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jpg

[몬스터짐=조형규 기자] 국내 최고의 피트니스 스타 ‘징맨’ 황철순이 마침내 국내 무대 복귀전을 갖는다. 그동안 해외 머슬마니아 대회에서는 꾸준히 개근해온 그이지만 국내 대회에서 게스트가 아닌 선수로서 시합을 뛰는 건 10년 만이다.

황철순은 가장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지만, 그만큼 안티팬도 굉장히 많다. 화려한 이력을 보유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구설수에도 휘말려온, 그야말로 피트니스계의 뜨거운 감자다.

그러나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국내 피트니스 시장의 현주소를 묻는 질문에 황철순의 표정은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변했다. 피트니스 1세대로서 많은 것을 개척해온 그는 스스로의 행보를 가장 자신감있게 표출할 줄 아는 진짜 ‘머슬마니아’였다.

‘2017 몬스터짐 올스타클래식’을 통해 10년 만에 국내 복귀무대를 갖는 황철순을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클린핏에서 만났다. 다음은 황철순과의 일문일답.

2.jpg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황철순입니다. 아시다시피 이렇게 잘 지내고 있죠(웃음).

올해 상반기는 유난히 바쁘셨잖아요. 마이애미 피트니스 유니버스, 피트니스 차이나 투어 등 해외 이벤트를 거의 순방하듯 돌아다니셨던데요.
아무래도 제가 퍼포먼스 덕분에 SNS에서 많이 알려지다 보니 해외에서도 인정을 해주고 많이 찾아주시더라고요. 이제 9월부터 12월까지 거의 해외 일정으로 스케줄이 다 차있어요. 일단 9일에 열리는 몬스터짐 올스타클래식을 잘 준비해서 스타트를 잘 끊어야죠.

그러고 보니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굉장히 무거운 드레드 머리를 하셨는데 오늘은 말끔하시네요.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 머리를 하셨던 겁니까(웃음).
올해 상반기에 이집트와 인도에서 행사가 있었어요. 그런데 중동에서 제가 동양인 이미지가 너무 크다 보니 어떻게 해야 더 강렬한 모습을 보여줄까 고민하던 중 하게 된 거죠.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퍼포먼스를 위한 전략적 차원의 헤어스타일이었군요.
평소에도 이런 쪽으로 많이 연구를 해요. 무대에 올라가서 그저 몸만 보여주고 내려오는게 아니라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지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몸뿐만 아니라 헤어부터 패션까지 지속적으로 많은 변화를 주면서 파격적인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편입니다.

주변에서의 반응은 어땠나요?
호불호가 엄청나게 갈렸죠(웃음).

구체적으로 뭐라고들 하나요?
잘 어울린다는 의견도 있었고, 머리를 자르고나니 그제서야 깔끔하고 시원해보인다는 의견도 있었죠.

그렇다면 본인은요?
그런데 전 사실 좋았어요. 일단 이런 몸의 사람들에게는 어울린다고 봤거든요. 제 몸이 한국 정서에는 잘 안 맞기도 하고(웃음). 일단 드레드 머리를 하니 캐릭터가 강해져서 많은 분들이 쉽게 알아보시더라고요. 그 덕분에 미디어쪽에서도 많이 찾아주시고 강한 인상이 오래 남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만족하셨는데 왜 다시 또 머리를 자르셨나요?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요. 스케줄도 많았고 사드문제로 중국쪽 일이 잘 안 풀리면서 탈모도 생겼죠. 그런 상황에서 드레드 머리가 영향을 더 주더라고요. 빨리 수습해야겠다 싶어서 4개월 만에 정리했습니다.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잘 알았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죠. 이번 2017 몬스터짐 올스타클래식에서 클래식피지크 종목에 출전합니다. 국내대회에 선수로 서는 건 정말 오랜만이죠?
네. 거의 10년만입니다. 10년 전에 국내대회에서 피트니스 프로 자격을 획득했는데 국내에서는 프로대회가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나갈 수 있는 대회가 해외대회밖에 없었고, 그렇게 해외에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0년을 개근했어요. 그러다가 올해 1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대회를 출전하게 된 겁니다.

