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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아시아=조형규 기자] 국내 피트니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된 김민수라는 신인 선수의 파격 행보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민수의 첫 등장은 지난 3월에 열린 피트니스스타 일산 지역리그였다. 이를 시작으로 아마추어 코리아 오픈, 슈퍼핏 클래식까지 총 3개 대회를 종행무진했다. 여기서 거둔 성적은 3회의 체급 1위와 두 번의 오버롤. 이제 막 데뷔한 신인 피지크 선수가 1달 사이에 올린 엄청난 성적이었다.

그렇다면 먼저 드는 의문 하나. 도대체 이 정도의 선수가 왜 그동안 피트니스 업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직업이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직업 군인이었기 때문이다. '특전사 출신'이라며 자신의 정체(?)를 밝힌 김민수는 그렇게 소탈하게 웃었다.

마치 깊은 산 속에 칩거하든 은둔고수가 갑자기 속세로 내려와 무림을 평정하듯 파격적인 데뷔로 피트니스계에 충격을 준 김민수를 스포츠아시아가 직접 만났다. 다음은 김민수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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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갑다. 조금 늦었지만 아마추어 코리아 오픈 남자 피지크 오버롤 수상을 축하한다.
고맙다.

일단 자기소개를 먼저 부탁한다.
26살 김민수라고 한다. 원래 직업군인이었다. 특전사로 군생활 하다가 최근에 전역하고 시합 준비해서 출전했다.

아직 사회의 공기가 낯설 텐데(웃음). 제대한 지는 얼마나 됐나.
아직 2~3개월 밖에 안됐다. 스무살 때 부사관으로 지원 입대해서 스물 다섯까지 5년 반 정도를 근무했다. 그러다가 지난 2월 말에 전역했다.

전역하자마자 거의 바로 출전한 것 아닌가. 아마추어 코리아 오픈이 첫 대회였나.
아니다. 3월에 일산에서 열린 피트니스 스타 지역리그에 출전했었다. 그게 전역 후 첫 대회였다. 그 후에 아마추어 코리아 오픈과 슈퍼핏 클래식까지 총 3개 대회를 뛰었다.

엄청난 페이스다. 마치 군생활 할 때부터 벼르고 있었던 것 같다.
원래 예전부터 이 운동에 관심이 정말 컸다. 운동이 너무 좋아서 취미생활로 했었는데,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전역을 결심하게 됐다. 이제 앞으로 피트니스 선수로 계속 매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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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직업군인이었을 텐데. 이 운동은 언제부터 결심하게 된 건가.
일단 내가 운동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혼자 유튜브로 독학하면서 몸을 만들었지. 그러다보니 해외 유명 선수들의 영상을 많이 참고하면서 했는데...

어떤 선수?
내가 종목이 피지크다. 그러다보니 제레미 부엔디아나 사딕 하조비치 같은 선수들을 보는 순간 ‘우와, 이런 선수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딱 들더라.

사딕 하조비치는 정말 최고의 핫 아이콘이었다. 몇 년 전 IFBB 프로에 클래식피지크 종목이 신설되면서 엄청 화제가 되기도 했고.
맞다. 진짜 (엄청났다). 사실 제레미 같은 경우는 신장이 작은 편이라 나랑 스타일은 조금 다르다. 그런데 사딕은 비율도 그렇고 사이즈 등 모든 면에서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고, 그를 보면서 운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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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때 전역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그렇게 취미로 운동을 했는데 사실 보디빌딩과 피트니스는 규칙적인 운동과 식단 관리가 정말 중요하지 않나. 그런데 군인이다 보니 훈련도 해야하고 운동적인 부분도 그렇고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지킬 수가 없어서 너무 힘들었다. 전역하고 제대로 운동도 배워보고, 또 식단도 지키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본격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운동을 할 때 내가 가장 빛이 난다고 해야 할까? 스스로도 이 운동을 너무 즐기고 또 사랑한다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전역하게 됐다.

군생활 몇 년 차에 그런 생각이 들었나.
한 4년차 정도였다. 거의 (군생활) 막바지쯤에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장기복무를 할까 아니면 전역을 할까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었다.

상당히 갈등했을 것 같은데.
그런데 그건 또 아니다. 갈등이나 고민이 전혀 없이 바로 확고하게 결심이 섰다. 그대로 망설임 없이 전역하고 대회에 출전했다(웃음).

