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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그 어느 때보다도 최두호(25, 부산팀매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UFC에서는 이제 고작 두 경기를 치른 신인이지만, 연일 격투기 분야의 기사를 잠식하는 건 대부분 최두호와 관련된 소식들이다. 이는 그만큼 최두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챔피언 등극 가능성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UFC의 역사적인 200번 째 넘버링 대회에 앞서 오는 9일(한국시간) 열리는 TUF(The Ultimate Fighter, 디 얼티밋 파이터) 23 피날레에 출전할 최두호를 향해 쏟아지는 관심은 선수 본인에게 충분히 부담이 될 법 하다. 하지만 최두호는 지금도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묵묵히 경기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경기를 즐기겠다는 강심장을 갖고 옥타곤에 오를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

최두호의 이러한 자신감은 이미 UFC에 입성하기 전, 일본무대에서 꾸준히 보여준 모습과 일맥상통한다. 엠파이트와 성승헌 캐스터, 이정수 기자가 진행하는 ‘성캐의 MMA 백야드’에서 최두호를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한 역대 종합격투기 전적을 모두 정리해봤다.


■ 격투기 수련 2년, 프로 종합격투기 무대에 데뷔하기까지

학창시절 사고를 많이 쳤다며 매번 인터뷰에서 스스로 솔직하게 밝히곤 하는 최두호는 2007년 고등학생이 되면서 구미 팀혼을 이끌고 있는 이창섭 관장을 통해 본격적으로 격투기에 입문한다. 아마추어 킥복싱과 종합격투기 대회에 출전하며 경험을 쌓아간 최두호는 이듬해인 2008년에 어렵게 프로 진출권을 획득한다. 당시 최두호는 ‘스피릿 MC 18’을 통해 프로무대에 데뷔할 예정이었으나, 대회사가 폐업을 하면서 종합격투기 프로 진출이 무기한 연기된다.

오히려 입식격투기 무대에서 프로로 먼저 데뷔한 최두호는 마침내 2009년 11월에 그라찬(GRACHAN) 3 대회를 통해 종합격투기 무대에 진출한다. 그라찬은 일본 내에서 방송 중계도 되지 않는 소규모 단체였고, 경기 내내 장내에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는 독특한 운영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최두호는 마츠오카 타카시(25, 일본)를 맞아 짧은 그라운드 공방 끝에 1라운드 1분 5초 만에 암바를 뽑아내며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이는 현재까지도 최두호의 MMA 전적 중 유일한 서브미션 승으로 남아있다.

뒤이은 경기는 2010년 3월 M-1에서 열렸다. 이종화 선수와 만난 최두호는 1라운드를 엎치락 뒤치락 하는 그라운드 게임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2라운드에서 니온밸리로 상대를 눌러놓은 후 강력한 파운딩으로 TKO승을 따냈는데, 당시 경기 후 링아나운서가 승리선수 이름을 잘못 발표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 경기는 최두호가 한국인 선수와 싸운 유일한 경기이기도 하다.

■ 카기야마에게 당한 아쉬운 1패···그 뒤로 시작된 거침없는 연승 행진

하지만 최두호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2연승을 거둔 최두호는 향후 자신의 주무대가 되는 일본의 전통 있는 단체 딥(Deep)에 출전한다. 딥에서 가진 첫 시합은 2010년 6월 6일에 열린 카기야마 유스케(32, 일본)와의 경기였는데, 계체량 통과 후 기름진 음식을 섭취한 것이 화를 불렀다. 

“그 때는 건강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도 부족했다”고 밝힌 최두호는 장어와 삼겹살을 먹고 난 후 심한 배탈이 났다. 경기 직전에도 구토를 한 최두호는 결국 케이지에 오를 때까지 계체량에서 고작 500g의 리게인 밖에 거치지 못했고, 결국 최악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른 끝에 2대 1 스플릿 판정패를 당했다. 다행히 그 때의 아쉬움은 정찬성의 제자인 손진수(22, 코리안좀비MMA)가 올해 3월 열린 딥 오사카 임팩트 대회에서 카기야마로부터 3라운드 암바 서브미션승을 거두며 되갚아주었다.

