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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조형규 기자] “키는 큰데 마른 몸이 보기가 싫었어요. 만약 몸이 좋았다면 굳이 운동을 찾아서 하진 않았을 겁니다.”
 
장병호는 지금도 부산 보디빌딩 헤비급의 레전드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고 있는 선수다. 하지만 그가 운동을 접하게 된 계기는 비교적 단순했다. 큰 키에 마른 체형인 자신의 몸을 근육으로 가득 채우고 싶었던 바람이 컸다.

70kg의 날씬한 고등학생이 50kg을 증량하며 120kg에 육박하는 헤비급 보디빌더가 되기 위한 과정은 어땠을까. 선수 생활을 하면서 장병호는 누구보다도 많이 먹고 운동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닭가슴살과 단백질 섭취에만 편중된 국내 보디빌딩식 문화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싶다고 했다. 더 나아가 염분을 조금 섭취하더라도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겁게 운동하는 문화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부산 헤비급의 레전드 보디빌더 장병호 선수를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크로노스짐에서 만났다.


■ 마른 몸이 싫어 시작한 보디빌딩···"머릿속엔 온통 근육 생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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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미스터코리아 경기 2주 전 당시 장병호 선수의 모습 (사진=장병호 선수 제공)

전성기 시절 평체가 120kg에 육박한 장병호지만, 그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마른 몸이 싫어서'였다. 70kg의 고교생이 120kg이 넘는 헤비급 보디빌더로 성장하면서 장병호는 그 누구보다도 많이 먹고, 또 많이 운동했다. 슬림했던 고교생 장병호는 그렇게 어느덧 부산을 대표하는 헤비급 보디빌더로 우뚝 섰다.

▲ 부산 헤비급의 레전드라 불리는 장병호 선수를 만나게 되어 영광이다.
-만나서 반갑다. 부산 해운대에서 퍼스널트레이닝 센터 크로노스짐을 운영하고 있는 장병호라고 한다.

▲ 어떻게 지내고 있나. 크로노스짐 운영에 매진하고 있는 것 같은데.
-평소에는 체육관에서 일하면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부경대학교에서 강사로 수업도 하고 있다. 2011년 3월부터 했으니 기간으로 따지면 꽤 오래된 셈이다.

▲ 지도자라는 호칭이 더 익숙해진 느낌이다(웃음). 하지만 역시 장병호 하면 부산 헤비급 보디빌더의 레전드 아닌가. 아무래도 선수 시절의 모습이 더 눈에 선하다. 원래 처음부터 체격이 컸었나.
-아쉽게도 전혀 아니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도 몸이 약해서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

▲ 약했다니, 쉽사리 상상이 가지 않는다.
-운동은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부터 시작했는데 사실 키는 지금과 똑같았다. 그런데 몸무게가 70kg이었고 꽤 마른 체형이었다. 키가 크고 마르니깐 나 자신도 보기가 싫어서 보디빌딩을 시작하게 됐다. 아마 몸이 좋았다면 운동을 굳이 찾아서 하지 않았겠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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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청소년 세계선수권 대회 참가를 위해 파리를 경유한 이진호 선수(좌)와 장병호 선수(사진=장병호 선수 제공)

▲ 1992년도 학생부 -75kg급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증량을 꾸준히 거듭해서 1993~1994년 무렵부터 헤비급에 안착했는데 그 과정은 어땠나.
-솔직히 과정이 힘들다거나 그런 건 딱히 없었다. 키가 있어서 그런지 근육과 체중이 잘 늘었다. 처음 회장기 시합을 뛰었을 때 체중이 정확히 80kg이 나왔는데 바로 다음 해 시장기 시합을 뛸 때 90kg이 됐다. 그때는 머릿속에 온통 몸을 키우는 생각뿐이어서 근육도 굉장히 빨리 성장했다. 물론 먹기도 엄청 많이 먹었고.

▲ 이후 99년 미스터부산 그랑프리, 99년 미스터코리아 헤비급 1위 등 화려한 성적을 거뒀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다면.
-사실 언급한 대회들보다도 더 기억에 남는 게 1995년도 아시아 주니어 대회였다. 물론 시니어에서도 1등을 했지만, 주니어에서 1등을 했던 기억이 여태까지 내가 뛰었던 모든 시합을 통틀어 가장 선명하다. 주니어에서 국가대표를 3년을 했는데, 세계 주니어 대회를 3번 출전했었다. 거기에 한이 맺혀서 그런가, 유독 그때 기분이 가장 좋았다(웃음).


■ 닭가슴살에만 목매는 식단 문화, "이제는 조금씩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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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닭가슴살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었지만, 장병호는 이처럼 단백질에만 치중된 국내 보디빌딩식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조심스레 드러냈다. 그는 "단백질을 너무 과하게 섭취하는 반면 탄수화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 같아요"라며 국내 운동인들이 가진 선입견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쳐 보였다.