그런데 전역하고 한 달 만에 바로 피트니스스타 일산에 출전했다고 하지 않았나. 전역 직전까지는 규칙적인 생활이나 식단을 병행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맞다. 군생활 하면서 운동을 병행하기엔 환경이 많이 어려웠다. 나름대로는 신경 쓰고 준비한다고 해도 마음대로 잘 되지 않더라. ‘그냥 이렇게 꾸준히 운동만 하고 전역하자마자 바짝 준비 해야겠다’ 싶었지. 피트니스스타 일산이 3월 24일이었는데 전역하고 정말 딱 한 달 만에 바짝 다이어트 하고 준비해서 겨우 몸을 만들었다.

사실 식단도 그렇지만 군생활이라는게 피트니스와는 거리가 먼 육체활동을 하게 되지 않나. 유산소적인 부분이 크기 때문에 근육량 손실을 비롯해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정확하다. 보통 일과가 끝나면 그래도 체력단련장 가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긴 하는데, 이 특전사라는 게 체력단련을 정말 미친 듯이 한다. 항상 뛰고, 또 산도 많이 타고. 맨몸 운동도 외줄 오르기, 팔굽혀펴기 같은 것들 위주로 하다 보니 사용하는 근육 자체가 보디빌딩과 거리가 굉장히 멀다. 그리고 훈련이 길면 1개월 짜리도 있는데 그 기간에는 어쩔 수 없이 운동을 못하게 되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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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겨냈나.
그런데 뭐 어쩔 수 있나. 그냥 ‘지금은 훈련에 집중하고 나중에 끝나면 못했던 것까지 더 몰아쳐서 하자’라는 식으로 스스로 위안 삼으며 운동하니깐 그래도 도움이 되더라. 힘들었지만 잘 이겨낸 것 같다.

혹시 그렇다면 훈련 중에도 야외에서 따로 운동을 한 적이 있나. 어떻게 해서든 도구를 만들어 한다거나 짬을 내서 한다던가.
말도 마라. 엄청 많았다. 예컨대 특전사에는 매년 제주도로 가는 한 달 짜리 훈련이 있는데, 그때는 어떻게 해서라도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예를 들면 풀업을 할 수 있는 봉을 만들어서 나무와 나무 사이에 설치한다던가. 이런 식으로 어떻게 해서든 조금이라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든다. 다만 혹한기 훈련 때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 날씨도 너무 춥고, 또 땅을 파고 거기 들어가서 잠을 자야하니깐. 그래도 웬만하면 훈련 중에도 어떻게 해서든 틈을 쪼개서 운동을 했다.

그런데 어떻게 전역하자마자 이런 성적을 냈나. 그동안 출전한 대회들의 성적을 먼저 말해달라.
피트니스스타 때는 루키로 출전했는데 톨 부문 1위하고 그랑프리전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다음 대회인 아마추어 코리아 오픈에서 결국 피지크 오버롤을 따냈다. 사실 그 후에 출전했던 슈퍼핏 클래식에서도 오버롤을 했다.

출발이 좋다. 전역하자마자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모두 엄청난 성적을 거뒀는데 주변 반응은 어떤가.
일단 가족과 주변 지인들은 처음에는 별 기대를 안 했다고 하더라. 피트니스나 보디빌딩에 대해서 잘 모를뿐더러, 대회 출전한다고 하니 ‘그래 뭐 잘 하고 와’ 이런 반응이었지(웃음). 그런데 내가 연달아 오버롤을 따내니깐 놀라더라. 이쪽이 적성에 맞았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들 한다.

사실 지인도 지인이지만 업계 반응이 뜨겁다. 사실 어떻게 보면 얼굴도 이름도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선수가 ‘짠’ 하고 나타나서 첫 대회에서부터 피지크 종목을 휩쓸고 다니는 셈 아닌가.
‘어디서 왔느냐’, ‘처음 보는 분인데 도대체 뭐 하시는 분이냐’라며 많이들 물어보시더라. 군생활 하다가 전역해서 이번이 첫 대회라고 말하니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그런데 이 대회들도 그렇지만 사실 지난 3월에 열렸던 몬스터짐 보디빌딩스쿨 오디션이 가장 큰 목표였는데 그것도 최종 합격했다. 사실 전역하면서 내 나름대로 그린 그림이 있는데, 그 계획이 현재까지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서 정말 기쁘다.

보디빌딩 스쿨은 어떤 멘토의 팀으로 들어갔나.
강경원 선수님 팀이다. 사실 대회보다도 여기에 포커스를 조금 더 맞추고 있었는데 최종합격하면서 동시에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 물론 앞으로가 더 중요하겠지만 일단 현재까지는 원하던 바를 모두 이루면서 여기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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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던 것들이 하나 둘 실현되는 건 좋은 거다. 그런 부분들이 모여 더욱 강한 동기부여를 만들지 않나.
맞다. 좋은 성적을 거두다 보니 업계를 비롯해 주변 선수 분들까지 많은 관심이 쏟아진다. 모르는 분들도 응원해주시고 그러다 보면 ‘내가 더 잘 해야겠다’, ‘더 좋은 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히 동기부여도 더 강해진다.

