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특히 파라섹트가 초극혐몬이라고 몇번이고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어릴적 기억때문이다.
 

어릴적에 나는 포켓몬을 정말 좋아했지.
 
특히 1세대 푸키먼을 매우매우 좋아했어
 
 
나는 거의 모든 포켓몬들을 전부 좋아했는데
 
하기야 뭐 그때야 포켓몬 종류가 151개밖에 안되었을테니깐
 

사실 게임보다도 그때 포켓몬 도감책, 그림책 같은걸 즐겨봤었는데
 

그중에 나는 파라섹트에 관심이 아주 많았었다
 

왜냐하면 그냥 어린마음에 파라섹트를 보니까 너무 귀엽게 생긴거야
 
 
진화전 포케도 똘망똘망해서 귀여웠고
 
무슨 꽃게같이도 생겼는데 등에 뭐가 달리게 거북이 같기도 하고
 
근데 등껍질 대신 버섯이 달려서 버섯이랑 거북이랑 꽃게를 적절히 합친 뭐 그런 창의력 넘치는 그런 몬스터라 생각햇다
 
 
특히 저 안경을 쓴것만 같은 눈이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저녀석을 버섯거북이라 부르며 되게 좋아했었어
 
푸키먼게임을 하면서도 저 버섯거부기를 잡아다가 가장 이뻐했었지
 
 
매일 포켓몬 게임을 하며 저 안경을 쓴 듯한 눈동자에다가 인사를 했고
 
화면을 쓰다듬기도 했어
 
 
특히 나는 소라게, 꽃게, 가재 등등
 
집게발 달린 생물을 정말 좋아했기 때문에
 
정말 파라섹트가 너무 좋았었다.
 
 
그리곤 포켓몬에 관심이 멀어질때쯤,
 
뭐 누구나 그렇듯이 어느새 순식간에 나이를 먹게 되었지
 

이제 이런저런 자료들을 찾아볼 나이가 되었을쯤에,
 
나는 내가 너무 좋아하던 버섯거북이,
 
 
파라섹트가 생각나서
 
파라섹트에 대해 찾아보고 싶었고
 
 
몇번 타자를 두드리다가
 
충격을 먹고 말았다
 
 
왜냐하면
 
내가 이뻐하던 꽃게는 사실 오래전에 죽은 시체였고
 
그저 등껍질인줄 알았던 버섯이
 
포켓몬이었던 거야
 

안경을 쓴듯한 눈동자는 죽어서 하얗게 떠버린 눈알이었지
 
 
지금까지 내가 키워왔던게 조종당하던 시체였고
 
아니, 내가 사랑하던 거북이를 잔인하게 죽인 버섯을 열심히 키워온거였지
 
 
매일매일 시체를 쓰다듬고
 
시체와 대화하고
 
시체에게 인사했던거야
 
 
지금도 나는 파라섹트의 진화전,
 
 
파라스의 눈동자를 잊을 수가 없어
 
내가 열심히 진화시키면서 죽이고만
 
 

버섯거북이의 원망스런 눈동자를 말이야
 
 
 

뭐가 잔인하냐면
 
어릴때는 잘 몰랐는데 이제와서 보니까
 

밝고 명랑하고 즐거운 연출속에 숨겨진 인간의 잔인한 본성이 이제서야 보이더라.
 
 

줄거리는 대충 이렇거든
 
한약방집 딸년이 파라스를 키우고 있는데 이새끼가 겁쟁이라 싸우려하질 않음
 
그래서 얘가 진화를 못하기 때문에 지우일행이 파라스한테 대신 져주고 이러면서 파라스 진화를 도와주는 내용임
 
 
 
여기까지 들으면 그냥 재미있고 훈훈한 이야기네 ㅎㅎ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음
 
 
왜냐하면 파라섹트는 모티브가 '동충하초' 포켓몬이고
 
따라서 위에 달린 작은 버섯이 진화하면 온몸을 지배하는 설정임
 

이러면 '에이 애니팀은 그거 모르고 만들었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혀 아니다.
 
 
왜냐하면 파라스 만나자마자 지우가 도감을 꺼내들었는데
 
대놓고 '파라스의 등짝에는 동충하초가 자라고 있다' 라고 말해줌;
 

어린 애새끼들은 동충하초가 뭔지 모르니까 그냥 넘어가겠지만
 
이제 이게 뭔지 아는 우리들은 이번 에피소드 내내 소오름이 돋을 수 밖에 없다.
 

