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위기의 수원삼성이다. 지난 시즌 강등의 위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났지만, 올 시즌 초반부터 강등의 위협이 드리워져 있다. 지난해 소방수로 수원으로 와 첫 풀 시즌을 맞이한 이병근 감독 역시 벼랑 끝에 몰려있다.

2023년 기대를 안고 시작한 시즌이었지만, 수원삼성의 성적은 처참하다. 개막전 광주와의 경기부터 꼬였다. 결정적인 찬스를 날리며 광주에게 흐름을 내주기 시작하더니 아사니에게 경기 막판 극장골을 허용하며 패했다.

이어진 전북과의 원정에서는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아코스티의 동점골로 1대1, 경기 내용에서도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면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어진 수원 더비에서 1대2로 패하며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어진 대전전은 그야말로 졸전이었다. 후반 이진현과 아코스티의 장군멍군으로 이어지던 후반 막판 변준수에게 헤딩 결승골을 허용했고, 그대로 김민덕의 원맨쇼에 쐐기골까지 허용하며 무너졌다.

지난시즌부터 이어진 저조한 경기력에 분노한 팬들은 수원종합운동장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두 번이나 구단 버스를 막아섰고, 이병근 감독이 팬들 앞에 나서 사과했지만, 분노는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올 시즌 알찬 전력보강에 김보경까지 더한 수원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먼저 오현규의 부재를 메워줄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점에 있다. 지난해 여름 이적한 안병준과 올 시즌 이적한 뮬리치가 그 자리를 메워야 하지만, 쉽지가 않다.

뮬리치는 전지훈련 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A매치 휴식기를 끝내고 나서야 출전이 유력하다. 오는 6라운드 울산전에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뮬리치가 돌아올 때까지 부담은 안병준에게 고스란히 넘겨졌다. 이미 지난 시즌부터 좋지 않은 무릎 상태를 안고 경기를 뛰고 있는 안병준은 공격에서 활력을 불어넣으려 하고 있지만, 결정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

아직 수원의 공격적인 약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문제점도 있다. 안병준은 헤더보다는 발목의 힘이 강점인 선수다. 수원FC와 부산 시절에서도 머리보다는 강력한 중거리와 프리킥을 통해 골을 뽑아낸 선수였다.

지난해에는 이기제의 크로스가 워낙 정확해 헤더골이 부각되기도 했지만, 그의 1옵션은 바로 발이다. 특히 이기제의 루트가 막힌 올 시즌에는 안병준의 발에 볼이 많이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머리로 오는 통에 제대로 된 플레이를 보여줄 수가 없는 것이 안병준의 큰 고민이다.

외국인 선수인 바사니와 김보경의 공존 역시 고민거리다. 시즌 초반 이병근 감독은 바사니를 공격형 미드필더에 김보경을 왼쪽 윙어에 배치시키며 고민을 해결하려 하고 있지만, 바사니의 극단적인 왼발 성향과 플레이메이킹 능력보다는 개인능력에서 해결하려는 성향으로 인해 김보경의 플레이까지 같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난 대전전에는 이병근 감독이 바사니를 벤치로 내리고 김보경을 바사니가 뛰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놓았지만, 아직까지 약속된 공격 플레이가 나오지 않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중원의 뎁스 또한 얇은 것도 수원의 고민을 가중시키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수원의 중원은 이종성과 고승범이 맡고 있다. 이들의 활동량과 기량은 K리그 최고의 레벨이며 실제로도 뛰어난 중원의 장악력을 바탕으로 상대팀에게 우세한 경기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후반 초반까지 한정이다.

사람은 체력이 떨어지기 마련이고 특히 활동량이 높은 미드필더의 경우 로테이션을 통해 이 중원 장악력을 높이 가져가야만 한다. 하지만, 벤치에 이들의 뒤를 받쳐줄 선수들의 숫자는 너무나 부족하다. 미드필더 교체 자원에는 유제호 만이 들어가 있을 뿐, 정승원, 한석종, 최성근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후반전 막판에 갈수록 중원에 과부하가 걸리고 이것이 수비에 연쇄작용을 거쳐 실점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대전전 김민덕의 쐐기골 당시 고승범의 체력은 완전히 방전되었고, 결국 김민덕의 쐐기골을 절뚝거리며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복합적인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며 수원은 무승의 수렁으로 빠지고 말았다. 지난 시즌과 달라진 것 없는 경기력에 팬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단 A매치 휴식기로 2주 간의 시간을 전술 훈련에 온전히 소화할 수 있게 되었지만, 만약 2주 후 강원전에서 똑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팬들의 분노는 어디까지 차오를 지 상상하기 어렵다.

첫승을 오매불망 기다려온 팬들을 위해서라도, 수원 삼성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이병근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단의 대오각성이 여느 때보다 요구되는 이유다. 과연 그들은 초반 레이스 벼랑 끝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진=수원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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