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아시아] 쌀쌀한 날씨가 느껴질 때, 대한민국 스포츠의 큰 축제가 펼쳐진다. 바로 전국체전이다. 매년 10월 즈음, Korea Olympic이라고 불리는 전국체전이 열리는데, 항상 그랬듯 선수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대회이지만 올해 대회는 다른 대회들과는 달리 유독 특별했다.

바로 지난 1919년 1회 대회를 시작한 전국체전이 올해로 100회를 맞이하였기 때문이다. 100회 대회답게 개최지 역시 수도인 서울에서 펼쳐졌고, 사격의 진종오, 펜싱의 남현희 등 지난해보다 더욱 많은 국내 스포츠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하지만 모든 종목의 경기가 서울에서 열리진 못했다. 수영은 경영과 다이빙, 수구를 한 곳에서 치를 수 있는 수영장이 부족했기 때문에 경영경기는 서울과는 한참 떨어진 김천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로 열 두번째 전국체전을 경험한 필자도 김천에서 일과 대회를 병행해야 했다. 인프라가 나아지고 있다고 하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대한민국 수영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수영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역시 한국 최고의 간판 수영스타 박태환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수영의 희망을 보여준 인어공주 김서영 이 주축이 되어 전국체전 수영의 인기를 이끌었다. 그 외에도 2018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 이주호와 여자 배영 100m, 200m의 한국신기록 보유자 임다솔 등 경영선수 537명, 수구와 다이빙을 포함하면 총 911명이 각 시도 선발전을 거쳐 전국의 대표로 출전해 물살을 갈랐다.

매년 전국체전은 명성에 걸맞게 한국신기록 풍년이다. 필자 역시 다른 대회들 보다는 전국체전에 비중을 두다보니 기록이 전체적으로 향상이 되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올 전국체전에서는 단순히 한국신기록을 뛰어넘은 의미 있는 기록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온 대회였다.

먼저, 박태환은 올해 31살의 나이로 수영선수로서는 전성기를 훌쩍 지난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체전에서 4관왕을 기록하며 여전히 대한민국 수영에서는 적수가 없음을 알렸으며, 서른 아홉 개의 금메달로 전국체전 수영 최다메달 기록을 갈아치웠다. 여자수영의 간판 김서영 역시 5관왕을 달성한 데 이어 단체전 계영 800m에서는 최지원, 유지원, 박수진과 함께 한국신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또 한명의 간판 선수 안세현 역시 올 초 세계선수권 선발전의 아픔을 딛고 접영100m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기존선수들의 활약뿐만 아니라 이른바 ‘박태환 키즈’라고 불리우는 차세대 수영스타들의 탄생이 이번 전국체전 수영경기장을 더욱 빛냈다.

먼저 남자 고등부 자유형 200m 부문의 서울체고 1학년 황선우와 경기고 3학년 이호준은 1분 47초대의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는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었다. 박태환의 고등학교 3학년 전국체전 자유형 200m 기록은 1분47초82인 것을 감안한다면 실로 놀라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이 어린 선수들의 놀라운 기록에 코치석과 관중석에선 환호가 쏟아졌다.

또한 여자일반부 자유형 50m에서는 올해 상승세를 탄 정소은이 새로운 한국신기록을 수립했다. 종전기록은 6월 동아수영대회에서 세운 25초19의 기록을 0.11초 앞당기며 25초08로 경신했다. 박태환 키즈의 성장세를 비롯해 대한민국 수영이 한 단계 더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이번 전국체전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반해 여전히 운영과 인프라면에서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이번 대회였다. 앞서 말했던 수영장 부족 문제도 있겠지만, 현재 전국체전의 시스템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전국체전에서 수영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으며 앞으로도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것에 있다.

기초종목인 수영(경영)은 총24개의 세부종목으로 구분되어있다. 그 중 8개 이상의 시도가 참가하지 않는 종목은 시범종목으로 밀려난다.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8개시도 미만 참가종목 현황을 살펴보면 남자 일반부 배영200m, 여자 고등부 개인혼영400m, 자유형800m, 배영200m, 접영200m, 개인혼영200m, 여자 일반부 자유형800m, 평영200m, 개인혼영200m, 평영50m, 자유형400m, 배영200m, 접영200m, 개인혼영 400m로 총14개 종목이다. 

이 시범종목은 메달은 수여하지만, 전국체전 점수가 부여되지 않는다. 전국체전의 점수가 곧 팀의 존폐로 이어지는 실업팀과 지자체 팀의 입장에서는 점수를 따내지 못하는 종목은 투자할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수영과 육상은 올림픽에서도 가장 많은 메달이 걸려있는 종목이다. 미국과 독일, 호주 등 올림픽 강국들은 육상과 수영 등 기초종목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이웃나라인 일본 역시 기초종목에 대한 투자를 통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전국체전에서도 기초종목에 대한 홀대가 이어지는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는다면  2020 도쿄 올림픽과 2024 파리 올림픽을 앞둔 현 시점에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력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을 보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현재의 상황을 알고 있는 대한수영연맹에서도 대한민국 수영의 발전을 위해 무던히 노력중이다. 실제로 대한수영연맹은 2017년부터 국제부 전문 인력을 선발하여 꿈나무선수들의 해외 전지훈련 및 국제대회 출전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상위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는 국제대회 정보를 제공하여 지속적으로 파견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국제대회에 출전한 꿈나무 선수들은 좋은 기록으로 입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꿈나무 선수들의 최종 목적지는 바로 실업팀이다. 현재 프로팀이 존재하지 않는 수영 입장에서 선수들이 갈 곳은 실업팀과 지자체 팀뿐인 상황에서 실업팀에 입단하고 전국체전에 출전해야지 만이 국제무대로 진출하는 발판이 마련될 텐데, 환경과 제도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선수배출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열린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대한민국 수영이 세계와 얼마나 큰 격차가 있는지, 그리고 우리의 수영이 아직 걸음마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알 수 있던 대회였다. 올해와 내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백년지대계를 만들 수 있는 수영선수와 지도자 학부모 그리고 대한수영연맹 모두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 사진=임다연 (경남체육회 수영선수 겸 DP클럽 코치, dpswim@naver.com)
편집=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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