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미국의 라스 베이거스는 전세계 가장 큰 피트니스의 축제가 펼쳐진다. 바로 보디빌딩 대회 중 가장 큰 권위를 갖는 미스터 올림피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지난 1965년 시작되어 올해로 58회 째를 맞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스터 올림피아는 아놀드 슈워제네거, 도리안 예이츠, 로니 콜먼 등 전설적인 보디빌더들의 명승부가 펼쳐진 최고의 무대이기에 대부분의 보디빌더들은 이 무대에 서는 것을 평생의 꿈으로 여긴다.

올 한해 동안 IFBB 프로리그와 NPC 월드와이드 프로 쇼에서 우승을 차지한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이번 올림피아에 참여하는 가운데 지난 2018년 비키니의 김하연에 불과했던 한국인 출전자 역시 크게 늘어 열명이 되었다. 특히 이번 올림피아에 출전하는 열 명의 한국 선수들은 기존 보디빌딩과 클래식피지크, 맨즈 피지크, 피규어, 비키니에 그쳤던 기존의 선수풀에서 벗어나 우먼즈 피지크 최초 올림피아 이지혜를 비롯해 웰니스 최초 올림피아인 손한나가 출전하며 다양한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과연 이 열명의 한국 선수들은 기라성 같은 선수들 틈에서 어떤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을까? 클래식피지크에서 우먼즈 웰니스까지 세계 보디빌딩 무대에 도전장을 던지는 열 명의 대한민국 선수들을 종목별로 소개하고자 한다. 

클래식피지크 : 박재훈, 송재필

이번 클래식 피지크 올림피아에서는 두 명의 한국인을 볼 수 있다. 바로 2019년 몬스터짐 프로 퀄리파이어에서 프로카드를 차지한 송재필, 그리고 지난 6월 몬스터짐 프로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피아 티켓을 거머쥔 박재훈이 주인공이다. 특히 송재필의 경우 2006 미스터코리아 체급 1위, 전국체전 금메달 3회, 은메달 2회에 빛나는 엘리트 보디빌더 출신으로 지난 2020년 프로 데뷔전이었던 몬스터짐 프로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에도 올림피아 티켓을 거머쥐며 대한민국 클래식피지크에서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박재훈은 송재필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뛰어난 퍼포먼스와 정확한 포징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다. 특히 6월 펼쳐졌던 몬스터짐 프로에서는 박재훈의 절정에 오른 컨디션을 볼 수 있던 대회였다. 
강성진과 김창근, 등 베테랑 선수들과 지난해 우승자였던 유인성, 다크호스 박성훈 등과 함께 클래식 피지크 올림피아에 도전장을 낸 박성훈은 등장부터 관중들이 감탄했을 정도로 최고의 몸을 만들어왔다.

컨디셔닝은 헤드저지 베키 클라우슨도 극찬했을 정도로 최고의 상태를 자랑했으며, 근질과 함께 밸런스도 적절하게 잡힌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비교심사 막판 박성훈과 함께 1위 자리 다툼을 한 박재훈은 근소한 차이로 박성훈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 미스터 올림피아의 주인공이 되며 크리스 범스테드 등 세계의 유수 클래식 피지크 선수들과 자웅을 겨룰 수 있게 되었다. '올라잇' 이라는 그의 닉네임 대로 그의 길은 클래식피지크로서 올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


맨즈 피지크 : 최봉석, 이준호

맨즈 피지크 부문에서는 대한민국 맨즈 피지크의 터줏대감 선수들이 출전한다. 올해 초 올림피아 진출을 확정지은 최봉석과 이준호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올림피아 무대를 밟는다. 최봉석은 맨즈 피지크 부문에서 뛰어난 근매스를 자랑하고 있으며, V 테이퍼의 선명도 또한 뛰어나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탑급 선수로 불리우고 있다. 지난 재팬 프로에 출전하며 컨디션을 조절, 올림피아 준비를 일찍 시작한 최봉석은 아시아 피지크 올림피아 탑텐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올해 결혼과 함께 2년 연속 올림피아 진출이라는 겹경사를 맞은 이준호 역시 세계 무대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다. 지난해 프로 데뷔 후 첫 올림피아 무대에 올라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아쉬움을 삼켰던 이준호는 올해 새로운 마음가짐과 새로운 몸 컨디션으로 올림피아 선수들과 맞설 준비를 마쳤다. 이준호는 "지난해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비키니 : 박지빈 김하연

2018년 한국인 올림피아 진출의 시작을 알렸던 비키니 부문에서는 신구 조화가 돋보인다. 첫 한국인 올림피아 직행의 주인공인 김하연과 한국인 최연소 비키니 올림피아 주인공인 박지빈이 이번 올림피아에 출전한다.

