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되는 팀은 이유가 있다. 올 시즌 K리그 데이터를 보면 그 팀의 성적도 보인다. 5월 한 달간 누적된 K리그1 패킹(패스) 데이터에 따르면 ‘익수볼’의 회복과 함께 FC서울이 약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성적 역시 파이널 A에 포함되어 좋은 내용은 좋은 성적을 가져온다는 것을 입증해재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5월 치러진 K리그1, K리그2 11~15라운드까지 각 5경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월간 패킹(패스) 데이터 부문별 TOP5를 15일(목) 발표했다. 4월에 이어 5월에도 울산 수비수 김영권이 패킹지수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이한범과 이태석 등 서울 수비수들이 랭킹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눈길을 끌었다.

김영권이 5월 5경기에서 성공한 패스는 모두 324개였다. 이 패스로 561명을 제쳤다. 2위 이한범이 성공한 패스 숫자(449개)는 김영권보다 많았다. 529명을 제치는 효과가 있었다. 3위 이태석은 270개의 패스 성공으로 패킹 449를 기록하는 효율을 보였다. 두 선수의 활약상은 ‘익수볼’의 회복을 의미한다. ‘익수볼’은 정교하고 견고한 라인 조정과 패스를 통한 볼의 운반을 중시하는 서울의 플레이 스타일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패킹(패스)지수는 패스의 효율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패스 하나가 동료에게 도달했을 때, 그 패스로 제친 상대 선수의 수를 의미한다. 패킹(패스)지수 상위권에 수비수들의 이름이 많은 이유다. 수비수들은 앞선의 선수들에 비해 중장거리 패스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먼 거리일수록 상대적으로 많은 선수를 제친다. 패킹(패스)지수는 이렇게 다양한 관점에서 경기를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 K리그 패킹지수는 총 패킹 숫자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2023시즌 서울의 변화는 ‘균형’과 ‘효율’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수비에서 균형을 회복해 승점을 확보하고, 공격의 효율을 통해 득점력을 높이는 스타일이다. 서울의 수비라인은 스리백(파이브백)과 포백을 오가는 변주를 보이면서도 단단한 조직력을 유지하고 있다. 라인을 높이 올리는 동시에 사이드백과 미드필더들의 전환 플레이를 통해 상대보다 더 많은 수비 숫자를 더 많이 두는 형태다.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수비라인의 중심에 이한범과 이태석이 있다.

이한범은 서울의 수비라인을 통솔하며 오프사이드 트랩을 구사하고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을 한다. 기록으로 보면 이한범은 수비 지역과 미드필드 지역에서 성공한 패스가 각각 202개, 242개였다. 패킹 기록은 수비 지역(패킹 154), 미드필드 지역(패킹 365) 모두 2위에 해당한다. 장거리 패스(30미터 이상) 부문에서는 1위였다. 34개의 장거리 패스에 성공해 138명을 제쳤다. 장거리 평균 패킹지수는 4.06으로, 장거리 패스 하나당 약 네 명을 제치는 효과가 있었다.

이태석은 수비와 공격을 넘나들며 힘을 보탠다. 방향을 전환하는 패스와 움직임으로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중거리 패스(15미터~30미터) 기록을 눈여겨볼 만하다. 122개의 패스 성공으로 244명을 제쳤다. 숫자만으로는 김영권(패킹 297), 이한범(패킹 266)에 다소 부족하지만, 평균 패킹지수는 2.00으로 TOP5 중 가장 높았다. 중거리 패스 하나로 상대를 제치는 효율에서는 김영권(평균 패킹 1.85)과 이한범(평균 패킹 1.04)보다 높았다는 의미다.

두 선수의 패스가 높은 효율성을 자랑하는 이유도 팀 스타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의 전방에는 연계와 운반에 좋은 능력을 보이는 선수들이 포진했다. 황의조, 임상협은 볼을 받아 순식간에 마무리 슈팅까지 이어갈 수 있는 자원들이다. 나상호는 볼을 받아 직접 드리블하며 침투하거나 슈팅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공격수다. 정확한 중장거리 패스를 보내면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 가능성이 커진다. 이한범과 이태석의 기록이 그 증거다.

서울의 약진이 눈부시지만 울산의 힘도 여전했다. 패킹지수 전체 1위에 오른 김영권은 3월과 4월에 이어 3개월 연속 랭킹 선두를 유지하는 저력을 보였다. K리그1에서 패스 효율성이 가장 높은 선수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김영권은 수비 지역(패킹 127)보다 미드필드에서 성공한 패스(패킹 393)가 훨씬 많았다. 그만큼 전진해서 빌드업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풀이할 수 있다.

여기에 파이널 서드(공격 지역) TOP5 중 3명이 울산 소속인 것도 눈길을 끌었다. 이규성이 공격 지역에서 82개의 패스 성공으로 131명을 제치며 1위에 올랐다. 박용우(패킹 106)와 이명재(패킹 102) 역시 같은 지역에서 각각 3위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적으로 자기 포지션보다 올라선 진영에서 상대를 흔들었다. 라인을 올리는 동시에 활발한 패스워크로 공격을 풀어가는 울산의 스타일이 반영된 기록으로 볼 수 있다.

K리그2에서는 후방 사령관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전남 센터백 장성재가 대표적인 선수다. 장성재는 5월 한 달간 4경기에 출전해 패스 성공 262, 패킹 308로 패킹 전체 1위에 올랐다. 미드필더 출신답게 수비라인과 미드필드를 오가며 전방으로 뿌리는 패스의 효율성이 높다.

패킹 전체 4위에 오른 원두재(김천)도 후방에서 팀을 지휘하는 역할에 충실하다. 원두재는 5월 3경기에 출전해 237개의 패스를 성공(패킹 288)시켰다. 본업은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김천에서는 수비라인까지 내려가 수비에 힘을 보태는 한편 빌드업의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역별 기록으로는 미드필드에서 가장 높은 패스 효율을 보인 선수로 확인됐다. 미드필드에서 182개의 패스 성공, 패킹 217을 기록했다.

한편 전체 2위는 ‘부천의 엔진’ 카즈의 자리였다. 카즈는 패스 성공 266, 패킹 294를 기록했다. 3위는 백동규(안양, 패킹 289), 5위는 차오연(천안, 패킹 285)이 차지했다. 백동규와 차오연 모두 수비 지역에서 시도하는 롱패스의 효율이 높았다. 특히, 차오연은 롱패스 23개로 패킹 116을 기록(평균 패킹 5.04)했다. 롱패스 하나로 선수 다섯 명을 제치는 위력을 보인 셈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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