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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반재민 기자] 2012년 7월 9일 위스컨신주 콜러의 블랙울프런 골프장에서 열린 제 67회 US 여자오픈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박세리 키즈’라 불리며 LPGA 한국 골퍼 2세대 중 대표주자로 꼽혔던 최나연이 자신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고 있었다.

이미 최나연의 샷 감각과 퍼팅감각은 물이 올라있었다. 당시 최연소 그랜드슬램을 꿈꾸던 청야니(대만)에 가려져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전날 버디만 8개를 몰아넣으며 7타를 줄인 최나연은 2위 그룹에 여섯 타나 앞선 단독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다. 하지만, 우승의 신은 최나연에게 쉽사리 우승을 허락하지 않았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9번 홀까지 단 한 타도 잃지 않으며 우승의 9부 능선을 넘는 듯했다.

그러나 ‘골프는 스코어카드를 적어낼 때까지는 아무도 모른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최나연에게도 그러한 명언을 떠올릴 수 있었던 운명의 10번 홀이 다가왔다. 마음먹고 당겨친 티샷이 왼쪽 숲속 해저드 구역으로 날아갔다. ‘로스트 볼’이었다. 다시 티 박스로 돌아가 벌타를 받은 뒤 세 번째 샷을 날렸지만, 다시 샷이 러프에 빠졌다. 우여곡절 끝에 여섯 타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렸지만 최나연은 2m 보기퍼트까지 놓치는 바람에 이 홀에서만 3타를 잃었다. 순식간에 4언더파로 급락한 스코어, 차근차근 쫓아온 양희영과의 거리도 2타차로 좁혀졌다. 낙관은 비관으로 바뀌었다.

뜻하지 않은 시련, 이제까지 뒷심부족으로 경기를 놓쳐야했던 트라우마가 최나연을 감싸고 있었다. 11번홀 1.5미터 가까이 붙인 버디퍼트를 성공시킨 최나연이었지만 12번 홀에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왼쪽 러프에 빠진 것이었다. 하지만, 최나연은 좌절하지 않았다. 깊은 러프에서 빠져나온 최나연은 거리가 제법 있었던 5미터 파 퍼트를 성공시켰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13번 홀 워터해저드로 향하던 티샷이 돌을 맞고 코스로 되돌아오는 등 되찾은 평정심은 행운으로 이어졌다. 최나연은 완벽히 자기의 페이스를 찾았고 합계 7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를 차지한 양희영이 3언더파였음을 감안한다면 뛰어난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이었다. 이렇게 최나연은 시련 속에서도 실패하지 않는 최고의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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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리키즈’ ‘세리의 무대’로 진출하다

어린시절 박세리의 플레이에 매료된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한 최나연은 일명 ‘박세리 키즈’라고 불리우는 골프붐 속에서 박인비와 더불어 최고의 실력을 가진 골퍼로 성장해갔다. 2004년 KLPGA 대회인 ADT CAPS 인비테이셔널에서 아마추어 자격으로 참가해서 우승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킨 최나연은 2007년까지 KLPGA에서 4승을 거두며 스타 골퍼로 성장했다. 그 4승 가운데에는 KLPGA 메이저 대회였던 신세계컵 KLPGA 챔피언십도 포함되어 있었다.

KLPGA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최나연의 눈은 더 높은 곳을 향해있었다. 바로 자신이 보고 꿈을 키운 박세리가 뛰는 그 무대, LPGA였다. 최나연은 곧바로 Q스쿨을 준비했다. 그리고 Q스쿨에서 20위를 기록, 조건부 출전권을 가진채 2008년, 정식으로 LPGA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KLPGA에서 스타선수였지만, LPGA라는 무대는 최나연에게는 녹록치 않았다. 2008년 데뷔 시즌에서 최나연은 9번의 탑텐에 오르며,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평가 받았지만, 대만 출신의 청야니가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신인왕을 가져가게 되었다.

그리고 2009년까지 이어진 55번의 시합, 하지만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마다 최나연은 미끄러졌다. 지긋지긋한 무관 징크스가 이어졌다. 하지만, 낙심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욱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았다. 결국 2009년 9월 삼성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첫 우승 순간도 극적이었다. 마지막 라운드 18번 홀에서 상대였던 미야자토 아이(일본)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얻어낸 승리였기 때문이었다.

