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 형법 제355조 제2항’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자는 10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형법 제356조’

프로야구 전통의 명문인 KIA 타이거즈의 장정석 단장이 現 LG 트윈스 박동원 선수에게 FA 협상 당시 뒷돈을 요구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파일이 드러나 구단에서 해임됐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KIA 타이거즈 역시 빠르게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장정석 단장을 해임 결정함과 동시에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해당 내용은 장정석 前 단장의 ‘농담’이었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실로 굳어져가는 모양새 입니다.

업계의 소문에 따르면 박동원은 지난 FA 시장에서 LG보다 더 높은 금액을 부른 KIA에 잔류하지 않은 채 LG로의 이적을 택했습니다. 더욱이 장 전 단장과의 대화 내용을 녹취해놓고 이를 선수협에 신고한 뒤 선수협과 구단을 통해서 사안이 해결되게 한 방식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장 전 단장은 해임됐지만 장 전 단장이 마주해야 할 일은 단순히 백수 신세가 아닐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장 전 단장이 해임되고, 다시는 야구계에 발을 못 붙이는 것으로 끝나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장 전 단장의 지위와 업무를 생각할 때, ‘업무상배임미수’가 명확히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리고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는 처리하는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합니다.

말은 굉장히 어려워보이고 길지만 간략하게 풀어보면, 누군가(사람은 물론 회사와 같은 법인도 포함됩니다)의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자신이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지 않거나,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해서 돈을 벌었다거나 또는 자신에게 일을 시킨 누군가에게 손해를 가하였다면, 이것을 우리는 ‘배임’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때 해당 사무가 ‘업무상’ 벌어진 일이라면 이를 ‘업무상 배임’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단장의 지위와 임무를 고려하면 장정석 前 단장은 업무상 배임 미수가 충분히 성립될 수 있습니다.

보통 경제범죄를 다루다보면 ‘고의’가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산상 이익을 취할 의도가 없었다거나, 손해를 끼칠 의도가 없었다는 해명을 하게 되고, 실제로 상당수의 경제범죄에서는 이러한 해명이 사실이거나, 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장 전 단장의 ‘농담’이라는 해명은 아마도 충분치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고의의 문제보다는 결국 배임이 성립될 구성요건에 장 전 단장의 지위나 임무 등이 들어맞느냐가 문제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프로야구단의 수뇌부는 크게 ‘구단주’, ‘대표이사’, ‘단장’, ‘감독’으로 구성됩니다. 구단주는 말그대로 구단의 주인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스포츠 구단을 소유하는 기업의 대주주가 맡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경영보다는 대표이사, 단장, 감독 등의 선임에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입니다.

‘대표이사’는 해당 구단이라는 기업의 대표로 기업의 경영을 맡아서 책임지는 존재입니다. 이제 문제의 ‘단장’이라는 직책인데요, 일반적으로 프런트와 코칭스태프 등을 총괄하면서 실질적인 구단의 운영과 성적 등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존재입니다. 대표이사는 구단이라는 회사를 운영한다면 단장은 좀 더 전문적으로 구단을 운영하는 존재입니다. 선수단을 구성하고, 감독을 선임하면서 성적을 책임지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감독’은 구단에서 구성해 준 선수단을 운영해서 구단이 원하는 성적을 내는 존재입니다. 장정석 前 단장은 단장이었고, KIA 타이거즈라는 야구단의 선수구성과 코칭스태프의 구성을 총괄하여 끌고 나가는 임무를 KIA 타이거즈 구단으로부터 받은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장 전 단장은 FA 협상 대상인 선수에 대하여 적정 금액을 투입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고, 계약 협상을 함에 있어서 사익을 추구하여서는 안되는 의무가 있는 사람입니다. 또한 그 영향력에 있어서도, 단장이 구단측에 FA 협상 대상인 선수에 대해서 반드시 계약을 하여야 하고, 특정 금액 이상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요청을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계약의 전권도 갖고 있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박동원 선수는 지난 FA 시장에서 LG 트윈스와 4년 총액 65억원에 계약을 맺고 LG 트윈스로 이적을 하게 됐는데요, 예를 들어 장 전 단장이 박동원 선수에게 75억원의 계약을 맺게 해줄테니 2억 5천만원을 나에게 달라는 식으로 요구하였다면, KIA 타이거즈는 65억원에서 70억원 수준에서 계약을 맺을 수 있던 선수에게 75억원의 금액을 투입하였을 것이고, KIA 타이거즈는 장 전 단장의 잘못된 행위 때문에 5억원 이상의 손해를 보게 됐었을 것입니다(물론 손해액수의 산정은 더욱 세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업무상 배임죄는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형법 제359조는 ‘제355조 내지 제357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어서 업무상 배임죄의 미수범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장 전 단장이 업무상 배임죄의 착수가 있었다면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즉 장 전 단장이 업무상 신임관계에서의 의무를 저버리고 재산상 이익을 취하기 위한 행위를 시작했다면, 실제로 재산상 이익을 취했거나 구단측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미수범 처벌규정에 따라 처벌한다는 말입니다.

배임죄의 착수시기는 ‘배임의 고의를 가지고 임무위배행위를 개시한 때’라고 대법원은 판단하고 있는데요, 장 전 단장이 FA 계약 총액을 올려 이른바 ‘업 계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박동원 선수로부터 패이백(Pay-back)을 받을 의도를 가졌다는 것이 확실하며 이를 위해 박동원 선수를 불러내어 자신의 권한을 앞세워 해당 계획을 설명하고, 패이백을 요구한 것이라면 업무상 배임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충분히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박동원 선수와의 구체적인 계약 진행 과정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봐야 하겠지만, 단장으로서 FA 계약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력과 권한을 가진 사람이 박동원 선수를 따로 불러내어 특정 금액 이상의 계약 총액을 말하고, 그 중 얼마를 자신에게 따로 달라고 하면서 이러한 제안을 두 번이나 하였다면, 박동원 선수가 여기에 응했을 경우 해당 계약총액으로 계약 절차가 바로 진행될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장 전 단장이 이러한 모든 과정의 결재권자의 위치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단순한 위험 발생을 넘어 실행의 착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 사건에 대해서 수사기관이 직접 사건을 인지하고 고소·고발 없이 수사에 착수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KIA 타이거즈 구단이 장 전 단장의 위와 같은 행동에 대해 분개하고, 단순히 해임에 그치지 않은 채 법적 행동을 한다면 ‘업무상 배임 미수’로 고소를 하고 형사적 조치를 취하고자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장 전 단장의 향후 법적인 문제는 KIA 타이거즈 구단에 달려 있습니다.

WBC 충격의 탈락으로 실의에 빠져있는 야구팬들에게 장 전 단장의 위와 같은 행동은 봄을 알리는 프로야구 개막을 앞둔 야구팬들에게 또다시 분노를 불러 일으키게 합니다. 다만 박동원 선수의 현명한 대처로 개인의 비위로 마무리 된 점은 프로야구의 질서에 있어서 긍정적인 요소로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장 전 단장의 이 사건이 새롭게 2023시즌을 시작하는 KBO 프로야구의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사진=기아 타이거즈 SNS
글 = 노필립 파트너 변호사 (법무법인 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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