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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필자와 최두호 선수와의 이야기를 적은 글로, 기존의 기사나 인터넷에서의 최두호 선수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아닌, 필자의 관점에서 본 최두호 선수의 인간성이나 그간 있었던 둘 사이의 소소한 이야기를 적은 글입니다. (사랑모아통증의학과 백승희 원장)


제 3편 이 세상 끝까지

마누엘 푸이그와의 데뷔전이 결정되고 두호는 피나는 훈련에 훈련을 거듭했다. 계속되는 부상으로 몇 차례의 연기를 거듭한 뒤에서야 두호의 데뷔전을 애타게 기다리던 국내 격투기 팬들의 갈증이 해소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미국 출국에 앞서 몸 상태를 체크하러 병원에 들른 두호에게 케이지에서 상대방과 마주하면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는지, 시합을 바로 앞두고 대기하는 순간이 많이 떨리지는 않는지 등 필자가 평소 궁금하게 생각하던 걸 물어보았다. "상대방에 대한 적의를 가지고 흠씬 두들겨 패 주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면 절대 경기를 이길 수가 없어요. 격투기는 싸움이 아닌 스포츠이기 때문이죠. 시합 시작하는 종이 울리면 상대방을 이리저리 탐색해 가면서 어떤 점이 그 선수의 강점인지, 어디가 약한지를 파악해 가면서 어떤 식으로 경기를 풀어갈지를 머릿속 에 그려가면서 경기에 임합니다. 그러다보면 경기가 쉽게 끝나곤 하죠."

평소 종합 격투기가 조금은 거칠고 야만적이라고 생각했던 필자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두호가 일깨워 준 것이다. 어쩜 이 녀석은 과거 프로 복싱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켰던 슈가레이 레너드처럼 종합 격투기라는 거친 스포츠를 예술의 경지로 이끌 천부적인 파이터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 건지도 모른다. 과거 경기 장면을 검색해 보면 경기를 앞둔 두호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아직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지만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침착한 것이 마치 수백 번 경기를 치른 베테랑같다. (하긴 두호는 이미 아마추어 시절 수백전의 경기 경험이 있다)

2014년 11월 23일 UFC와의 계약을 체결한지 약 1년만에 그토록 고대하던 데뷔전이 열렸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두호는 경기시작 18초 만에 전광석화 같은 오른손 카운터펀치로 상대방을 꺾고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그가 활약 중인 페더급에는 현 챔피언 조제 알도를 비롯해 '아일랜드 야수' 맥그리거, 국내에서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 등의 강자들이 즐비하다. 이 경기는 최두호의 존재를 전 세계 격투기 팬들에게 뚜렷이 각인시킨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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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모아 글자가 새겨진 티와 트렁크를 입고 경기를 멋지게 끝낸 두호를 보던 필자는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원래 두호가 신인인지라 경기 후 인터뷰는 예정에 없었는데 너무나 빨리 경기가 끝나는 바람에 시간이 남아 장내 아나운서와 인터뷰를 하는 행운도 함께 누렸다. 전 세계에서 약 7억 명의 격투기 팬들 앞에서 이런저런 소감을 말하던 두호가 마지막에 "어깨 이렇게 치료해 주신 사랑모아 원장님이랑 식구들 정말 감사드리고요, 원장님 항상 감사드립니다." 하고 이야기 하는 게 아닌가? 생각지도 못했던 두호의 코멘트에 필자는 가슴이 뭉클 해 지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쏟아졌다.

미국에서의 성공적인 데뷔를 마치고 귀국한 두호는 갑자기 유명해졌고, 이런 저런 매스컴에 불려 다니면서 바쁜 날들을 잠시 보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던 중 2015년 7월 16일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리는 'UFN 71'에서 원래 데뷔전 상대였다가 부상 때문에 취소되었던 샘 시실리아와의 매치업이 다시 성사되고 훈련에 매진하던 두호에게 한동안 잊고 있던 부상이 찾아 왔다. 달갑지 않은 친구의 방문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는 갈비뼈 연골 파열이었다. 2015년 6월 27일 갈비뼈 쪽 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온 두호의 검사 결과는 갈비뼈 연골 파열이었고 또다시 시실리아와의 경기는 취소되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필자의 마음도 안타깝기 그지없었지만 한 달도 남지 않은 시합에서 출전을 강행했다가 선수로서의 생명까지도 위태로워 질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부상을 입은 채로 출전을 강행하려는 두호를 필자는 말릴 수밖에 없었다.

또다시 인터넷에서 몸 관리를 못한다는 두호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수없이 올라왔고 두호는 괴로운 마음을 감추어가며 묵묵히 치료에 매진했다.

'샘 시실리아' 아마도 이 친구는 전생에 두호랑 무슨 엄청난 인연이 있는 친구인가 보다. 두 번이나 두호의 부상으로 취소되었던 그와의 경기가 이번 2015년 11월 28일 서울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한국 대회에서 또다시 성사된 것이다. 이 친구 두호 때문에 두 번이나 경기가 연기되어 상당히 열 받은 상태라고 하던데 그래도 두호와의 매치 업을 받아들인 걸 보면 아마도 성격이 엄청 좋든지 아니면 두호를 쉽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만만하게 생각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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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는 두호와 이창섭 관장님의 권유로 필자가 직접 두호의 세컨으로 경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두호가 입장할 때 같이 입장하고 같이 링 위에서 포옹하고 내려와서 링사이드에서 두호를 응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록 얼마 전부터 UFC측이 리복과 독점 광고 계약을 맺는 바람에 사랑모아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지는 못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랴? 필자에게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선사해준 두호와 이창섭 관장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얼마 전 두호의 스승이던 이창섭 관장님의 용단으로 두호는 운동여건이 좀 더 나은 부산 팀매드로 소속을 바꾸었다. 두호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키워준 이창섭 관장님을 필자가 곁에서 쭉 지켜봐 왔지만 이분이야말로 진정한 무도인이며 평소에 봉사활동도 많이 하시는 훌륭하신 분이다. 지금까지 두호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훌륭하게 잘 키우시고 품안의 자식을 큰 인물로 만들기 위해 더 큰 세상으로 두호를 내보내 주신 이창섭 관장님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이창섭 관장님은 두호의 어머니로, 필자는 두호의 아버지를 자처하면서 두호가 세계정상에 설 때까지 최상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이번 서울 대회를 앞두고 지난 몇 년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필자가 두호에게 느낀 점을 가벼운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던 글을 이제 마무리하려 한다. 11월 28일 서울대회에서의 경기를 두호가 무사히 잘 마치기를 기원하면서 지면을 빌어 두호에게 한마디 하려 한다.

"두호야 날자. 훨훨 날아 보자꾸나! 그리고 우리 함께 이 세상 끝까지 가보자꾸나"

- 그동안 이 글을 읽어 주신 분들게 감사의 인사를 남깁니다. 최두호 선수를 아끼는 많은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아울러 이 글을 팬들에게 전달해주신 포털 사이트 관계자 및 격투 전문 매체 엠파이트에도 감사 인사드립니다.

글·사진: 백승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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