▲ 조금 전 이야기했는데 헤비급으로 증량하면서 정말 많이 먹었다고 말하지 않았나. 아무래도 헤비급 선수인 만큼 식단 구성 또한 궁금하다. 특히 장병호 선수는 과거 닭가슴살에만 한정된 국내 보디빌딩식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오지 않았나.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편이다. 내가 처음 운동을 시작할 당시에는 닭가슴살만 따로 구해서 먹을 수도 없었으니(웃음). 하지만 지금은 닭가슴살도 따로 판매하고 인터넷에 다이어트식 닭고기 제품이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다.
 
▲ 하지만 여전히 많은 보디빌딩식이 대부분 닭가슴살에만 한정되어있다.
-그렇다. 물론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큰 연관이 있겠지만, 과거보다 환경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이 수요가 모두 닭가슴살에만 몰리고 있다. 닭가슴살만 놓고 보면 미국보다 더 발달한 것 같은데, 부수적인 다른 음식에 대한 발달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 어떤 부분에서 아쉬운 점을 느끼는가.
-가장 아쉬운 부분은 탄수화물이다. 미국에 가면 마트에서 라이스케이크를 많이 파는데,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로 치면 뻥튀기다. 첨가물이 전혀 없이 오로지 쌀만 넣어서 튀긴 제품인데, 나트륨은 물론이고 다른 성분이 전혀 없이 오로지 쌀 자체만 먹는 거다. 운동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 중 하나다. 탄수화물이지만 굉장히 칼로리가 낮고, 시합을 준비할 때도 가볍게 먹기 좋아서 휴대성까지 뛰어나다.
 
▲ 확실히 선수들에게는 굉장히 매력적일 것 같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그런 제품을 접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유야 간단하다. 국내에서는 아직 그런 제품을 만들 필요가 전혀 없다고 느끼는 거다. 이런 무지방 식품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피트니스나 다이어트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부족한 편이다. 자연히 기업에서도 그런 제품은 만들어봐야 손익분기점도 안 나올 테고, 생산하지 않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물론 미국은 그런 수요가 있기 때문에 많이 발전한 것일 테고.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만큼이라도 조금만 투자해서 만든다면 굉장히 잘 돌아갈 것 같다. 

▲ 하지만 선수들조차도 대부분 닭가슴살과 단백질에만 큰 비중을 둔다. 이런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대부분이 닭고기와 고구마말랭이 정도에서 끝난다. 대부분 단백질을 너무 과하게 섭취하는 반면 탄수화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것 같다. 대부분 ‘이 선수가 이렇게 먹으니깐 나도 그대로 이거만 먹어야지’라는 생각에 모두가 똑같이 먹게 되고... 어떻게 보면 음식에 대한 선입견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렇게도 먹어보고, 저렇게도 먹어보면서 조금씩 바꿔나가면 더 좋을 것 같다.


■ 단백질은 소고기로 맛있게, 나트륨도 적당히 섭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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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YMCA 그랑프리에서의 장병호 선수. 장병호는 당시 "보충제도 전혀 먹지 않고 운동할 때였는데 부당하게 표적 도핑을 당했다. 당시는 수시 도핑 검사도 없던 시절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진=장병호 선수 제공)

식단 또한 보디빌딩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지만 장병호는 "운동은 무엇보다도 즐거워야 합니다. 짜증까지 내면서 굳이 힘들게 억지로 운동을 하면 가끔은 '잘못된 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백질 섭취도 닭가슴살보단 맛있는 소고기를 주로 먹었고, 무조건적인 무염분 섭취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더욱 즐겁게 하기 위한 그만의 뚝심 있는 철학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 그렇다면 단백질 섭취는 닭가슴살 외에 무엇으로 대체하고 있나.
-소고기다. 우둔살을 주로 먹었는데 비시즌뿐 아니라 시즌 때도 소고기로 단백질을 섭취했다. 많이 먹을 때는 소고기만 하루에 2kg을 먹었을 정도니깐(웃음).

▲ 특별히 소고기를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닭고기는 맛이 없어서(웃음). 특히 2009년경에는 닭고기는 거의 먹지 않고 소고기만 먹었는데, 그 당시 식비로만 매달 100만 원 이상씩 들었다.

▲ 하루에 보통 어느 정도 섭취했나.
-400그램씩 하루에 다섯 번을 먹었다. 그 당시에는 평체도 굉장히 많이 나갔기 때문에 그 몸을 유지하려면 최소한 그 정도는 먹어야 했다. 그리고 특별히 나트륨 조절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식단만큼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먹었다.

▲ 물론 헤비급이라는 점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나트륨 부분은 조금 의외다. 어떤 식으로 나트륨을 섭취했나.
-대회 직전에도 아침에 된장찌개도 먹고 그랬다. 물론 한 사발을 다 먹는 건 아니지만, 이런 말을 하면 다들 안 믿더라. 하지만 아침마다 그렇게 먹었다. 소고기 우둔살 구워서 상추에 밥이랑 양파, 된장 넣고 쌈도 싸 먹고(웃음).

▲ 정말 그래도 되나(웃음).
-실제로 일부러 이렇게 먹어본 거다. 이렇게 먹어도 몸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물론 미친 듯이 먹었다는 소리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적당히 조절하면서 먹었지(웃음). 그렇다고 남들처럼 무염분을 고집하진 않았다.