더 좋은 몸이라고 하니 궁금증이 하나 생겼는데, 스스로가 꼽는 보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등이다. 외국 선수들 보면 등이 마치 거북이 등껍질처럼 굉장히 크고 볼륨감이 있지 않나. 그 빵빵한 볼륨감을 채우는 게 정말 어렵다. 오래 전부터 스스로 등이 약점이라는 걸 알고 이걸 보완하기 위해서 등 운동을 정말 열심히, 그리고 굉장히 많이 했다. 그런데도 그게 쉽게 채워지진 않더라. 그리고 몸도 그렇지만 포징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포징에선 어떤 부분이 어려운가.
정확히 말하면 포징할 때 표정이다. 피트니스 스타 일산 때는 첫 출전이다 보니 포징할 때 너무 쥐어 짜내는 것에만 신경이 모두 쏠려서 표정이 엉망이었다. 나중에 영상을 보니 표정은 딱딱하고, 포징도 너무 부자연스럽게 굳어있고. 그래서 아마추어 코리아 오픈 때는 웃으면서 여유 있는 모습을 많이 내기 위해 연습했는데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더라. 그래도 여전히 포징 부분은 아쉽다. 100을 준비했다고 치면 막상 무대 올라가면 60 정도 밖에 못 보여주고 내려오는 느낌이다. 물론 몸도 더 좋아지려면 아직 한참 남았다(웃음).

혹시 포징도 독학으로 했나.
그렇다. 보통 선수들은 포징 레슨도 많이 받지 않나. 그런데 금액적인 부분이 만만치가 않다. 물론 정식으로 레슨을 받는 게 그래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주변에서 추천하는데, 아직은 스스로 해보고 싶다. 그렇게 하고 나중에 정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그때 길을 찾아봐야겠지. 그래도 요즘 미디어가 많이 발달해서 지금 내 유튜브 즐겨찾기를 보면 대부분이 제레미, 사딕 같은 올림피아 선수들 개인포징 영상으로 빼곡하게 차있다(웃음).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도 정말 엄청나게 연습하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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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열정이 지금 인터뷰를 하는 내내 전부 느껴질 정도다. 어쨌든 한국 피트니스 남자 피지크의 대형신인 등장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올해 하반기 계획은 어떻게 되나.
일단 피트니스 스타 파이널리그, 그리고 서울에서 열리는 아마추어 코리아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일단 가장 크게 보고 있는 건 이 두 개 대회다. 그런데 내가 워낙 즉흥적인 스타일이라서 또 흥미가 가는 대회가 있으면 바로 체크하고 신청하는 편이다. 대회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워낙 재미있기도 하고.

지금 말하는 것도 그렇고 인터뷰 내내 느낀게 완전 타고난 무대체질 같은데(웃음).
그런 것 같다. 보통 첫 대회 출전하면 무대 위에서 다들 긴장하고 떤다고 하는데 난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무대에 오르는 순간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너무 좋고 짜릿하고... 이게 진짜 내 길이구나 싶었다. 그동안 내심 ‘내가 무대체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첫 무대에 오르는 순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걸 스스로 느꼈다. 

그 많은 에너지를 앞으로 더욱 많은 대회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
물론이다. 이제 막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 감사한데, 기왕 이렇게 된거 더 많은 관심을 주셨으면 좋겠다(웃음). 그 응원을 바탕으로 더 열심히 운동해서 이 피지크라는 종목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

목표는.
IFBB PRO 카드를 따는 게 일단 내 목표라 지금은 그것만 보고 가고 있다. 보통 이쪽 업계를 보면 여러 종목에 중복 출전하는 경우가 꽤 있지 않나. 하지만 난 오로지 피지크 하나만 보고 달리는 중이다. 피지크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또 멋있는 종목 아닌가. 다른 종목도 다 매력이 있겠지만 난 일단 피지크에 올인하고, 나중에 내가 좋아하는 사딕 같은 선수처럼 사이즈를 키워 클래식 피지크까지 정복하고 싶다. 물론 거기까지 가려면 먼 훗날 이야기가 되겠지만(웃음).

[사진] 몬스터짐/김민수 선수 제공
조형규 기자 (deux7d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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