이렇게 최두호는 커리어 사상 첫 패배를 경험했지만, 쓰라린 기억은 오히려 약이 됐다. 이후 우스다 이쿠오(36, 일본)와 오노 유이치로를 연달아 잡아내며 연승행진의 포문을 열었다. 특히 우스다는 슈토 신인왕 출신으로, 당시까지 무패행진을 이어가던 톱 그래플러였다. 하지만 최두호는 우스다의 태클을 보란 듯이 모조리 막아내며 3라운드 스플릿 판정승을 거뒀다. 그렇게 최두호가 카기야마에 이어 우스다, 오노에 이르기까지 세 경기 전적을 쌓는데 걸린 시간은 단 3주였다.

■ 고미 타카노리의 스파링 파트너를 잠재운 그림 같은 플라잉 니킥

그렇게 최두호의 연승행진이 시작됐다. 무섭게 질주하기 시작한 슈퍼보이의 기세를 막을 수 있는 파이터는 적어도 일본 내에선 아무도 없었다. 워낙 무서운 성장세였던지라, 일본에서는 이를 막기 위한 황당한 사건(?)들도 여럿 있었다.

2011년 9월 최두호는 일본의 종합격투기 대회사인 글래디에이터의 다급한 오퍼를 받고 자신의 체급보다 더 높은 라이트급 경기를 치르게 된다. 상대는 히라이시 히사키(36, 일본)라는 파이터로, 경기도 이미 글래디에이터 23 대회로 확정된 상황. 당시 대회사 측은 최두호에게 “히사키는 본업이 농부다. 그냥 지역에서 운동 조금 하고 나오는 선수이니, 부담 갖지 말고 와서 편하게 경기하면 된다”며 쉽게 이야기했고, 이에 최두호는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계체량 당일에 상대를 본 최두호는 깜짝 놀라게 된다. 취미로 운동을 하는 선수 치고는 몸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히사키는 무려 18전 10승 4패 4무의 전적을 가진 베테랑 파이터였다. 물론 경기는 아웃파이팅에 이은 2라운드 만장일치 판정으로 무난히 이기긴 했지만, 최두호는 지금도 당황스런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전했다.

이후 최두호는 2011년 10월에 열린 딥 케이지 임팩트 2011 대회에서 고미 타카노리(37, 일본)의 스파링 파트너로 유명한 오비야 노부히로(35, 일본)를 꺾고 일본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오비야 노부히로는 국내 팬들에게도 프라이드를 경험한 베테랑으로 이름값이 높은 파이터였다. 하지만 최두호는 그런 그를 그림 같은 플라잉 니킥으로 잠재우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 극적인 승리, 그리고 카와지리 타츠야와의 악연

한편 2011년에는 최두호의 유일한 패배였던 카기야마 유스케 전의 악몽이 또 한 차례 반복될 뻔한 적도 있었다. 바로 2011년 12월 16일 딥 56 임팩트 대회에서 열린 이시다 미츠히로(37, 일본)와의 대결이었다. 당초 허리디스크 부상을 안고 있었던 최두호는 딥 측에 “경기를 뛰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그런데 불과 경기를 6일 앞두고 딥 측에서 “경기는 정상 진행 된다”고 통보를 해온 것이다.

허리 부상도 부상이지만, 경기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단 6일 만에 10kg을 감량하여 계체량에 맞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결국 최두호는 1차 계체에서 1.2kg을 초과했고, 2차 계체에서도 800g을 초과하여 라운드 별 감점을 받고 경기에 임했다.

판정으로 가면 패배는 100% 확실시 되는 상황. 하지만 최두호의 킬러본능은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무엇보다도 KO가 절실했던 최두호는 ‘카운터 니킥을 적중시켜야만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하며 링에 올랐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정확히 1라운드 1분 33초 만에 현실이 됐다. 상대가 태클 동작을 보이자마자 그대로 올려찬 니킥이 이시다의 안면에 정확히 꽂히며 경기가 마무리됐다. 

최악의 상황에서 자신이 밑그림을 그린 대로 경기를 완성한 최두호는 지금도 이 경기를 가장 기억에 남는 일전으로 꼽는다. 결국 이시다는 이 경기를 끝으로 은퇴를 했고, 잘 알려진 대로 이 사건에 원한을 품은 카와지리 타츠야(38, 일본)는 훗날 UFC에서 같이 뛰게 된 최두호를 향해 “이시다는 계체량을 초과한 최두호와 싸웠고, 그게 은퇴 경기가 됐다. 억울해서 죽을 수도 없다. 최두호와는 평생 엮이고 싶지 않다”며 날을 세웠다. 최두호와 카와지리의 악연도 이 때 시작됐다.