김하연은 비키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정도로 비키니계에서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17년 산마리노에서 펼쳐졌던 IFBB 산마리노 프로에서 그는 아마추어 그랑프리와 프로쇼 우승을 휩쓸며 세계 비키니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당시 사회를 맡았던 아나운서 데니스 제임스가 김하연의 수상 직후 지속적으로 "아마추어에서 우승하고 프로카드를 딴 직후 프로 경기에서까지 1위를 차지한 기록은 김하연이 세계 최초다"라는 점을 강조했을 정도로 김하연이 IFBB 프로에서 얼마나 임팩트 있는 첫 발자국을 남겼는지 알 수 있다. 이 대회에서의 우승으로 김하연은 2018 미스터 올림피아 비키니 부문에 동양인 최초로 본선무대에 진출하는 영광을 안았고 선수로서 한단계 더욱 성장했다. 이후 4년 만에 이번 올림피아 무대에 복귀했다.

박지빈은 지난해에 이어 2회 연속으로 몬스터짐 프로를 제패한 '앙팡 테리블' (무서운 아이)이다. 올해 성적이 나오지 않아 시즌 오프까지 생각했던 박지빈이었지만, 지난 6월 펼쳐졌던 몬스터짐 프로에서 그는 신예답지 않은 저력을 선보이며 선배 최사라를 근소하게 따돌렸고, 2회 연속 우승 트로피를 거머쥠과 동시에 미스터 올림피아 2년 연속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지난해의 경험에 지난해보다 좋아진 바디 밸런스와 세퍼레이션, 과연 무서운 아이 박지빈이 보여줄 퍼포먼스는 어떨 지 눈길이 가는 이유다.


피규어 : 안다정, 박한울

대한민국 피규어의 자존심 안다정은 올해에도 올림피아에 진출했다. 2019년부터 4년 연속으로 출전하며 대한민국 피규어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안다정으로서는 지난해 기록한 7위를 넘어서 올림피아 최고 순위에 도전하고 있기에 더욱 피트니스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전히 피규어 부문에서는 시드니 길론이 5연패를 기록하며 최강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지난해 보여주었던 퍼포먼스를 올해도 그대로 유지한다면 길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에는 안다정 곁이 외롭지 않다는 것에 있다. 바로 올해 토론토 프로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피아 티켓을 차지한 박한울이다. 박한울은 지난해 프로카드를 획득한 후 몬스터짐 프로에서 2위를 차지하며 안다정과 함께 대한민국 피규어를 이끌어나갈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특히 우먼즈 피지크에 버금가는 근매스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토론토 프로에서 우승을 차지한 순간은 박한울의 인생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프로가 된 지 3년만에 당당히 올림피아 무대에 나선다. 




우먼즈 피지크 : 이지혜

우먼즈 피지크는 비키니나 다른 종목들에 비해 인기가 많지는 않은 종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먼즈 피지크의 대중화를 위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이지혜다. 이지혜는 지난 2018년 필리핀의 숀 로든 클래식에서 프로카드를 차지하며 IFBB 프로 선수가 되었다. 하지만, 우먼즈 피지크를 포함하는 대회가 많지 않았고, 코로나 19까지 겹치면서 그의 데뷔전은 미뤄졌고, 지난해 몬스터짐 대회에 출전하면서 비로소 프로 데뷔전을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이지혜는 자신의 존재감을 세계에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5월 펼쳐진 뉴욕 프로에서 자신의 롤모델인 나탈리 아브라함 코엘료에 이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이지혜는 이어서 펼쳐진 토론토 프로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꿈에 그리던 올림피아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우먼즈 피지크를 위해 걸어온 외길 인생에 들어온 빛, 이지혜의 올림피아 무대가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웰니스 : 손한나

이번 올림피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종목은 신생인 웰니스 종목일 것이다. 비키니와 비슷하지만, 하체를 더욱 강조하는 웰니스 부문은 특히 하체가 발달된 브라질, 멕시코 등 히스패닉 계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그 선수들에게 당당히 도전장을 내민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피규어에서 웰니스로 전향해 올림피아 진출권까지 따낸 손한나다.

지난 2108년 프로카드를 획득하며 프로의 세계에 뛰어들었지만, 피규어 프로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국내에서는 인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피규어 종목이었던 탓에 국내 대회가 열리지 않아 저 멀리 루마니아까지 날아가 프로전을 치루는 등 어려운 난관들이 그의 앞에 도사리고 있었다. 특히 2020년 코로나 19로 인해 해외대회 출전까지 막히면서 손한나는 피규어 프로전을 위한 기약없는 기다림을 가져야만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손한나에게 찾아온 기회는 바로 웰니스였다. 자신의 장점을 펼칠 수 있는 웰니스는 그에겐 신데렐라의 구두와도 같았고, 마침내 4년 만에 오른 꿈의 무대에서 그는 올림피아에 진출하는 아시아 1호 웰니스 선수로 역사에 남는 영광을 안았다. 올림피아행 티켓이 확정되자 손한나는 주저앉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을 자양분으로 손한나는 피나는 노력을 갖고 12월을 준비했다. 최고에 가까운 몸상태를 만들어내면서 컨디션도 좋은 상태다. 히스패닉이 대세인 웰니스 시장에 손한나의 날갯짓이 지각을 변동할 수 있을지 주목할 일이다.
글 = 반재민
사진 = 몬스터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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