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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기왕 타바레스를 이겼으니, 최두호가 앞으로 꼭 챔피언이 되길 기원하겠습니다.”

지난 9일(한국시간) ‘TUF(디 얼티밋 파이터) 23 피날레’의 경기가 끝난 직후, 양성훈 감독은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티아고 타바레스(31, 브라질)의 코치에게 뜻밖의 덕담을 전해 들었다.

양성훈 감독은 그동안 인터뷰를 통해 “동양인이 해내지 못한 세계 최초 UFC 챔피언의 꿈, 꼭 이루겠습니다”라며 최두호의 챔피언 등극 가능성을 꾸준히 피력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국인이라는 안방 식구가 아닌, 타지에서 싸운 파이터의 코치가 ‘챔피언’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비록 경기에선 적으로 만났지만, 최두호가 가진 재능을 점차 유수의 해외 파이터들과 관계자들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7월 9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TUF 23 피날레’에서 타바레스를 상대로 또다시 TKO 승을 거둔 최두호는 UFC 3연속 1라운드 (T)KO 행진을 이어가며 어제(12일) 새벽 귀국했다. 장시간 비행에 다소 지친 기색도 보였지만, 최두호는 “한국에서 승리를 만끽하고 싶어요. 올 연말에 빨리 다음 경기를 치르고, 최대한 위로 올라가고 싶습니다”라는 말로 벌써 다음 경기에 대한 의욕을 불태웠다.

엠파이트와 성승헌 캐스터, 이정수 기자가 진행하는 ‘성캐의 MMA 백야드’에서는 어제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슈퍼보이’ 최두호와 부산 팀매드 양성훈 감독을 만나 지난 경기의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물었다.


■ 양성훈 감독, “최두호는 구름 위의 레벨”

지난 4월 국내 격투 팬들을 떠들썩하게 만든 소식이 전해졌다. UFC에서 최고의 가능성을 가진 유망주였지만 좀처럼 경기가 잡히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던 최두호의 대진이 마침내 확정된 것이다. 상대는 브라질의 강력한 주짓떼로인 타바레스였다.

그러나 경기가 성사된 직후 팀매드 양성훈 감독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정작 최두호 본인은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양성훈 감독은 타바레스가 최두호에게 상성 상 좋은 상대는 아니라고 했다. 출연진과 필자는 그에게 너무 엄살을 부렸던 것이 아니냐며 능글맞게 질문을 던졌다.

“처음에는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두호에게 상성 상 좋지 않은 상대였거든요. 그리고 제 입장에서는 아들이 싸우는 셈이니깐 누구와 싸우더라도 항상 걱정이 먼저 앞섭니다. 초등학생과 싸운다고 해도 불안할 거예요(웃음).”

그렇지만 양성훈 감독은 이내 타바레스와의 대진을 일종의 시험대로 여기며 착실히 전략을 구상했다. 그는 이를 두고 ‘구름 위의 레벨’이라는 표현을 썼다.

“제가 언젠가 ‘타바레스를 이기면 충분히 챔피언도 될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어요. UFC도 월드컵처럼 각국의 챔피언급 선수들이 모여 경쟁하는 곳이잖아요. 그런데 그 곳마저도 아무리 노력을 해봤자 근접할 수 없는 최상위 그룹이 존재합니다. 전 그걸 가리켜 ‘구름 위의 레벨’이라고 표현하는데요. 바로 타바레스가 그 구름 위의 마지노선에 있는 선수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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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테가 vs 타바레스戰은 최두호의 레벨을 측정할 수 있는 좋은 예

하지만 양성훈 감독의 걱정은 쓸데없는 기우였다. 정작 경기에 돌입한 최두호는 마치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이 된 것 마냥 타바레스의 의도와 흐름을 완벽하게 읽어냈다.

“1라운드 시작하고 타바레스의 첫 태클 시도가 들어올 때 바로 플라잉니킥 카운터를 날렸어요. 사실 그 때 올려 찬 니킥 때문에 지금 허벅지에 멍이 들었거든요. 그 정도로 세게 맞았는데, 그게 무릎으로 정타를 맞췄다면 경기가 훨씬 빨리 끝났겠죠. 어쨌든 데미지가 있었는지 아니면 위축이 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부터 타바레스가 당황하는 게 보였어요.”

최두호는 이미 그 때부터 승리를 확신했다. 타바레스는 그 후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고서도 상위포지션을 점유하지 못했다. 체력 소모가 전혀 없었던 자신에 비해 타바레스는 이미 심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노골적으로 보였다며 최두호는 기억을 되짚었다.

“제가 다시 스탠딩으로 전환하고 나니 이미 타바레스의 발이 땅에 붙어있더라고요. 원래 그 친구가 절대 그런 파이터가 아니거든요. 계속 스텝 밟으며 부지런히 움직이고 압박하는 스타일입니다. 처음에는 태클이 들어오거나 펀치를 낼 때 맞춰서 카운터를 치려고 했는데 계속 가만히 있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원투를 꽂았는데 그대로 들어간 거죠.”

