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1.jpg

[몬스터짐=조형규 기자] 소년은 성장하여 남자가 된다. 최두호가 딥(Deep)에서 활동하던 시절, 최고의 가능성을 보여준 유망주를 향해 일본 격투 팬들은 ‘코리안 슈퍼보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딥에서 자란 소년은 마침내 UFC로 무대를 확장했고, 슈퍼보이는 어느덧 슈퍼맨이 되었다.

최두호와 양성훈 감독은 이러한 점을 놓치지 않았다.

“사실 등장음악을 놓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데뷔 전에는 질풍가도, 서울 대회 때는 아웃사이더의 음악을 사용했는데 저만의 색깔이 없는 거예요. 경기 전까지도 뭘로 할지 결정을 못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슈퍼보이가 자라면 슈퍼맨이 되니깐 영화 슈퍼맨 테마로 하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과연 그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엠파이트와 성승헌 캐스터, 이정수 기자가 진행하는 ‘성캐의 MMA 백야드’에서 최두호에게 더 자세한 이야기를 물었다.


■ 슈퍼보이가 자라면 슈퍼맨이 된다···이미 캐릭터를 완성한 최두호

7월 9일, UFC의 고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 장내에 갑자기 영화 ‘슈퍼맨’의 테마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음악에 맞춰 등장하는 동양인 파이터를 UFC의 링 아나운서 브루스 버퍼는 ‘코리안 슈퍼보이’라고 소개했다. 해설을 하던 브라이언 스탠은 “최두호가 영화 슈퍼맨의 테마에 맞춰서 등장합니다. ‘슈퍼보이’라는 닉네임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네요”라며 웃었다.

연신 싱글벙글 거리며 입장로를 걷는 최두호와 반대로, 양성훈 감독은 그 짧은 사이에 전후좌우를 살피며 관객들의 반응을 체크했다. 그리고 관객석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쏟아져 나오자 그때서야 양성훈 감독은 “미국에서는 마치 애국가 같은 음악이잖아요. 등장음악이 너무 잘 어울려서 제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뿌듯했습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최두호도 따라 웃었다.

“예전에는 그냥 무덤덤하게 입장했는데 이제는 음악이 이렇게 바뀌고 나니 저도 모르게 어깨가 펴지고 몸에 힘이 들어가더라고요(웃음). 이제 앞으로 특별한 일이 없다면 등장음악은 고정으로 갑니다.”

등장부터 팬들의 환호를 받은 최두호는 이어진 경기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며 옥타곤 3연속 (T)KO 승리를 이어갔고, 벌써부터 그를 원하는 파이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그중 현재 UFC 페더급에서 활동 중인 댄 밀러는 미국 종합격투기 전문매체인 ‘MMA정키’에 올라온 최두호 관련 기사에 “아시아 환태평양 넘버원은 바로 나다. 나와 싸워야 한다”라며 본인이 직접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안타깝게도 최두호와 양성훈 감독은 “댄 밀러가 누구죠?”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UFC에서 3승 2패로 롤러코스터 같은 전적을 번복하며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한참 떨어진 댄 밀러가 대결을 거론하기에는 최두호의 입지가 너무 높아져버렸기 때문이다.

c2.jpg

■ 스파링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옥타곤 위에서의 느낌

옥타곤에 세 차례에 올랐지만, 경기 시간은 채 5분이 되지 않는 그에게 걱정 어린 질문을 하나 던졌다. 경기 시간이 너무 짧아서 당시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진 않을까에 대한 우려였다. 하지만 최두호는 정 반대의 대답을 내놓았다.

“경기를 꼭 오래 끌고 가야 그 분위기를 기억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케이지에 올라서 상대방과 대면했을 때 특유의 느낌이 있어요. 게다가 스타일상 제가 경기를 할 때 탐색전이 거의 없이 굉장히 타이트하게 싸우는 편이거든요. 그러다보니 옥타곤 위에서의 상황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모두 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요.”

“데뷔전 때는 사실 견학 온 느낌이었어요. 경기도 너무 빨리 끝났고요. 하지만 시실리아전이나 이번 경기에서는 아까 말했던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이게 굉장히 불편하고 싫은 느낌이긴 해요. 꿈속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는 상황인데, 아무리 도망쳐도 빠져나갈 수 없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그 느낌은 스파링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어요. 오로지 옥타곤 위에서만 경험할 수 있죠. 그래서 그 느낌을 최대한 기억하려고 신경을 많이 씁니다.”

옆에 있던 양성훈 관장은 이러한 최두호의 대답에 부연설명을 보탰다.

“특별한 비밀이 있어요. 사실 두호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파워가 엄청나게 센 것도 아닙니다. 대신 자신만의 포인트를 찾아서 정확하게 맞추는 능력이 있어요. 이를 위해 두호에게 따로 맞춘 비장의 훈련도 있는데 그게 뭔지는 말씀드릴 수가 없을 것 같네요. 공개 하는 순간 심각한 전력노출이 예상됩니다(웃음).”