(동충하초균에 감염된 곤충은 버섯이 나오기 전까지는 죽어도 썩지 않고 '미라'처럼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 분명히 애니에서 '명확히' 동충하초라고 언급되는 장면. 이후로 별다른 설명없이 어물쩡 넘어가지만 제작진의 검은 의도를 알수 있다
 
 
1. 파라스가 싸우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
 

파라스는 진화하는순간 버섯에게 온 몸을 지배당하는 포켓몬이다.
 
정확히 말하면 버섯이 진화한다고 봐야겠지.
 
파라스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진화하는 순간,
 
자신은 껍데기만 남고 죽어버린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지.
 
 

진화하는 순간이 곧 죽음이기에 파라스는 본능적으로 진화를 피하려는 것이다.
 
 
-도망치는 파라스. 과연 그는 그저 겁이 많아서 배틀을 피하는 것일까?
 
 

2. 한방집 딸년이 파라스를 진화시키려는 목적
 

여기서 나오는 한방집 딸은 파라스를 너무나도 진화시키고 싶어한다.
 
이렇게 보면 겁쟁이 푸키먼에게 용기를 복돋아주고 진화시켜주려는 '좋은 주인님' 이라는 느낌이 들지?
 

하지만 우리는 좀더 자세히 들여다봐야한다.
 
어릴적에는 흘려들었던 대사,
 
 
'나는 세계 최고의 약을 만들거야. 그러려면 '파라섹트'의 포자가 필요해. 부탁해 파라스. 내 '꿈'을 위해서 진화해줘!'
 
 
그렇다 이년은 애초에 파라스의 성장 뭐 그런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저 파라섹트의 버섯포자가 필요했을뿐,
 
파라스 벌레새끼가 뭐 어떻게 되든 그딴건 이미 아웃 오브 안중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지금까지 마음을 나눈, 아니 전부 다 연기였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까지 함께해온 벌래친구를 동충하초의 먹잇감으로 희생시켜
 
자신의 야망을 이루려하는 기회주의자 적인 성격의, 소시오패스인 것이다.
 
 

파라스는 용기를 복돋움 받던것이 아닌, 동충하초의 먹잇감으로 희생되기를 강요받고 있던 것이었다.
 
 
-그녀의 진짜 목적이 은근슬쩍 드러나는 장면. 애초에 파라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하고 해맑은 표정으로 자신의 '꿈'만을 언급하는 장면. 그녀는 자신의 행동이 그릇된줄도 모르고 있다.
(과연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파라스는 시간이 갈수록 이상행동을 보이게 되는데
 
아주 전투적이고 포악한 상태가 된다.
 

애니에서 자세히 설명해주진 않았지만, 이것은 버섯의 지배가 갈수록 심해져
 
진화하고자하는 버섯의 의지로 인한 변화인 것이다.
 

그리고 파라스는 정신을 차리고보니 어떨결에 진화를 하게되고
 
그러한 그의 표정은 그야말로 '아차!' 하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그는 아무런 감정없는 죽은 껍데기
 
파라섹트가 되고만다.
 
 
파라섹트가 되버린 그의 죽은 눈동자는 아무런 표정도, 아무런 감정도 내지 못한다.
 
실제로 애니에서도 그는 묵묵히 파라섹-트 라는 중저음의 음성만 반복할뿐
 

아무런 표정도, 감정도, 기복도 보이질 않는다.
 
 
 
- .......
 

이렇게 이번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크나큰 충격을 선사한 뒤 해맑게 떠난다.
 

자신의 이기심으로 동료를 희생해 이득을 체우는 인간의 본 모습,
 

포켓몬을 바라보며 항상 '우리는 모두 친구' 라고 외치지만
 
실상은,
 
자신의 친구를 '버섯을 재배하기위한 양분' 정도로 생각하는
 
그녀의 당연하다는 듯한 해맑은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많은것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사실 우리도 지금가지 그래오지 않았는가?
 
이것은 비단 특정 누구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무의식 속에 잠재한
 
인간의 무자비하고 잔인한 본성일 것이다.
 
 
이렇게 끔찍하고 직설적인 방법으로 이번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심각한 교훈을 던져준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인간에게 희생당해 서서히 좀비가 되어가는 포켓몬의 모습을
 
 
연출팀은 아이들의 입맛에 맞게 정말 재미잇고 명랑하고 즐겁게 묘사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들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에피소드를 만든 것인가
 
누구를 위해 이런 에피소드를 만든것인가
 
 
 
-고북손의 애니 리뷰 끝-
 
 
 

참고로 위키에 이런말이 있다.
 
"여담으로 울음소리가 상당히 섬뜩하다. 처음 듣는 사람에 따라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는편. 직접 들어보면 안다."
 
 
출처
 
 
 
 
 
 
나빴다...

많이 본 컨텐츠

  • 자유
  • 후기
  • 그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