3.jpg

올스타클래식에 출전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동안 국내 여러 단체, 여러 대회에서 러브콜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제가 지금 2014년 제1회 올스타클래식부터 해서 2015년 피트니스 페스티벌도 참여했고 올해로 세 번째 같은 무대에 서고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올스타클래식의 무대장비와 세팅이 굉장히 인상 깊었고, 그걸 통한 여파가 세계무대에도 저를 알리게 해줬죠. 

주변 지인들에게도 특별할 것 같은데요. 국내 무대에서 ‘선수’로 ‘시합’을 뛰는 모습은 처음 보는 셈이죠?
맞아요. 실제로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은 제 경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번 올스타클래식을 통해서 가족들, 친구들, 팬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됐죠. 사실 그래서 더 부담이 돼요. 

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선수로 출전한다고 하니깐(웃음). 
제가 만약 완벽한 컨디션으로 출전한다고 했으면 주변에서는 ‘너무 뻔한 경기가 될 거다’라고 했을 텐데(웃음), 그런데 이번 올스타클래식을 준비하는 제 환경이 굉장히 열악해요. 스케줄도 뒤죽박죽에 운동하는 시간도 딱 정해진 게 아니라서 총체적 난국입니다. 주변 사람들도 ‘이번에 이런 식으로 해서 출전해도 괜찮겠느냐’라며 걱정하곤 해요. 하지만 꼭 성적이 전부가 아니잖아요. 그 무대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이 있고, 팬들에게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도록 그 여운을 전달하고 싶어요.

그렇군요. 일단 지난 올스타클래식 1회 때는 퍼포먼스 연출을 위한 게스트로 무대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시합으로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입장에 서게 됩니다. 마음가짐도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번에는 성적을 내는 무대인만큼 부담이 크죠. 사실 제가 뛰는 단체의 제 종목에서는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전 잘해야 본전치기거든요(웃음). 하지만 그런 것까지 일일이 재가면서 무대를 고른다면 그건 프로가 아니죠.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 때 많은 모습을 보여주면 좋잖아요. 그리고 일단 출전하는 선수들 자체가 쟁쟁하다보니 같이 한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10년 만의 국내 복귀전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나요?
생각해놓은 건 많죠. 하지만 사람일이 모든 게 생각한대로만 흘러가진 않잖아요. 그래도 최대한 준비한 대로 맞춰서 잘 할 수 있도록 해야죠. 올스타클래식의 무대연출을 한번 믿어보겠습니다(웃음).

인터뷰를 진행하는 제가 괜히 다 부담이 되네요(웃음). 그나저나 이번 대회에는 황철순 선수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1세대 피트니스 선수들도 다수 출전하는데요. 준비하면서 어떤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셨나요?
저희끼리 항상 만날 때마다 이야기하는 게 있어요. 요즘 피트니스 무대가 많아지면서 새내기 챔피언도 많고 선수들도 굉장히 많잖아요. 하지만 진짜 원조이자 오리지널이 뭔지 보여주자는 각오를 다지곤 합니다(웃음).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갈 뿐이다?
오, 아니에요. 프로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사람들에게 우리가 쉽게 잊혀져갈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의 아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이미 몇몇 선수들과 경쟁은 해외무대에서 많이 했습니다. 국내 팬들에게는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쇼가 될 수 있도록 프로페셔널하게 무대를 즐길 거예요. 관객들에게도 같은 마음으로 그 전율을 전달해드리고 싶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피트니스의 저변이 지금은 굉장히 커졌잖아요. 황철순 선수의 지난 피트니스 10년사를 돌아보면 어떤 느낌인가요? 
10년 전부터 피트니스를 한국에 전파하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습니다. 당시 한국에는 전통적인 보디빌딩 단체들밖에 없었는데, 사실 피트니스는 보디빌딩에서 파생된 돌연변이 같은 종목이지만 대중성을 겨냥하다보니 하드코어한 전문성을 띄진 않잖아요. 손가락질도 많이 받고 질타도 이어졌습니다.