결국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이번에도 1라운드 TKO 승리. UFC에서 채 5분이 되지 않는 시간동안 쓰러뜨린 상대가 벌써 세 명이다. 양성훈 감독은 그때서야 비로소 최두호가 ‘구름 위의 레벨’에 있음을 확신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양성훈 감독은 지난 2015년 UFC 파이트 나이트(Fight Night) 68에서 열린 브라이언 오르테가(25, 미국)와 타바레스의 경기를 참고할 것을 권했다.

“지금 페더급 10위에 올라있는 오르테가도 타바레스 싸운 적이 있습니다. 3라운드 막판에 심판이 말리기 전까지는 타바레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었거든요. 경기는 오르테가가 극적으로 역전승을 거두긴 했지만, 둘의 레벨은 결국 비슷하거나 오르테가가 살짝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타바레스를 이렇게 간단하게 잡아낼 정도면 챔피언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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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의 링아나운서, 브루스 버퍼가 최두호를 좋아하는 이유

최두호에 대한 극찬은 이미 미국 현지에서도 경기 내·외적으로 다양하게 쏟아져 나왔다. 특히 현 UFC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은 최두호를 가리켜 “외모로 최두호를 판단해선 안 된다. 버터가 입에서 녹을 것만 같은 친근한 얼굴을 가졌지만, 그의 펀치는 무시무시하다”고 표현했다. 그뿐이 아니다. 현장에서 다양한 해외 파이터들의 증언이 터져 나왔다.

“지난 UFC 200 주간 동안 3일 연속으로 대회가 열렸잖아요. UFC 팬 엑스포 행사도 열렸고. 그 때 닉 디아즈와 더스틴 포이리에가 제 경기를 보면서 극찬을 했다고 들었어요.”

최두호는 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다소 쑥스러운 듯 웃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양성훈 감독은 되레 한술 더 뜨며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UFC 방송을 보면 경기 끝나고 잠시 CF가 나오는 브레이크 타임이 있어요. 근데 타바레스 경기 때 링아나운서인 브루스 버퍼가 우리 쪽으로 오더니 말을 걸더라고요. ‘UFC2 게임을 할 때 항상 최두호만 골라서 플레이를 한다, 네 타격이 제일 세다’라면서 좋아하더군요.”

실제로 EA(일렉트로닉아츠)사에서 발매된 게임 ‘UFC2’를 들여다보면 최두호의 타격 수치는 95에 육박한다. 페더급에서 최두호보다 타격 수치가 우위에 있는 캐릭터는 코너 맥그리거가 유일하다. 심지어 이 게임이 제작될 당시, 최두호는 이제 막 UFC에서 두 경기를 치른 파이터였다. 그만큼 최두호의 재능은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인된 것이었다.

이에 최두호는 ‘UFC2’ 게임 개발자들을 향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네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 “내 스스로는 페더급 11위 정도로 생각···실력은 더 자신 있어”

한편 이번 경기가 끝난 최두호에게 ‘이 상승세를 살리기 위해 인터뷰나 SNS를 영어로 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최두호는 “영어로 인터뷰를 하는 게 격투기보다 더 어려울 것 같은데요. 영어로 말을 해도 아마 한국말로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했을 겁니다“라며 크게 웃어보였다.

반면 SNS에 대해서는 “괜찮은 생각인데요”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두호는 뒤이어 “가장 먼저 페더급 랭킹에 내 이름을 올려달라고 어필하고 싶어요”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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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깝게도 귀국 직후 업데이트된 UFC의 페더급 공식 랭킹엔 아직 최두호의 이름이 없다. 인터뷰 중 업데이트된 랭킹 소식을 귀띔해주었고, 이를 전해들은 최두호는 “그런데 야이르 로드리게즈는 왜 그렇게 랭킹이 높을까요? 페더급에서 유명한 강자를 압도적으로 제압한 적이 있나···”라며 살짝 말끝을 흐렸다. 그가 느낀 아쉬움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그렇다면 최두호는 자신 스스로 페더급에서 어느 정도 위치로 생각하고 있을까.

“11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실력으로만 따지면 더 높은 순위에 놓고 싶어요. 하지만 UFC에선 ‘실력’ 말고 ‘실적’도 중요하니까요.”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최두호의 답변엔 자신감이 넘쳤다. 이후 그는 뛰어난 추진력으로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페더급 랭킹 순위표를 올리며 “랭커가 되려면 내가 도대체 여기서 뭘 더 해야 하지?(What more do I have to do be in the ranking?)”라는 문장을 덧붙였다. 해시태그로 UFC와 데이나 화이트 대표를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불과 하루 전의 일이다. 물론 해당 포스팅에 달린 수많은 외국 팬들의 영어 덧글은 덤이다.


▶2부로 이어집니다.

[사진촬영/보정] 최웅재 작가
[영상촬영/편집] 황채원 PD
[구성/기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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