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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푸드(Slow Food)라는 슬로건이 걸리면서 식생활에서 '3백 식품'과 거리를 두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흰쌀, 밀가루, 설탕을 3백 식품이라고 하면서 흰색을 가진 식품을 멀리하라는 식생활 문화는 반대로 블랙푸드 같은 문화를 만들면서 더욱 힘을 실어 갔다. 이런 문화에 있어 가장 수혜자라고 한다면 바로 '현미'를 들 수 있다.

 

현미는 말 그대로 우리가 논에서 볼 수 있는 벼에서 수확해내는 쌀 그 자체에서 맨 바깥쪽 껍질(왕겨)을 벗겨낸 것을 말한다. 흔히 탈각이라고 하는 과정인데 이 탈각을 거친 노르스름(푸르스름)한 쌀을 현미라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쌀이라 하면 백미를 말하는데 백미는 현미로부터 도정울 거쳐 쌀의 겨층을 깍아낸 것을 말한다.


도정은 현미를 고속회전 또는 마찰작용을 이용해 현미의 외벽을 깎아내는 것으로 이렇게 깍아낸 상태에 따라 현미의 등급도 나뉘게 된다(3분도미, 5분도미, 7분도미 등등). 현미를 사람들이 추천하는 이유는 현미의 겨층에 풍부한 비타민 B군, 섬유질, 항산화 성분 때문인데, 이는 백미에서 제기되고 있는 혈당 상승, 에너지 과잉, 영양소 부족에 대한 문제점을 현미를 섭취함으로서 완화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거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백미를 버리고 현미를 택했고, 혹은 다양한 잡곡을 이용하여 대체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런데 최근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 현미가 독성이 있으니 섭취에 주의하여야 한다는 말이 퍼지고 있어 현미를 택한 사람들의 불안을 유도하고 있다. 아무래도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식 문화인만큼 그 불안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여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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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현미의 독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어떤 점을 들어 현미에 독성이 있다고 하는지 검토해보니, 1. 피트산, 2. 소화불량, 3. 중금속을 들고 있다. 이렇게 현미의 독성에 대해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보고나니 참 매체의 힘이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미에는 피트산(phytic acid)이 많아서 이 피트산은 무기질류 흡수를 저해한다. 그래서 철분, 칼슘 등의 흡수가 억제된다?

이 말은 마치 커피의 카페인을 먹으면 무기질 흡수가 저해되니 밥먹고 바로 커피 먹지 말라는 말과 똑같다. 식후 혹은 공복에 커피를 먹지 않는 사람들 있던가? 대부분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은 출근할때나 식후 바로 커피를 마신다. 그런 사람들 중에 커피로 인해 독성이 생기고 건강적인 문제가 생긴 사람이 있던가?  


원래 우리나라 국민들은 칼슘 섭취량이 부족하다. 1일 권장섭취량에 70%수준을 먹고 있는 수준으로 현미를 먹어서 칼슘 흡수에 방해를 받어 칼슘 부족으로 인한 골다공증에 시달린다? 애시당초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칼슘과 철분은 원래 우리 몸에서 그리 많은 양이 필요하지 않는 무기질이다. 그렇기에 몸에서는 항상성 작용을 이용하여 확실하게 그 양을 조절하고 있다.


칼슘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다면 그것은 전반적인 식습관의 문제이지, 현미를 먹어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평소 식습관에서 유제품이나 뼈째먹는 생선, 루꼴라나 케일 같은 야채를 먹거나 칼슘 보충제를 이용한다면 현미를 먹던 안먹던 칼슘으로 인한 문제는 충분히 커버가 된다. 이러한 주장은 칼슘이 풍부한 시금치가 수산이 많아 통풍을 유발한다고 먹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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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피트산과 관련되어 가장 문제거리가 되는 영양소는 철분이다. 실제로 피트산을 제거할 경우 철분의 흡수량은 쌀의 경우 300% 증가된다. 흥미로운 것은 %로 표현되어 300%라는 것이 매우 커보이지만 우리 몸에 철분 필요량은 10mg 수준이며 흡수률은 실제 5~15% 선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아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른쪽 그래프를 보면 물에 담궈 놓을 경우, 피트산이 감소되는 %를 나타내는 그래프이다. 쌀의 경우 자료가 없지만 대부분의 곡물의 경우 2시간 이내에 피트산이 빠져나간다. 우리는 밥을 짓기 위해 현미이든 백미이든 물에 담궈 놓았다가 밥을 짓는다. 즉 쌀의 피트산은 걱정할 거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식품이든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있는 반면 해를 끼칠 수 있는 성분도 있다.  과일에 풍부한 과당은 인슐린을 올리지 않고 에너지원을 공급할 수 있지만 반대로 포만감을 유발하지 않고 글리코겐으로 저장되지 않아 지방으로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 고구마가 다이어트에 좋다고 다이어트만 하면 고구마를 먹지만, 고구마에는 쌀에 풍부한 요오드가 거의 없어서 갑상선기능장애를 유발할수 있다.