“단순히 육체적인 훈련뿐 아니라 마인드 컨트롤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지금도 공부를 계속 하면서 훈련에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지금 그런 훈련법이 상당히 오랫동안 정립이 된 상태예요. 특히 두호가 정말 심각할 정도로 많은 발전을 이뤘는데, 이것 또한 업계 비밀이라···(웃음).”

c3.jpg

■ 진정한 고수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

이처럼 지금도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하는 천재 전략가로 불리는 양성훈 감독이지만, 어린 시절의 최두호를 처음 만났을 때는 남다른 인상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두호를 처음 본 게 고등학생 때였어요. 당시에는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일본에서 연승을 하던 시절에 두호가 팀매드에 와서 경호랑 스파링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때 두호의 움직임을 보고 ‘이 친구 천재구나’라는 걸 바로 느꼈죠. 그 때부터 여기저기 다닐 때마다 천재라고 소문을 내고 다녔어요(웃음).”

마침 최두호는 지난해 자신의 영원한 스승이자 구미MMA의 수장인 이창섭 관장의 용단 끝에 부산 팀매드 소속 선수가 됐다. 양성훈 감독에게는 다이아몬드 원석을 가공하여 챔피언이라는 보석으로 만들어야 하는 일종의 과제가 주어졌다.

부산 팀매드는 널리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 최고의 종합격투기 팀이자 5명의 UFC 파이터를 보유한 명문 팀이다. 하지만 실제로 부산 동대신동에 위치한 팀매드 본관은 지하에 자리한 굉장히 조그마한 체육관이다. 시설도 열악하다. 부산 팀매드를 방문한 해외의 취재진들은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세계적인 파이터가 나올 수 있는가’라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하지만 최두호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히려 취재진들이 그러한 질문을 던질 때마다 “이런 환경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세계적인 선수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거든요”라며 강조했다.

진정한 고수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 법이다.

c4.jpg

■ 네 경기 계약 중 세 경기 치러···재계약 전망은 밝다

한편 이번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최두호는 미국 현지에서 바로 재계약을 위한 미팅을 가졌다고 전했다. 현재 최두호는 네 경기를 계약한 상황. 그 중 세 경기를 치러냈고, 한 경기가 남았다. 일반적으로 UFC는 계약상 한 경기가 남은 시점에서 재계약 협상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조건은 더 좋아졌을까.

양성훈 감독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대번에 “무조건 많이 달라고 했습니다”라며 크게 웃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뒤이어 “코너 맥그리거 같은 슈퍼스타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파이터들의 계약금액은 일반적인 표준 구간이 있더라고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특별 케이스가 아닐 뿐, 좋은 활약 덕분에 더 높은 금액의 안정적인 계약을 진행하게 된 것은 변함이 없었다. 덕분에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게 된 최두호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특히 그의 가장 큰 후원자인 사랑모아통증의학과의 백승희 원장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20살 때부터 인연이 시작됐으니 벌써 햇수로 6년이 됐어요. 원장님이 항상 아들처럼 챙겨주시고,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고··· 그래서 항상 제가 인터뷰를 할 때마다 ‘사랑모아를 꼭 넣어달라’고 말해요. 아마 나중에 은퇴하면 사랑모아에서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웃음).”

■ 아시아인이 이루지 못한 UFC 챔피언의 꿈에 도전한다

아직 이겼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한국에 온 느낌을 전한 최두호는 곧 부산과 대구로 내려가서 지인들을 만나며 승리를 만끽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휴대폰으로 틈틈이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기도 했다.

“가끔씩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볼 때가 있어요. 그런데 항상 나오는 말이, ‘누구를 이기면 인정한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그 상대를 꺾으면 이번엔 누구를 이겨야 인정하고, 또 이기면 다음엔··· 이게 계속 반복되더라고요. 아마 챔피언이 되지 않는 이상은 인정을 못 받을 것 같아요.”

그러나 최두호는 아직까지 자신에게 향하는 의문부호를 완벽하게 불식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분명히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금도 최두호와 양성훈 감독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장 큰 단어는 바로 ‘챔피언’이다. 그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꼭 남기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UFC에서 세 경기를 치르면서 이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은 분명 세계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해요. 꼭 ‘누구와 싸우면 힘들고, 누구와 싸우면 어렵다’는 말씀보다도 힘이 되는 응원을 보내주세요. UFC에서 아시아인이 이루지 못한 세계 챔피언의 꿈에 제가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다. 하지만 다른 이가 아닌 최두호의 입에서 나온 그 말에는 묘한 여운이 남았다. 아시아인이 이루지 못한 챔피언의 꿈, 그 꿈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강한 믿음을 우리는 25살의 젊은 파이터에게서 발견하고 있다.


[사진촬영/보정] 최웅재 작가
[영상촬영/편집] 황채원 PD
[구성/기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몬스터그룹 몬스터짐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품 랭킹 TOP 0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