이후 최나연은 2009 LPGA 투어 하나뱅크 코오롱 챔피언십 우승도 차지하며 2009년 2승을 챙기는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다. LPGA 진출 이후 독립한 최나연의 홀로서기가 성공한 순간이었다. 이듬해인 2010년에도 최나연은 제이미파 오웬스 코닝 클래식과 하나뱅크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11년에는 사임 다비 LPGA 말레이시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KLPGA 무대에도 오랜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등 안정적인 경기로 차근차근히 자신만의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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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 우승, 부상 그리고 슬럼프

그리고 2012년 골퍼들에게는 꿈의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우승을 거머쥐면서 라이벌 청야니에게 밀렸던 자존심을 되찾아오는 데 성공함과 동시에 자신의 첫 LPGA 메이저 타이틀이라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하지만, 최나연의 전성기는 강렬했지만 너무 짧았다. 2013년 더욱 좋은 성적을 기대했지만, 단 한 번의 우승컵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HSBC 위민스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단독 2위가 2013년 최나연이 기록한 최고의 성적이었다. 부진은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고질적으로 문제가 있던 허리가 계속 말을 듣지 않았다. 27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톱텐 안에 든적은 6번에 불과했을 정도로 최나연은 깊은 슬럼프에 빠졌다. 캐나다 퍼시픽 오픈에서 절치부심했지만, 무려 21언더파를 치고도 23언더파를 친 유소연에게 밀려 문턱에서 좌절해야만 했다.

하지만, 최나연은 2015년 슬럼프의 구덩이에서 다시 일어섰다. 첫 대회였던 코아테스 골프 챔피언십에서 3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최나연은 6월 월마트 아칸소 챔피언십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기나긴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는 듯 했다. 하지만, 2015년 최나연의 탑텐은 우승한 두 개 대회와 JTBC 파운더스컵 공동 6위 뿐이었다. 허리통증이 심해졌기 때문이었다. 전혀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었었다.

다시 최나연에게 시련의 계절이 찾아왔다. 지난해 최나연이 참가한 대회는 25개, 그 중 탑텐에 든 적은 단 두 번이었고 최고성적은 스윙 스커트 클래식 공동 3위가 최고의 성적이었다. 하반기에는 더욱 성적이 나빠졌다. 샷의 정확도는 물론이고 짧은 거리의 퍼팅마저 놓치기 일쑤였다.

6월 우승을 차지했던 월마트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컷오프로 탈락한 최나연은 이후 6개 대회 연속으로 컷오프 탈락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이후 펼쳐진 타이완 챔피언십에서는 1라운드에만 9오버파라는 최악의 스코어를 보인 끝에 기권, 블루베이 LPGA에서도 1라운드에만 10오버파를 기록한 끝에 기권하는 최악의 한해를 보내고 말았다.  


■ 시련의 끝에서...최나연의 희망 찾기 

 올 시즌에도 아직 최나연은 시련의 터널 속에 갇혀있다. 최나연이 올해 기록한 최고성적은 마이어 챔피언십에서의 공동 43위, 최근 출전한 세 경기에서는 모두 컷오프될 정도로 여전히 최나연을 둘러싸고 있는 부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최나연은 자신만의 느낌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

14일 펼쳐졌던 US 오픈 1라운드에서도 그랬다. 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도 항상 웃는 얼굴로 라운딩을 한다. 이따금 샷 미스가 나오면 얼굴이 굳어지기도 하지만, 이내 마음을 풀고 자신의 플레이를 이어나갔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압박감은 어느정도 사라진 모습이었다.

최근 인터뷰에서도 최나연은 밝은 표정으로 자신만의 플레이를 즐기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슬럼프의 원인으로 지목받았던 허리통증에 대해 "지금은 거의 통증이 없다."라고 이야기한 최나연은 “잘 쉬고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 최근에는 연습량에 비례해서 휴식시간을 늘리고 있다. 그리고 코치를 원래 잘 바꾸지 않는 편이었지만, 코치도 바꾸고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스윙으로 교정을 했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감각적인 부분을 살리려고 한다."는 말로 슬럼프를 이겨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약관의 나이에 LPGA에 데뷔한 최나연의 나이도 어느덧 서른 즈음에 접어들었다. 10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최나연의 골프에 대한 열정은 커졌다. 슬럼프도 그녀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인터뷰에서도 최나연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적당히 대회에 나가다 골프를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요즘은 몸만 건강하다면 마흔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라고 밝히며 자신의 열정이 아직 꺼지지 않았음을 이야기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팬클럽과 봉사활동을 하며 ‘기부 천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는 최나연은 최근 봉사활동을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웃으며 이야기할 정도로 성숙해진 골퍼로 성장해 있었다. 과연 최나연은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세리 키즈’ 최나연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영상=순스포츠 홍순국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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