그래서 한가지 식품이 몸에 좋다고 그것만 먹는 것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식품의 가짓수가 다양한 것은 혼합식을 하기 위함이고 혼합식을 함으로서 서로에게 부족한 것들이 커버되는 것이 식단이다. 보통 현미를 먹을 때는 현미만 먹지 않는다. 다른 잡곡이나 반찬류도 먹기 때문에 한식을 할 경우 제기되는 우려는 거의 없다고 보는게 맞다.



현미를 먹으면 소화장애를 유발해서 소화기계 독성을 유발한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기도 하지만 사실 이건 현미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현미가 가진 거친 불용성 섬유질때문인데, 이 거친 불용성 섬유소는 소화 효소의 작용을 받지 않고 소화를 느리게 만든다. 이렇게 느려진 소화로 인해 소화 장애가 발생하고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에게 장기적으로 소화효소의 교란, 또는 더 상위 호르몬/신경 체계에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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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식이섬유 전반에 대한 사람의 반응이다. 위에 말 그대로 현미 만의 부작용이 아니란 것이다. 마치 현미가 이런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오트밀, 보리, 고구마를 비롯해 식이섬유가 풍부한 곡류, 견과류, 야채 들을 섭취할 때 나타나는 공통적인 작용이다. 이것은 부작용이 아니고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당신의 소화기능은 약하다'라고 몸이 알려주는 기능이다. 결국 '정상적인 사람은 문제가 없다'라는 것이다.


소화 기계의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들, 혹은 움직임이 적고 좌식 생활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소화 장애를 유발하는 식품을 꺼려야 한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들처럼 우유만 먹으면 설사를 하고 배가 불편하고 트러블이 난다면 당연히 우유를 먹지 않는 것이 아닌가? 설사를 하는데 우유를 계속 먹고 있는 것이 이상한 것이다. 현미를 먹고 속이 불편하다면 당연히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현미는 가공하지 않아 중금속이 많아서 독성을 유발한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현미를 도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농약에 풍부한 비소(중금속) 오염 위험이 있다는 얘기가 있다. 이 말 때문에 현미를 먹지 않아야 한다면 우리는 생선은 입에도 담지 말고 살아야 하고 우유나 계란, 혹은 논밭에서 나오는 풀때기는 입에도 대지 말아야 한다. 일단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현미가 그냥 '벼' 그 자체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논에서 자라는 벼에서 백미가 나오려면 쌀을 포장하고 있는 1차 껍질인 왕겨를 벗겨(탈곡) 내야 하고 이렇게 탈곡한 상태를 현미라고 한다. 현미에서 배아와 표면을 깎아 내는 과정(도정)을 거친 것이 백미인데, 사실 농약의 비소가 많이 묻어 있을 곳은 왕겨이지 현미의 표면이 아니다. 물론 백미보다 덜 깎아낸 현미에 중금속이 높게 검출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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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사이언스다이렉트에 발표한 자료를 SBS 스페셜에서 인용한 것을 보면 PCB(폴리염화바이페닐 : 중금속)화 흡착률을 볼때 곡류 중에서도 현미의 흡착률이 가장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2010년도 연구 자료에는 섭취후 비소 농축률을 볼때 식이섬유 등 파이토케미컬이 많은 현미가 백미에 비해 누적농축률이 적어 오히려 중금속에 대한 부분은 현미가 안정적이라는 결과도 있다.

 

결국 현미가 중금속 때문에 독성을 유발한다? 이런 주장들은 통한다면 '사료를 먹여 키운 소보다 목초를 먹인 소가 몸에 좋다'라는 주장도 말도 안되는 말이 된다. 사료는 옥수수 통해 만들지만 엄격한 검사를 거쳐 중금속 오염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목초를 그대로 먹는 소는 오염된 풀을 먹고 있을 수도 있다. 체내에 중금속이 천천히 축적되고 그것이 중독을 일으키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미를 먹는게 차후 문제를 발휘시킬수 있다면 목초를 먹은 소가 죽기 직전까지 중금속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가능성도 많다는 것이다.


결국 식품 섭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한가지를 고집해서 먹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미가 되든 백미가 되는 고구마가 되든 각자 영양 함량이 다르고 장단점이 다 있다. 고구마 만이 답이라면 구지 다른 대체 식품 혹은 같은 분류의 식품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결국 혼합식이라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 가장 각광받는 식사법이다. 세계적으로 한식이 존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미에 대한 걱정 반대로 백미에 대한 걱정이 있다면 3분도미나 5분도미처럼 현미와 백미의 중간 정도 되는 쌀을 먹으면 된다. 요즘 대형마트에 가면 바로 도정기가 있어 쌀을 가공해 준다. 그만큼 본인이 원하는 상태로 먹을 수 있는 세상이다.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적절하게 섭취함으로서 사람들은 사람들이 먹어야 하는 영양소를 부족하지 않게 먹을수 있다. 


"정말로 주의해야 하는 것은 특정 식품의 독성이 아니라 편식이다"



MONSTERZYM SPORTS SCIENCE TEAM

글 작성 : 이호욱, 현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