■ UFC 2전 2승에 걸린 시간은 고작 1분 51초

이후 2012년 최두호는 딥과 정식 계약을 맺게 된다. 우메다 코스케(44, 일본), 나가쿠라 타츠나오(32, 미국), 마루야마 쇼지(33, 일본)를 모두 연달아 (T)KO로 쓰러뜨렸고, 적어도 일본 내에선 그를 상대할 파이터를 더 이상 찾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최두호는 일본 팬들에게 “빨리 UFC로 꺼져버려라”라는 애증의 응원을 등에 업고, 마침내 2013년 11월 UFC와 총 4경기를 계약하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최두호의 평생 후원자를 자처한 사랑모아통증의학과 백승희 원장과도 연을 맺게 된다.

하지만 계약과 동시에 부상이란 악재가 다시 터졌다. 딥에서 마루야마 쇼지와 싸우기 직전 다친 왼쪽 어깨가 다시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 것. 다행히 백승희 원장의 도움으로 성공적인 재활을 마친 최두호는 정확히 1년 뒤 UFC 데뷔전을 성사시킨다.

11월 22일, 대망의 UFC 첫 무대인 UFC 파이트 나이트(UFC Fight Night) 57 대회에서 후안 마누엘 푸이그(27, 멕시코)를 맞아 경기에 나선 최두호의 표정은 천진난만하기 그지없었다. 곧이어 옥타곤에 오른 그는 앞손을 몇 번 던지며 거리를 얼추 재더니, 망설임 없이 바로 카운터를 뻗었다. 최두호의 뒷발에서부터 시작된 펀치는 그대로 푸이그의 안면에 적중했고, 단 18초 만에 상대를 케이지 바닥에 눕혔다. 최두호의 UFC 첫 승이자, 한국인 UFC 파이터 사상 가장 빠른 데뷔전 승리였다.

화끈한 TKO로 데뷔전을 장식했지만, 또다시 부상이 최두호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는 갈비뼈 연골 파열이었다. 그렇게 두 번째 상대로 거론되던 샘 시실리아(30, 미국)와의 경기는 확정과 취소를 두 번이나 거듭하며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 겨우 성사됐다. 그 사이에 최두호는 구미MMA에서 부산 팀매드로 소속팀을 옮겼다. 다행히 불화는 아니었다. 구미MMA의 이창섭 관장이 최두호의 발전을 위해 큰 배포로 결정한 훈훈한 장면이었다.

이러한 과정 끝에 2015년 11월 대한민국에서 열린 첫 UFC 대회에서 홈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고 시실리아를 맞이한 최두호는 이번에도 보기 좋게 1라운드 펀치 KO승을 거뒀다. UFC에서 두 경기를 치르는 동안 걸린 시간은 고작 1분 51초. 종합격투기 전적 14전 13승 1패, 11연승의 대기록이 또 그렇게 쓰여졌다.

■ 챔피언 재목의 가능성을 타진할 세 번째 무대, TUF 23 피날레

TUF 23 피날레에서 최두호는 강력한 주짓떼로인 티아고 타바레스(31, 브라질)를 만난다. 타바레스는 2007년부터 UFC에서 활동하며 10승 6패 1무라는 풍성한 전적을 쌓은 베테랑이지만, 항상 톱콘텐더로 향하는 길목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현재는 떠오르는 신성들의 톱15위권 진입 가능성을 검증하는 소위 ‘문지기’ 역할에 가까운 파이터다. 이러한 자신의 처지를 타바레스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기분이 언짢은 그는 “두호라는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잘 모른다”며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두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내가 이긴다고 생각했을 때,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상대가 누구든지 꺾을 자신이 있다”고 힘을 주어 이야기 하는 그의 말에서, 우리는 여태껏 겸손함을 미덕으로 삼았던 다른 파이터들과 사뭇 다른 확고한 자신감을 발견한다. 다행히 그 자신감은 최두호 본인이 현재까지 100% 실현 가능함을 스스로 증명해왔다. 그리고 오는 9일, TUF 23 피날레에서 그가 다시 한 번 챔피언의 재목임을 증명할 세 번째 무대가 막을 올린다.

한편 최두호가 출전하는 TUF 23 피날레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7월 9일 열린다. 오전 11시부터 SPOTV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며, 메인이벤트로는 여성 스트로급 챔피언인 요안나 예드제칙과 클라우디오 가델라의 타이틀전이 예정되어 있다.

[영상] 박제영, 황채원 PD
[사진] 몬스터짐
[기사]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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