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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승자 스페인의 카를로타 시간다

[몬스터짐=반재민 기자] LPGA에 가을이 찾아왔다. 1주일간의 추석 휴식기를 마친 LPGA는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아시아 투어에 나선다. 한국을 시작으로 대만, 말레이시아, 일본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스윙은 11월 8일 중국에서 펼쳐지는 블루베이 대회를 마지막으로 끝나며, 이후 11월 16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펼쳐지는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마지막으로 2017년의 일정이 모두 끝나게 된다.

2017년 LPGA를 사실상 마무리하는 아시아 스윙의 첫 관문인 2017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오는 12일 티오프한다.

오는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 72 골프클럽에서 펼쳐지는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올해 유래없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금왕 및 세계랭킹 싸움과 급성장한 기량으로 기존 LPGA 선수들을 위협하는 국내파 선수들의 가세로 더욱 뜨거운 열기를 내뿜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어떤 대회이며 우승컵을 차지할 주인공은 누가 될까?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의 모든 것을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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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가 열리는 스카이 72 골프클럽은?


이번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열리는 골프장은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 72 골프클럽이다. 이 골프클럽은 하늘코스, 레이크코스, 클래식코스, 오션코스 등 네 가지로 구분되는데, 이번 대회는 오션코스에서 치러진다.

오션코스는 골프장 설계의 거장 잭 니클라우스 디자인의 설계로 2006년 만들어진 코스로 코스전장 6,652m(7,275야드), 18홀, 파 72로 되어있는 코스다. 착공 당시부터 대회 전용으로 만들어진 오션코스는 2007년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을 비롯해 SK 텔레콤 오픈등 국내외 다양한 대회가 열린 골프장이다.

특히 인위적인 조경을 배제한 자연과의 조화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지만, 그만큼 공략하기도 매우 어려운 코스다. 1번 홀부터 왼쪽에 길게 늘어선 벙커는 프로 선수들에게도 압박감을 느껴 더욱 공략하기 힘들어지는 것이 바로 이 코스의 특징이다.

그중에도 선수들이 가장 어려운 홀로 꼽는 홀은 어디일까? 모두 하나같이 16번 홀을 꼽았다. 핸디캡 1번이기도 한 이 홀은 오르막인데다가 페어웨이 왼쪽에 자리잡은 벙커로 인해 티샷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드라이버로 장타를 노려 페어웨이에 떨어뜨렸어도 다음이 문제다. 그린 좌측에 있는 해저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왼쪽으로 바람이 불면 세컨샷은 헤저드로 향하며, 오른쪽으로 간다면 풀숲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맞바람까지 거세게 부는 코스이기 때문에 장타를 노리기도 쉽지 않은 코스다.

16번 홀뿐만 아니라 모든 코스가 요소요소마다 벙커와 헤저드가 있고, 특히 서해에서 부는 바닷바람은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리려는 태극낭자들에게도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는 LPGA 무대이지만 최근 2년간 한국인 우승자를 많이 배출해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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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의 열쇠는 ‘장타력’

과연 이 험난한 코스에서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바로 ‘롱기스트’라는 점이다. 장타자를 의미하는 롱기스트는 드라이버의 평균 비거리가 가장 많이 나가는 선수를 가리키는 단어로 보통 평균거리가 260야드를 상회하는 경우 장타자 타이틀이 붙게 된다.

그리고 SKY 72 컨트리클럽 또한 장타자에 특화 되어있는 환경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대회가 펼쳐지는 오션코스는 파4 홀 평균 거리가 413.3야드, 파3 홀 평균 209.3야드, 파5 홀 평균 576야드로 LPGA 코스 평균 거리를 웃도는 거리다. 특히 파 3홀이 유독 다른 골프장보다 짧으며, 파5 홀이 긴 특징을 가지고 있어, 장타자들이 쉽게 버디를 노릴 수 있는 코스이기 때문에 대부분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선수들은 장타자였다.

LPGA의 대표적인 장타자인 렉시 톰슨도 2015년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할 당시 평균 비거리가 255야드였지만, 가장 중요했던 4라운드에서는 평균 260야드를 상회하는 비거리였으며, 지난해 깜짝 우승을 차지한 카를로타 시간다는 무려 275.13야드라는 엄청난 장타를 보여주며 연장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 깜짝 우승을 차지했던 백규정 역시 당시 KLPGA 평균 비거리가 260야드를 상회하고 있었던 장타자였고, 대만의 청야니는 269야드, 이 대회 최다 우승자인 수잔 페테르센은 올 시즌 평균 비거리가 268.44 야드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전통있는 장타자들에게 우승을 허락했다.

그러나, 비거리가 우승에 있어서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아무리 거리가 많이 나가 홀컵에 볼을 붙여도 볼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기 마련이다.


