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회전문을 밀고 들어가면 유명 작가들의 그림과 조각 작품이 곳곳에 놓여 있다. 작은 문화공간으로 꾸며진 로비를 지나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미니 백화점'이 나온다. 1500㎡ 규모의 지하 1층에는 미용실, 마사지숍, 옷가게 등 편의시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세련된 인테리어의 일식당, 코스 요리를 내놓는 중식당까지 고급 음식점도 눈에 띈다. 이곳은 대기업 사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의 한 대형병원이다. 흰 가운의 의료진과 입원복을 입은 환자들이 없었다면 이곳이 어딘지 한눈에 알기 힘들 정도였다. 이른바 '빅5' 대형병원(서울아산·삼성서울·연세세브란스·서울대·서울성모병원) 모습은 대체로 비슷하다. 번화가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곳에 지어진 대형 건물, 각종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들어선 식당가, 곳곳에 설치된 문화공간. 취재팀은 5개 병원에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이런 병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쇼핑몰 같은 대형병원…위화감 느끼는 환자와 보호자들=A병원의 다인실(多人室) 입원환자 보호자에게 주어진 공간은 의자와 간이침대 하나가 전부다. 약 15㎝ 높이의 간이침대에 누우면 추운 날에는 바닥의 한기가 올라온다. 병원은 그래도 보호자에게 담요 한 장 주지 않는다.

병원에서 돈을 내고 구매하는 서비스는 품질이 좋지만 비싸다. 반면 다인실 이용처럼 ‘돈이 안 되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서비스는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이렇다 보니 입원환자나 보호자들은 병원의 화려하고 활기찬 분위기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4월 폐암 환자인 남편과 강원도 원주에서 온 연모(64)씨는 담요를 사는 대신 빨랫감으로 내놓은 환자 침대 시트를 이불로 쓰고 있었다. 연씨는 “병원비도 벅찬데 비싼 돈 내야 하는 좋은 시설은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B병원에서 암 환자인 아들을 간호하고 있는 김모(51?여)씨는 주로 병동 배선실(입원환자 배식을 준비하고 환자 식기를 세척·소독하는 방)에서 식사를 한다. 무균실에 있는 아들 간병 때문에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어 7㎡ 남짓한 배선실에서 컵라면과 인스턴트 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김씨는 아들 걱정, 병원비 걱정에 옹색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대형병원에서 부대시설 이용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외딴곳에 있다 보니 병원 밖으로 나가봤자 해결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C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진료받는 안모(48)씨는 “병원을 나서서 저렴한 식당을 찾아 30분 넘게 헤매다 포기하고 돌아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권모(54)씨는 위암 진단을 받은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와 함께 D병원을 찾았다. 검사는 오전, 진료는 오후라 반나절을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권씨는 “진료를 기다리느라 식당과 카페에서 쓴 돈이 9만5100원”이라며 “병원에서 꼼짝없이 있어야 해 돈만 쓰게 된다”고 말했다.

박용덕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은 “병원에서 쓰게 되는 진료비 외의 비용도 환자 입장에서는 필수적으로 써야 하는 돈”이라며 “환자가 병원에 가면 어떻게든 돈을 많이 써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10년 전과 달라진 병원 풍경, 왜=10여년 전만 해도 병원은 다소 살풍경했다.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는 “과거 병원은 소독약 냄새가 나고 회색 돌바닥에 구내식당이나 매점 정도가 들어선 곳이 많았다”며 “정부가 ‘의료산업선진화정책’을 추진한 2005년 이후 병원 풍경이 급변했다”고 말했다. 원래 의료법인의 수익사업에 대한 규제는 엄격했다. 2005년 정부가 병원 경영 활성화를 명목으로 부대사업 범위를 대폭 확대하면서 병원은 본격적으로 쇼핑몰 같은 모습을 갖춰갔다.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2012년 빅5 병원의 임대료 수익은 93억∼156억원이었다<표 참조>. 이 임대료 수익의 상당 부분이 병원에 입점한 부대시설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법인 회계감사를 했던 한 회계사는 “병원이 공개하지 않는 한 정확한 수익 규모와 출처를 파악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도 “병원을 운영하는 공익재단의 경우 사실상 병원 부대시설에서 임대료 수익이 대부분 나온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 입점 업체의 임대료는 다른 곳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다. 고정 수요가 있으니 높은 임대료나 수수료를 감수하고라도 병원에 들어가려는 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로 매출의 50%를 내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며 “수수료나 임대료가 비싸니 소비자 가격도 높을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정부는 다시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를 전면 확대하고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보건의료분야 투자 활성화 대책’을 추진 중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대형병원이 점점 더 영리를 추구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병원이 수익을 더 많이 올리게 되는 것은 그만큼 환자 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문수정 황인호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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