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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필자와 최두호 선수와의 이야기를 적은 글로
, 기존의 기사나 인터넷에서의 최두호 선수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아닌, 필자의 관점에서 본 최두호 선수의 인간성이나 그간 있었던 둘 사이의 소소한 이야기를 적은 글입니다. (사랑모아통증의학과 백승희 원장)


1편 만남과 일생의 기회



201188. 이날은 최두호 선수와 필자가 의사와 환자로 처음 인연을 맺은 날이다.

 

91년생 홍안의 청년이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약간의 디스크 증상으로 허리가 아파서 땅바닥에 앉아 양반다리를 못한다는, 당시로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스포츠인 이종 격투기를 한다는 이 청년은 의외로 곱상한 외모와 조용한 말투로 의사인 내게는 조금은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미 200115월부터 본원에서 다른 원장에게 치료 받다가 그날 처음 필자에게 진료 신청을 해서 오늘까지 이어진 그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당시로는 생소했던 이종격투기라는 스포츠에 대한 편견(과격하다, 잔인하다, 싸움같다 등등)때문에 나 역시도 격투기에 문외한인지라 그에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두호는 그저 운동하다 부상이 오면 가끔 우리 병원에서 들러서 치료받고 가기를 반복했다.

 

그는 당시 시합이 전무하다시피 하던 국내를 벗어나 종합 격투기가 활성화 되어있는 일본에서 주로 활동했는데 이미 그 당시에도 일본 안에서 적수가 없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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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역시 최두호 선수가 병원에 올 때마다 근황을 물어보게 되었고, 당시 그는 일본의 DEEP이라는 격투기 단체에서 활동중이며, 일본에서는 적수가 없을 정도로 이미 유명한 선수라는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을 통해 듣게 되었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그의 경기을 보면서 점점 그의 팬이 되어가고 있었다.

 

일본에서 승승장구하며 종합격투기계에 이름을 알리며 세계 최고의 격투기 단체인 UFC에서도 그에게 슬슬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던 어느 날 병원에 찾아온 두호에게 필자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최선수가 UFC에 진출하게 되어 유명해지게 되면 국내 기업들이 스폰서를 하려고 줄을 설텐데 혹시라도 스폰서 계약이 여의치 않으면 내가 스폰서를 서 주겠노라고 말했다. 물론 최선수도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게 오늘날 필자와 그가 인연을 이어가게 된 시발점이 될 줄이야 그도, 필자도 알지 못했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종합격투기 선수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그에게 어느 날 일생일대의 위기가 닥쳐오게 된다.

 

이미 페더급에서는 일본의 최강자가 되어버린 그에게 UFC의 러브콜이 잇따르면서 일본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잡히고, 이 경기를 이길 경우 세계 최고의 종합격투기 무대인 UFC에 데뷔할 수 있는 인생 최고의 기회가 왔을 무렵 부상이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 그를 찾아오게 된다.

 

2013615일 일본의 동급 최강자 마루야마 쇼지와의 경기를 불과 몇 주 앞둔 2013527일 두호가 왼 팔을 못 들겠다면서 필자를 찾아왔다. 격투기 선수가 왼 팔을 못 쓴다니... UFC 진출이 걸린 중요한 시합이라 연기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오른 팔로만 상대방과 싸워야 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몇 달 후 본원에서 MRI를 도입하여 검사를 하고 나서 어깨 관절 와순 파열이라는 병명을 건내주었다. 어깨를 많이 쓰는 운동선수에게 자주 올 수 있는 질환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당시로서는 얼마 남지 않은 시합 전까지 일단은 왼팔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다. 2주간의 집중치료로 그럭저럭 겨우 왼팔을 들 수 있게 한 후 두호를 일본에 보내는 내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 없었지만 한쪽 팔로만 일본의 최강자와 격투기의 최고 무대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걸린 경기를 해야 하는 두호 본인의 마음은 오죽 했을까?

두호를 그렇게 보내고 몇 주 후 의사로서의 일상에 정신없던 어느 날 두호가 일본 술 한 병을 사들고 병원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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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이겼습니다. 그리고 UFC측과 곧 계약을 맺을 거 같습니다!" 두호의 한마디에 뛸 듯이 기뻤고 의사로서의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온 몸을 사용해야 하는 격렬한 운동에서 그것도 한쪽 팔이 부상당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자신에게 다가온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정신력 내지는 근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무기를 가진 두호에게 비로소 필자가 인간적으로 매력을 느끼면서 흠뻑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20대 초반의 나이도 어린 친구가 포기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해 내는 모습이 커다란 감동으로 필자에게 다가왔다.

 

돌이켜보면 아마도 그 순간이 필자에게는 최두호를 후원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작 201311UFC와 정식 계약을 맺고 첫 데뷔전을 갖기까지 아직도 수많은 난관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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