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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 보디빌딩 경기가 끝난 뒤, 펜션에서 직원들과 머스큘라 등 보디빌딩 각종 자세를 취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난달 29~30일 제주도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제95회 전국체전 보디빌딩경기가 열렸다. 격투파트를 맡고 있지만, 국내 최초로 보디빌딩 해설을 하기 위해 제주도로 향했다.

캐스터로 참여하게 된 건 [유병학이 간다]의 연장선이었다. [유병학이 간다]는 현장과 팬心의 거리를 좁히고, 업계의 중심부와 팬들이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개척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다.

방송은 실시간 라이브로 진행되며, 어떠한 편집도 개입될 수 없는 날것 그 자체다. 실시간 댓글을 통해 여러분들의 생생한 의견이 방송에 즉각 반영 될 수 있다.

이번 전국체전 해설은 라이브로 진행되진 않았지만, 경기 후 2시간 내 몬스터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90kg급 중계영상

보디빌딩 대회의 분위기는 격투 대회에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등장하면, 열렬히 환호하고 박수를 치는 모습이었다. 역시나 판정에 대해 불만을 갖고 계신 어르신들도 적지 않았다.

격투대회와 달랐던 점은 소개멘트 없이 속전속결로 대회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체급 간의 텀이 적어 쉬는 시간이 부족했다.

기자단을 배려한 장소와 협조도 부족했다. 좋은 위치를 선점하려다보니, 기자들의 신경전도 만만치 않았다.

선수들이 준비한 음악이 흘러나오지 않는 사태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한 두 번의 경우가 아니라고 했다. 문제라는 걸 알면서도 확실히 개선되지 않은 상황은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신선했던 점은 동적이 아닌 정적인 움직임인 보디빌딩의 해설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정적이지만 선수가 포즈를 취할 때 몸의 전체적인 부위를 집중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옆에 이호욱 교수, 하용인 교수, 오경모 선수가 없었다면 진행을 못했을 지도 모른다. (댓글로는 좋지 않은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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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은 -80kg급 선수, 둘째 날은 보디빌딩 해설/ 1인 2역의 오경모

선수들이 취하는 자세는 모두 신선했다. 프론트 더블 바이셉스, 프론트 랫 스프레드, 사이드 체스트, 백더블 바이셉스. 온 힘을 집중시키자, 선수들의 잘생긴 얼굴은 일그러졌다. 하지만 미소를 잃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선수들의 노력은 인상적이었다. -90kg급에 출전한 이진호 선수의 스마일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전통강자 강경원은 15번째 금메달을 목에 거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는 1999~2010년까지 전국 체전 12연패를 이룩한 후, 2011년 이진호에게 잠시 왕좌를 내주었지만 2012~2014년까지 다시 3연패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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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 : 대구시청 이진호 , 금메달 : 인천시설관리공단 강경원 , 동메달 : 광주시청 김명훈

강경원이 가장 선호하는 자세는 백더블 바이셉스가 아닐까 싶다. 그의 척추 기립근은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케 했다.

실제로 '백더블 바이셉스'를 취해봤다. 온 몸에 쥐가 나는 것 같았다. 몸을 만들어보겠다는 꿈은 그 순간 접었다. 전문가들은 선수들의 표정이 보이진 않지만, 백더블 바이셉스가 가장 힘든 동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백더블 바이셉스 제대로 배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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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더블 바이셉스는 보디빌딩 4번 포즈로 후면 이두근을 부각시키는 포즈다.

선수는 뒷모습이 심판에게 보이게 서서 두 팔과 팔목부분을 프론트 더블 바이셉스 동작과 똑같이 한다. 한쪽 다리를 발 앞으로 착지하고, 발꿈치를 쳐든다. 팔과 어깨, 등근육을 수축하고 허벅다리, 종아리도 힘껏 수축한다.

등 근육의 밀도와 곡선 전체의 발달 정도를 심사한다.

둘째 날 해설로 참여한 오경모 선수는 이 동작이 선수들에게 가장 힘든 포즈라고 설명했다. 뒤돌아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표정이 보이진 않지만, 이를 악 물고 있을 것이라 했다.

또한 대기하고 있는 선수들과 마주보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TOP5에 선정돼서 포즈를 취하고 있을 때, TOP5에 선정되지 못하고 단상 아래서 대기하고 있는 선수와 눈이 마주쳐 집중을 하지 못하기라도 하는 날엔 경기를 망치게 된다.

강경원은 이 동작을 업그레이드시켜 자신만의 동작으로 만들었다.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은 척추 기립근을 제대로 살렸다.

강경원도 처음 동작을 배울 때 쉽지 않았다고 했다. 백더블 바이셉스는 단순히 근육만 표현하는 동작이 아니다. 선수들의 모든 노력과 땀이 들어가 있고, 자칫 방심했다간 쥐가 날 수도 있다.

영상으로 가늠할 수 없는 현장 상황·분위기

경기영상을 봤을 땐 관중들의 환호소리만 들렸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언성을 높이는 어르신이 적지 않았다. 경기결과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었다.

보디빌딩은 9심제다. 격투기의 3심제, 축구의 5심제보다 많다. 각 시·도별로 엄선된 최정예 심판들이다. 그러나 뒷말은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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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빌딩 경기에서는 '포즈다운'이라는 순서가 있다. 경기를 다 끝낸 선수들이 단상에서 내려와 관중들을 위해 심사와 상관없이 가장 자신 있는 포즈를 마음껏 뽐내는 것이다.

그 어떤 스포츠에도 관중을 위한 퍼포먼스 무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고 한들, 그건 선수가 직접 준비한 무대다.

'포즈다운'은 신선했고, 날 흥분시키게 했다. 보디빌딩 경기가 마무리된 날 밤, 현장에 동행한 직원들과 함께 클럽 음악에 맞춰 우리들만의 포즈다운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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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멋진 포즈는 '모스트 머스큘라'다. 헐크를 연상시키는 이 자세는 마치 한 사람이 아닌 한 마리의 짐승으로 변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난 우리들만의 무대에서 '모스트 머스큘라'만 남발했다. 결국 발에 쥐가 나고 말았다.

몰랐던 사실은 주최한 곳에선 선수 한 명을 더 추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제주도 선수들이 유독 많이 보였던 것이 나만의 착각이 아니었다.

보디빌딩 해설 이후 보디빌딩에 대해 부쩍 많이 알게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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