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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반재민 기자] 지난 26일 OK 저축은행은 KB 손해보험을 꺾고 지긋지긋했던 연패의 터널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기자실에 들어선 김세진 감독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바로 적응에 애를 먹고 있는 외국인 선수 마르코 때문이었다. “마르코가 살아나지 않았다.”라는 짤막한 한마디 속에 김 감독의 모든 감정이 다 녹아있는 듯 했다.

지난 4일 트라이아웃 1순위로 입단한 브람 반덴 드라이스(벨기에)를 돌려보내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 영입한 마르코였지만, 정작 알렉스의 형이라는 사실만 부각되었을 뿐 현재까지 실력은 물음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마르코는 연패를 끊어낸 이날 경기에서도 14득점 공격성공률 45.16%를 기록했다. 팀의 공격을 어느 정도 책임져야하는 외국인 선수로서는 저조한 성적이었다. 오히려 송희채가 공격면에서는 더욱 나았다. 송희채는 17득점에 64%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초반에 마르코의 페이스는 좋았다. 마르코는 1세트부터 적응을 마친 듯 강력한 공격력으로 KB 손해보험의 수비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따금 범실로 흐름을 끊기도 했지만, 이를 멋진 블로킹과 오픈공격으로 만회해냈다. 마르코가 살아나자 송희채와 김요한도 같이 살아나는 순기능까지 가져오며 1세트를 따내는데 수훈을 세웠다. 마르코는 1세트 10득점, 성공률 52.63%의 순도 높은 공격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2세트부터 고질적인 문제가 되었던 범실과 기복문제가 전혀 해결이 되지 못한 모습이었다. 2세트 초반 마르코는 연거푸 공격범실을 범하며 팀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고, 결국 팀 전체 조직력이 흔들리며 2세트를 허무하게 내주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1세트 10득점을 기록하며 팀을 이끌었던 마르코의 2세트 성적은 고작 4득점, 공격성공률 또한 44%로 떨어졌다. 2세트까지 마르코는 혼자 8개의 범실을 기록하며, 팀의 연패사슬의 원인이었던 범실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말았다.

마르코의 기복은 3세트에서도 이어졌다. 알렉스 완벽한 공격범실 상황에서 넷터치 범실을 먼저 범하며 접전상황에서 허무하게 점수를 내줬고, 보다 못한 김세진 감독은 세트중반 마르코를 조재성과 교체시켰다.

오히려 도중 투입된 조재성이 마르코보다 더욱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조재성은 10득점에 57%라는 높은 성공률로 송희채와 더불어 공격을 이끌었고, 4세트 중반에는 결정적인 서브에이스로 팀의 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결국 연패는 끊었지만, 웃을 수 없었던 김세진 감독의 이유는 바로 마르코 때문이었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반면, 마르코의 동생인 KB의 알렉스는 비록 팀은 패했지만, 형제대결에서 또다시 승리를 거뒀다. 비록 1세트에서는 33%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했지만, 2세트에서는 서브득점 1개 포함 7득점을 기록했고, 공격성공률 또한 75%라는 가공할만한 공격성공률을 기록했고, 18득점을 기록하며 마르코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연패를 탈출하는데 성공했지만, 또 하나의 산이 남아있다. 바로 2위 현대캐피탈과의 경기가 바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은 오는 29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을 불러들여 4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현재 선두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화재가 대한항공에 패하면서 현대캐피탈로서는 OK 저축은행을 잡아낼 경우 삼성화재를 바짝 추격할 수 있기에 최상의 전력으로 나설 것이라 예상된다.

반면 OK 저축은행의 입장에서는 마르코가 계속된 부진에 빠질 경우 연패를 빠져나온 보람도 없이 현대캐피탈 전을 기점으로 다시한번 연패의 늪에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과연 리그 적응을 위해 마르코가 풀어야할 과제는 무엇일까?

김세진 감독은 마르코의 부진에 대해 “너무 자기 입맛에 맞는 토스를 좋아한다.”라며 쓴소리를 했다. 김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민규 세터가 자신에게 맞게 올려주는 토스는 공격을 잘 연결시키는데 그 이외의 토스는 전혀 득점과 연결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걱정이다.”라며 마르코의 부진에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를 냈다.

김 감독은 덧붙여 “득점을 많이 낸 1세트에서도 리시브가 좋아서 득점을 냈지 공격 타이밍이 잘 맞아서 득점을 낸 것은 아니었다. 손발이 맞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에 나오고 지다보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은데, 마르코를 다그치기 보다는 훈련에서부터 차근차근히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라며 마르코를 살려보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과연 최강 현대캐피탈을 맞아 마르코가 얼마만큼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 연승을 위한 OK 저축은행의 키포인트는 바로 마르코의 부활이다.

사진=KOVO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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