▲ 나트륨 섭취에 관대한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이어트에 너무 목을 매다 보니 무염분을 고집하는 것 같다. 물론 데피니션을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서겠지만, 차라리 나트륨을 살짝 섭취하는 게 오히려 몸에 더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시합 준비하는 선수들을 보면 모두 인상 잔뜩 쓰고 괴로워하지 않나. 힘들면 굳이 안 해도 되는데 짜증까지 내가면서 억지로들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잘못된 게 아닌가?' 싶을 때도 있고... 내가 좋아서 하는 운동인데 그건 모순이 아닐까. 운동은 무엇보다도 내가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 염분을 섭취했을 때와 무염분을 고집했을 때 느낀 차이점을 혹시 말해줄 수 있나.
-무염분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선수들은 모두 한 번씩 경험해봤을 거다. 경기 끝나고 앉았다가 일어나면 핑 도는 그 느낌. 하지만 나트륨을 섭취하면 그런 현상이 전혀 없다. 힘도 전혀 들지 않고, 그렇다고 특별히 몸이 안 나오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나트륨 없이 살 수 없다. 몸에 수분과 나트륨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


■ '중량보다 자극을'···여전히 정통 보디빌딩에 대한 로망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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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모든 이들에겐 영원한 논제로 남을 중량과 자극에 대해서 '고중량보단 자극'을 강조한 장병호에겐 한 가지 꿈이 있다. 피트니스 모델이 대세가 된 현 시장에서 아직까지 정통 보디빌딩에 대한 낭만을 간직하고 있는 그는 "여건이 된다면 먼 훗날 조그맣게라도 꼭 정통 보디빌딩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소원"이라며 크게 웃었다.

▲ 과거 전성기 시절 평체가 120kg 이상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평체는 어떻게 되나.
-많이 줄었지만 지금도 110kg 이상은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 워낙 신장이 크기도 하고, 많은 사람이 장병호 선수 특유의 상체에 대해 극찬을 한다. 상체에서 특별히 자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스스로 말하려니 잘 모르겠다. 그런데 사람들이 삼두가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들 한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진만 봐도 삼두 사진이 가장 많기도 하고. 삼두가 보통 사람들보다 생긴 게 조금 다른 편이다. 유난히 크기도 하고.

▲ 그냥 타고난 것인가, 혹은 특별한 비결이 있나.
-그저 선수마다 개인이 잘하는 부위가 있는데 그런 차이인 것 같다. 특별한 팁이 있다면 나도 말해주고 싶지만 딱히 없어서(웃음).

▲ 삼두도 그렇지만 가슴운동에도 큰 애정을 보이는 것 같다. 특히 예전에 벤치프레스에 대한 부분을 설명하면서 꾸준히 '가슴에 무게를 걸어야 한다'는 부분을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이 부분에서 많은 운동인들에게 팁을 건넨다면.
-말한 것처럼 '가슴에 무게를 걸어야 한다'는 말이 절대 무게를 많이 치라는 게 아니다. 가슴 근육에 무게가 정확히 실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었다. 근육이 그걸 잡은 상태에서 정확한 수축과 이완이 이루어져야 근성장도 되고 지방도 빠진다. 

▲ 굳이 고중량에 대한 집착을 버려도 된다는 소린가.
-그렇다. 중량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사람들이 운동하다 보면 심리적으로 무게 욕심을 내는데, 물론 고중량을 치면 과부하로 근육 성장은 이루어지겠지. 하지만 다루지 못하는 무게는 굉장히 위험하고 다칠 확률만 더 높아진다. 고중량으로 운동을 하다 보면 근육도 굳어지지만 수축과 이완을 많이 한 근육은 매우 부드럽게 보인다. 뭐 그런 차이가 아닐까.

▲ 좋은 조언 고맙다. 그나저나 이제 부산에서도 장병호 선수를 잇는 헤비급 보디빌더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산의 레전드로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데 이러한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그런 소리까지 들을만한 실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들을 때마다 부끄럽고, 그렇다고 미스터코리아를 하거나 체전에서 괄목할만한 결과를 내놓은 것도 아니고... 단지 헤비급에서 선수 생활을 오래 해왔는데 그렇게 말씀들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그냥 키가 큰 선수가 보디빌딩 성적이 좋은 경우가 많지 않아서 그렇게 좋게 기억하는 게 아닌가 싶다. 고마울 따름이다.

▲ 긴 시간 인터뷰 고맙다. 마지막으로 크로노스짐의 수장이자 정통 보디빌더 장병호 선수로서 가지고 있는 비전이 있다면.
-현재는 퍼스널트레이닝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지만 원래 처음 하고 싶었던 건 정통 보디빌딩 체육관이었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보니 퍼스널트레이닝에 비중을 두고 있지만, 나중에 여건이 된다면 꼭 정통 보디빌딩만을 하는 체육관을 조그맣게라도 하고 싶다. 진짜 보디빌딩 하는 사람들이 와서 웃통도 모두 까고 열심히 할 수 있는 그런 체육관 말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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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미스터코리아 경기 당시의 장병호 선수 (사진=장병호 선수 제공)

[사진] 박제영 PD/장병호 선수 제공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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