4.jpg

편견을 이겨내는 게 가장 큰 장벽이었겠네요.
그렇죠. 하지만 그래도 전 보다 더 친숙하게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방송부터 여러 가지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이 종목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뛰었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탄생하면서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종목을 전국민이 알게 된 것처럼 피트니스도 그런 스타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대중과 더 가까워지고, 그러면 외부에서 더 많은 투자가 이어지면서 환경개선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그래도 그 덕분일까요? 지금은 피트니스 시장의 저변이 많이 확대됐어요. 대회도 많이 생기고 있고요.
지금은 저희를 비난하던 보디빌딩 단체에서도 피트니스 대회를 만들고 비키니, 스포츠모델, 피지크 등 이런 종목까지 신설하고 있어요. 그 단체들도 당연히 대중성을 얻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렇기에 이제는 전문적인 대회에서도 이런 종목이 나오고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급변하는 흐름 속에서 부작용도 있을 것 같아요. 황철순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론 이 시장이 활성화됐고 많은 분께 알려진다는 건 좋은 겁니다. 하지만 단점이라고 한다면 너무 많은 대회와 너무 많은 선수들이 생겨나면서 마인드도 바뀌고 있다는 점이예요. 

마인드라면 어떤 부분인가요?
많은 선수들이 단 한 번의 타이틀을 따내면 오로지 그것 하나로 많은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고 활동합니다. 하지만 한 번의 타이틀은 유통기한이 짧아요. 롱런을 하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과, 더 많은 활동과, 더 높이 올라가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죠. 그런데 대부분 챔피언 타이틀을 한 번 얻고 나면 그 이상 더 올라가기보다는, 그걸 이용해 다른 외부활동을 하려는 모습들이 많이 보여요. 어떻게 보면 다소 아마추어 같은 생각이 아닐까 싶어요.

황철순 선수는 어떤가요?
사실 저는 10년째 활동하면서도 무대에 오를 때마다 항상 새롭고 긴장돼요.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있어도 더 큰 무대에 올라가서 더 큰 사람들과 경쟁하면서 그 자리를 지키는게 프로페셔널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피트니스 무대에서 대회와 선수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황철순 선수의 생각을 듣고 싶네요.
대회가 늘어나고 챔피언도 많아졌지만 항상 새로운 대회를 보러가도 저는 똑같은 것 같아요. 그저 대회 이름만 다르지 무대와 선수들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느낌이죠. 대회가 흥하기 위한 가장 큰 조건은 단순히 규모가 크거나 선수들이 좋아하는 대회여서 되는 게 아닙니다. 바로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져야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선수들 스스로 더욱 발전하고 실력을 쌓을 수 있게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그렇게 수준 높은 선수들끼리 경쟁을 할 때 비로소 퀄리티가 높아진다고 봐요. 대회를 이끌어나가는 건 결국 선수들입니다. 선수들의 수준과 마음가짐이 좋은 대회를, 그리고 더 수준 높은 피트니스 시장을 만드는 거죠.

좋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평소의 유쾌한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진지한 모습을 보니 약간 어색하기도 하네요(웃음). 이제 올스타클래식이 코앞인데, 마지막으로 한 말씀 남겨주세요.
올스타클래식,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회죠. 아무나 참가할 순 없습니다. 초 슈퍼 메가 울트라 월드클래스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횝니다(웃음). 기대하셔도 좋아요. 저 역시 열심히 준비해서 감동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대회의 콘셉트는 ‘감동’인가요(웃음)?
글쎄요. ‘소신’? 아, 소신이 아니라 ‘소름’으로 한번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웃음).

[사진] 몬스터짐 DB
조형규 기자(press@monstergroups.com)
[㈜몬스터그룹 몬스터짐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