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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발의 차이로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리고베르토 우란(우측) /ⓒLe Tour de France

[몬스터짐=조형규 기자] 투르 드 프랑스에서 가장 극적인 승리가 탄생했다.

콜롬비아 출신의 클라이머 리고베르토 우란(30, 캐논데일)이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열린 2017 투르 드 프랑스 스테이지 9에서 기재고장이라는 악재를 딛고 5시간 7분 22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생애 첫 투르 드 프랑스 구간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열린 스테이지 9 경기는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스테이지 8의 산악 코스를 잇는 험난한 레이스였다. 높은 고도차를 자랑하는 네 번의 힐클라임 코스를 넘어야 하는 스테이지로, 특히 레이스 막판 펼쳐지는 몽두샤 언덕은 급경사의 힐클라임 직후에 곧바로 위험한 다운힐이 이어진다. 해발고도 1,504m, 가장 높은 경사도가 20%에 달하는 난코스였다.

쉽지 않은 산악코스인 만큼 레이스 초반부터 낙차사고가 속출했다. 레이스 중반 다운힐 코스를 타던 중 팀스카이의 게런 토마스가 넘어지며 쇄골뼈가 부러져 이탈했고, 마지막 몽두샤 언덕에서는 BMC 레이싱의 리치 포르테가 댄 마틴과 크게 충돌하여 결국 앰뷸런스에 실려 갔다.

특히 이 사고는 현재 대회 종합순위 선두이자 영국이 자랑하는 사이클 스타 크리스 프룸에게 위기로 작용했다. 같은 팀메이트이자 프룸을 이끌어주는 가장 강력한 서포터 토마스의 부상으로 팀스카이의 전력에도 공백이 생기게 된 것. 덕분에 스테이지 9의 경기 양상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가장 힘들었던 몽두샤 코스가 끝나고 결승선이 가까워지면서 본격적인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종반까지 선전하며 리드를 이끌던 바르데는 2.1km 부근에서 프룸과 워렌 바길에게 추격을 허용하며 따라잡혔다. 프룸과 바길의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는 듯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놀라운 장면이 탄생했다. 레이스 내내 추월을 허용하며 선두그룹을 힘겹게 따라가던 우란이 마지막 역전에 성공하며 바길과 함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다.

심지어 우란은 레이스 후반 펼쳐진 몽두샤 코스에서 댄 마틴과 포르테의 충돌 사고로 인해 자전거의 행어(자전거의 프레임과 변속기를 연결하는 부품)가 휘어 기어 조작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변속이 불가능했던 우란은 풀아우터(가장 큰 프론트 체인링과 가장 작은 리어 스프라켓이 연결된 상태)의 가장 무거운 기어비만으로 페달을 묵묵히 밟아가며 결국 바길을 따라잡아 동시에 골라인을 넘었다.

결승선 통과 직후 먼저 손을 들어올린 선수는 바길이었다. 그러나 정확한 판독을 위한 포토피니시 결과 우란이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 확인되었고, 결국 스테이지 9의 승자는 우란으로 확정됐다. 기재고장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따낸 우승이기에 더욱 값진 기록이었다.

한편 우란은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사실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었고, 이길 거라는 생각도 없었다. 마틴과 포르테의 충돌 사고고 기어가 망가져 온통 정신이 거기에만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승리가 너무나도 놀랍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정말 행복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사진·영상] ⓒLe Tour de France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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