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컨디션이 좋은 것 같은데요?"

안양전을 마무리하고 믹스드존에서 만난 신화용 골키퍼 코치는 양형모의 활약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대해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하지만, 컨디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결이 그의 플레이 속에 숨겨져 있다. 바로 '캡틴으로서의 책임감'일 것이다.

지난 시즌 K리그2 강등이라는 쓰라린 성적표를 받아들어야만 했던 수원 삼성, 올 시즌을 앞두고 염기훈 신임 감독은 주장단을 선임하는 것부터 고민을 해야만 했다. 패배의식에 빠진 선수단을 일깨우고 고참과 신인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선수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여러 후보군이 물망에 올랐고 염기훈 감독의 최종 결정은 바로 골키퍼 양형모였다. 2014년 수원에 입단해 올해로 10년차가 된 양형모는 염기훈 감독과 가장 오랫동안 선수단에 함께 있었던 선수 중 한명이었으며 묵묵하게 자신의 몫을 해주고 선수들을 독려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렇게 양형모는 염기훈 감독에게 주장의 제안을 받게 되었다.

"형모의 생각보다 주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주장완장, 하지만 양형모는 "나를 믿기 때문에 주장을 맡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하며 주장직을 받아들이게 된 소감을 밝혔다.

주장완장을 달게 되면서부터 그의 플레이에는 책임감이 더해졌다. 이제 수비진 뿐만이 아닌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를 다잡아야 하는 캡틴의 역할로서 2024년 시즌을 치뤄나가야 하기에 솔선수범을 보여야만 했다.

그리고 그는 충분히 솔선수범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경기력이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임에도 수원 삼성이 꾸준히 승점을 쌓고 승리를 따낼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양형모의 선방 퍼레이드가 아니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상황이었다. 그만큼 양형모는 발전했다.

그리고 올 시즌 중요한 분수령 중 하나였던 FC안양과의 지지대 더비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전반 초반 이창용의 결정적인 헤더와 마테우스의 날카로운 왼발슈팅을 막아냈고, 수세 속에서도 실점을 막아낸 양형모의 활약은 김주찬과 김현이 만든 연속골 행진의 시금석이 되었다.

후반전에서도 더욱 거세진 안양의 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낸 양형모는 비록 후반 막판 마테우스의 프리킥을 제대로 펀칭하지 못하며 김운에게 세컨볼 만회골을 허용했지만, 팀의 3대1 승리를 지켜냄과 동시에 수원의 4연승과 선두 등극을 이끌어냈다.

염기훈 감독 역시 그의 활약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 시즌 양형모가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요인에 대해 "책임감이 커지지 않았나 싶다."라고 이야기한 염 감독은 "훈련을 할 때나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할 때에도 역할을 잘해줘서 감사하다. 주장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떄문에 형모가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있는 부분에 대해 고맙다."라고 웃어보였다.

하지만, 양형모는 그러한 칭찬에 대해 들뜨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바로 지난해 겨울 겪었던 아픈 기억 때문이다. 그는 "강등이라는 것을 겪고 나서 그래도 선수들이 많은 경각심을 가지고 있고 나 역시 갖고 있다."라고 지난해의 아팠던 심경을 덤덤하게 털어놓았다.

이어서 "그런 마음들이 모여 절대 끝까지 포기하면 안 된다라는 마음이 단기간에 생긴 게 아니라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부터 쌓아져 왔다. 그게 지금 경기장에서 경기 결과로서도 나와주고 있는 것 같다."라고 답하며 올해 끈끈해진 수원의 스피릿에 대해 이야기했다.

연승의 비결에 대해 "하고자 하는 것을 끝까지 해내려는 마음을 모두가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라고 팀원 모두에게 공을 돌린 양형모, 그의 모습에서 시련을 딛고 더 도약하겠다는 수원삼성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팬들에게 한마디?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고 오실 때마다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해내겠습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