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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짐=반재민 기자] 명백했던 오심 두 개가 경기의 승패를 완전히 뒤바꿨다. 감독과 선수들은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억울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승부를 되돌리기엔 이미 늦어버렸다.

배구연맹은 그들을 분노케한 주심과 판독관들에게 중징계를 내리며 그들의 타버린 속을 달래보려 했지만, 그러기에는 그들이 받은 상처가 너무 컸다.

하지만, 삶은 계속되듯이 그들의 배구도 계속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들은 프로다운 모습으로 다시 날아올랐다.

4위 KB 손해보험이 2위 현대캐피탈을 꺾을 것이라 생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KB는 초반 돌풍을 일으켰지만, 시즌이 지날수록 하락세를 타며 3위 언저리에서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었고,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게다가, KB는 지난 한국전력과의 경기를 결정적인 오심으로 놓치는 상황 속에 팀 분위기마저 바닥을 쳐버렸다.

하지만, KB는 팬들의 우려를 뒤엎었다. 풀세트 접전 끝에 감격적인 승리를 따낸 것이었다. 이번 승리의 일등공신은 단연 외국인 선수 알렉스였지만, 모든 선수들이 똘똘 뭉쳐 승리를 이뤄냈다고 해도 될 정도로 KB는 선수단 전체의 맹활약을 통해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1세트부터 KB 선수들은 강한 서브로 현대캐피탈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고, 2세트에서는 알렉스가 3연속 서브에이스까지 작렬시키며 올 시즌 서브의 팀으로 변모한 KB의 팀컬러를 제대로 팬들에게 보여주었다.

알렉스가 공격에서 틀을 잡아주자 보조 공격수인 강영준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강영준은 21대 20으로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서 퀵오픈 공격을 성공시켰고, 박주형의 퀵오픈을 가로막으며 1세트의 승부의 추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3세트에서는 팀이 뒤지던 상황에서도 알렉스와 함께 공격과 블로킹을 책임지며 추격을 이끌었고, 5세트에서는 10대 11 상황에서 동점을 만드는 백어택을 만드는 등 18득점으로 알렉스의 뒤를 확실하게 받쳤다.

미들 블로커진 또한 승리를 이끄는 데 한몫을 해냈다. 특히 하현용의 분투가 빛났다. 하현용은 1세트 안드레아스의 백어택을 블로킹으로 만들었고, 운명의 5세트에서는 7대 11의 절대적 열세 상황에서 문성민과 송준호의 연속공격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활약을 보이며 팀의 승리에 주춧돌이 되었다. 

이선규는 과감한 속공 플레이와 허를 찌르는 서브로 10득점을 기록했다. 또한, 알렉스와 신영석의 일촉즉발의 신경전 상황에서는 선참다운 모습으로 둘을 진정시키며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비록 5세트 중반 상대 미들 블로커 신영석과 신경전을 벌여 레드카드를 받는 옥의 티가 있긴 했지만, 지난 경기의 충격 속에서도 KB는 프로다운 모습을 통해 원 팀(One Team)으로 승화시켰고, 하나의 팀이 된 KB는 우승후보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어느 경기보다 값진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사진=KOVO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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