 새로운 '신도'가 들어왔다.

그 1호 신도는 '수원의 레전드가 될 사나이' 염기훈이다. 염기훈은 지난 13일 강원과의 원정경기에 선발 명단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라운드에서 중심을 잡아주기 원하는 김병수 감독의 기대를 담아 나온 선발 출전이었다.

그리고 불혹의 염기훈은 그라운드에서 김병수 감독의 롤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볼을 키핑해내며 동료들에게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고 이따금 위협적인 슈팅을 보여주며 강원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그리고 수원은 강원에게 2대0 완승을 거뒀다. 경기 결과와 내용 흠잡을 곳이 별로 없는 완승이었다.

김병수 감독은 염기훈을 극찬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염기훈에 대해 "너무 훌륭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볼이 들어왔을 때 동료가 올 때까지 키핑이 되었다는 것이 좋았다. 원했던 것이 이런 부분이었고 굉장히 훌륭히 자신의 롤을 수행했다고 본다. 볼을 잡았을 때 편안함을 느꼈다. 정말 큰일을 했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불혹의 나이에 새로 배우게 된 축구, 비록 올 시즌을 끝내고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할 예정이지만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서운 법, 늦게 배우는 염기훈의 축구는 더욱 즐겁고 신난다. 염기훈은 경기 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병수 감독이 부임한 후 찾아온 새로운 수원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할 시간을 가졌다.

이날 승리에 대해 "감독님이 오신 이후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에게 무엇을 해야 되는지 또 경기장에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디테일적으로 많이 알려주셨기 때문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수들이 수행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뭉친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때보다 승리가 더욱 값지다."라고 김병수 감독과 함께한 첫 승의 감회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염기훈의 롤은 볼을 소유하며 동료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것, 염기훈은 이 롤을 100% 이상 수행해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염기훈은 "내가 등지는 것을 좀 좋아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감독님이 선발 기용했을 때 나의 역할이 뭔지 정확히 알려주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것들을 이미 알고 들어갔기 때문에 볼이 왔을 때 어떻게 해서든 우리 편에 연결하는 것을 생각했었다. 그런 모습들이 잘 나온 것 같았고, 후배들이 볼을 잘 받을 수 있게 잘 움직여줘서 다른 때보다 더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웃어보였다.

2010년 차범근 감독 시절 수원에 입단한 염기훈은 윤성효, 서정원, 이임생, 박건하, 이병근 감독까지 여섯 명의 감독을 보필했다. 그에게는 김병수 감독이 일곱 번째 감독이자 현역에서 지도를 받는 마지막 감독이기도 하다. 감독이 결정된 후 연락을 했을까?

이에 대해 "미리 김병수 감독님께 연락은 못드렸고 훈련장에서 만나서 인사를 드렸다."라고 이야기한 염기훈은 김병수 감독 부임 이후 찾아온 변화에 대해 "이전에는 팀이 따로따로 움직인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정말 우리가 하나가 돼도 모자랄 판인데 다들 내 것만 하려고 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고, 그런 얘기를 많이 했었다."라고 이전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서 "김병수 감독님이 부임하고 나서 그 얘기를 말씀을 하셨다. 우리는 하나로 돼서 나가야 된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감독님이 요구하시는 것들이나 큰 형으로서 얘기했을 때 동생들이 잘 따라와줬다고 생각을 한다. 동생들도 이 위기가 크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더 하나로 서로가 뭉치려고 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동기부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전 감독들과 훈련 스타일은 차이가 있을까? 이 질문에 염기훈은 "많이 다르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패스 게임 위주로 많이 훈련을 하고, 전술적인 것도 감독님께서 직접 다 가르쳐주시면서 디테일적인 부분들을 다 하다 보니까 선수들이 이해가 좀 더 빨리 되는 것 같다. 짧은 시간이지만 선수들이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가 무엇인지 좀 더 파악을 빨리 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김병수 감독의 훈련 스타일에 대해 설명했다.


김병수 감독 부임 이후 훈련 사진들을 보면 염기훈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본인도 그것을 알고 있을까? 염기훈은 "솔직히 훈련이 좀 재밌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훈련하는 자체가 또 훈련 나오는 그 자체가 재밌고 또 감독님께서 패스 게임을 하는데도 '어떻게 패스를 해야 볼이 잘 돌아간다.' 이런 것까지 집어주시다 보니까 매번 훈련 나오는 그 하루하루가 지금은 즐거운 것 같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고 앞으로 더 많은 승리를 앞으로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늦게 배우는 새로운 축구에 대한 즐거움을 이야기했다.

훈련 뿐만 아니라 경기장에서 뛰는 것 역시 즐거운 것이 염기훈의 요즘이다. 염기훈은 "솔직히 뛰어보니까 선수는 뛰어야 즐겁다는 걸 또 느꼈다. 그래서 뛸 수 있는 것은 물론 감독님께서 결정하시는 거지만, 나 역시 동생들과 경쟁을 할 것이고 계속 훈련도 하고 있기 때문에 나한테 주어진 시간은 제가 최선을 다할 것이다. 더 뛰고 싶은 생각이 더 큰 것 같다."라고 미소지어 보였다.

이정도라면 현역 연장을 진지하게 고려해도 되지 않을까? 이 질문에 웃으며 손사레를 친 염기훈은 "올해 끝으로 저도 선수를 마무리할 것이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김병수 감독님 밑에서 코치로서도 감독님이 하시는 축구를 좀 더 배우고 싶다. 선수생활 마지막에 좋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아서 요즘 정말 즐겁다."라고 웃었다.

김병수 감독 부임 이후 반등을 이뤄낸 수원이지만 아직까지 순위는 최하위다. 팀내 최고참으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분명히 있을 터, 염기훈은 "팬들에게 정말 죄송스럽고 또 큰 형으로서 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못 줬었고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많이 마음이 아팠다. 또 기존에 있던 감독 코치님들이 나가실 때도 너무 마음이 아팠었다."라고 무승에 빠졌던 지난 날을 되돌아봤다.

이어서 "지금부터라도 정말로 감독님 필두로 해서 예전에 수원의 모습이 단기간에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가고, 이 위치가 아니라 조금 더 중위권으로 갈 수 있는 팀이었으면 또 그렇게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큰 것 같다."라고 반등의 의지를 다졌다.

다가오는 울산전에 대해 "울산 선수들이 정말 축구를 재밌게 하더라. 정말 부럽긴 하다."라고 운을 띄운 염기훈은 "하지만, 우리 역시 감독님이 새로 오신 후에 즐겁게 훈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재밌는 모습들이 경기장에 분명히 나올 것이고, 확률이 적긴 하지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수원을 지지해주는 팬들에게 염기훈은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팬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 밖에 드릴 수 있어요. 인천전도 그렇고 전북전도 그렇고 많은 팬분들이 오셔서 감사해요. 저희는 팬들의 모습 때문에 뛰는 것 같아요. 저도 힘들지만 팬들의 응원소리로 한발짝 더 뛰었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고, 지금은 많이 힘들고 괴롭겠지만 반등할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있으니까 지금처럼 묵묵히 응원해주시면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사진=몬스터짐 DB,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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