지난해 우승을 차지한 시간다 역시 마지막날 후반 홀에서 무려 4타를 잃으며 무섭게 추격해온 앨리슨 리와 연장전 끝에 승부를 결정지어야만 했으며, 2015년 혜성처럼 등장해 1라운드에만 10언더파를 기록하며 단독선두로 나섰던 박성현은 2라운드에서 퍼팅난조에 발목을 잡혀 보기만 5개를 기록하는 불운을 겪으며 결국 렉시 톰슨에게 통한의 우승을 내줘야만 했다. 박성현이 “골프는 알 수 없는 스포츠”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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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을 노리는 출전 선수는?


올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선수는 모두 78명이다. LPGA 투어 상금 순위 상위 59명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 순위 12명, 추천 선수 7명으로 되어있다. 아시아 투어의 첫 출발지인 만큼 허리부상으로 불참을 선언한 박인비 이외에 모든 랭커들이 참가한다.

특히 US오픈 우승자 박성현(24), ANS 인스퍼레이션 우승자 유소연(27), 2015년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자 렉시 톰슨(미국)이 벌이는 올해의 선수 싸움이 이 대회를 기점으로 윤곽이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상금랭킹, 올해의 선수, 세계랭킹 부문에서 근소한 차이로 1,2,3위에 오른 세 선수는 아시아 스윙 중에서 많은 편에 속하는 상금이 걸린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경우 상금왕 레이스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 이번 대회가 이 세 선수에게는 중요성이 커졌다.

현재 상금랭킹은 박성현이 19만 9천 달러로 선두에 나선 가운데 유소연이 17만 8천달러로 2위, 렉시 톰슨은 166만 3천 달러로 3위에 올라있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는 유소연이 150포인트로 1위, 2위가 147포인트의 렉시 톰슨, 박성현은 130포인트로 3위에 올라있다. 아시아 투어에 따라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순위다.

게다가 렉시 톰슨은 가장 최근인 2015년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는 선수로 이 대회에서 우승 경험이 없는 두 선수 보다는 경험면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세 선수의 불꽃튀는 경쟁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세 선수가 반드시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지난해 앨리슨 리와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거머쥔 카를로타 시간다를 비롯해 2017 브리티시 오픈 우승자 김인경,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자 김세영, 2017 KIA 클래식 우승자 이미림, 바로 전 대회인 뉴질랜드 오픈 우승자 브룩 M. 헨더슨 등 쟁쟁한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또한 아마추어 신분으로 US오픈 깜짝 준우승을 차지한 후 프로 전향을 선언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최혜진이 주최 측 초청선수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며, KLPGA 투어에서 4승을 거둔 이정은6을 비롯해 KLPGA 상금랭킹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김지현, 고진영, 김해림 등이 출전, 2014년 백규정 이후 또 한명의 신데렐라가 되기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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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초대 우승자 박세리


■ 신데렐라 탄생의 장,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의 원 대회는 CJ 나인 브릿지 챔피언십으로 지난 2001년 대회가 만들어졌다. 2006년부터 하나은행이 후원하기 시작하면서 하나은행 챔피언십으로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초대 대회는 열리지 못했다. 2001년 9.11 테러로 촉발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 때문이었다. 결국 실질적인 대회는 2002년부터 시작되었고, ‘원조 골프여제’ 박세리가 3언더파 213타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듬해인 2004년, 이변이 일어났다.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신예 안시현이 12언더파 216타로 로라 데이비스(미국)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등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깜짝 우승을 차지한 것이었다. 안시현의 우승으로 골프계에는 ‘신데렐라’라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2005년 이지영 (5언더파 211타), 홍진주 (11언더파 205타) 2014년 백규정 (10언더파 278타, 4라운드) 등 제2, 제3의 신데렐라가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통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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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우승자 최나연


하지만, 2007년 수잔 페테르센의 우승을 기점으로 해외 선수들의 우승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 대회 유일한 2회 우승자인 페테르센을 비롯해, 캔디 쿵과 청야니(이상 대만), 렉시 톰슨(미국),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가 우승을 차지했으며, 한국 선수들 가운데에서는 2010년 최나연과 2013년 양희영, 2014년 백규정이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한국 선수들은 이 대회에서 쉽사리 힘을 쓰지 못했다.

과연 이번 대회에서는 어떤 선수가 우승을 차지할까? 최근 계속되고 있는 해외 선수들의 강세가 이어질지, 아니면 2017년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태극낭자들의 환호가 고국인 대한민국 하늘아래에서도 울려퍼질지, 이번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여러 가지로 많은 주목이 되는 대회가 될 것이다.

사진=순스포츠 홍순국, SKY 72 골프장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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