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아시아] 스포츠는 알면 알수록 새로운 영역이다. 하나를 알게 되면 하나의 의문이 생기고, 하나의 의문이 해결되면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선수를 할때에도 그랬고, 코치를 할때에도, 그리고 대학생으로 있으면서도 그랬다.

특히 아직 선수생활을 하면서 대학원에 다니며 현장과 이론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 나로서는  항상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해나가고 있다. 최근 이슈를 보면서 나는 더욱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2019년 현재 체육계는 오랜 병폐 끝에 터져나온 각종 비리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중 가장 화두에 오른 것은 체육계 미투 사건을 비롯한 폭행 및 성폭행 사건들이다. 언론을 통해 밝혀진 것들을 살펴보면 대다수의 사건들은 지도자-선수, 즉 상하관계에서 발생한다. 선수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할 리더가 오히려 잘못된 길로 선수를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는 좋은 지도자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여러 가지 자료들을 통해 좋은 지도자의 정의에 대해 찾기 시작했고, 한 고대 서적에서 좋은 지도자로 거듭나는 세 가지의 조건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바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은 수사학이다.

■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리더의 조건 세가지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정한 의미에서 타인을 설득해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세 가지는 바로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다.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세 가지 덕목과 일치한다.

먼저 로고스는 논리를 뜻한다. 물론 논리가 전부인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의 설득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논리가 가장 중요하다. 논리없이 감성에 치우쳐서는 제대로 된 설득을 이끌어낼 수 있다. 바로 여기에서 사용되는 단어가 로고스다. 

하지만, 로고스만 가지고 좋은 지도자라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이야기해도 그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상대는 겉으로만 따르는 척할 뿐 속으로는 반발심을 품고 전력을 다해 실력을 발휘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로고스를 받쳐줄 개념을 에토스로 정의 내렸다. 

에토스는 윤리를 뜻한다. 아무리 이치에 맞는 말이라 해도 화자가 도덕성을 의심받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의 힘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사람은 도덕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재능과 시간을 투입하고 싶어 하는 존재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바로 그 점에 호소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파했다.

그리고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촉매제로 파토스를 이야기했다. 파토스는 열정을 가리킨다. 본인이 신념을 갖고 열정을 드러내며 말해야 비로소 타인이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인 표현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감독이 선수가 잘 따라주지 않을 때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주문을 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파토스에 해당한다. 2005년 인천 유나이티드의 준우승을 이끌었던 장외룡 감독, 그리고 우생순 신화를 만든 임영철 감독 등은 모두 파토스, 즉 열정을 가슴에 안고 미래를 이야기했기에 어려운 상황을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로고스와 에토스, 파토스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어느 하나가 빠지거나 어긋나기 시작한다면, 그 지도자는 명장이 아닌 폭군이나 무능한 졸장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 왜 그들은 명장에서 졸장으로 추락했나

예시를 한번 살펴보자. 현 시대 코치들은 ‘파토스’ 즉 열정으로 제자들을 지도한다. 땅도 좁고 인구도 없는 대한민국이 세게 10대 스포츠 강국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파토스, 즉 열정이 있는 지도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빙상계의 각종 사건사고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 역시 마찬가지다. 안현수와 김동성, 전이경 등 쇼트트랙에서부터 모태범과, 이상화, 이승훈 등 스피드스케이팅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빙속계를 이끄는 리더로서 대한민국의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대한민국 빙상은 현 수준까지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열정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국 빙상계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파토스만으로는 그의 과오를 덮을 수는 없었다. 그에게는 로고스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토사구팽이 일상이었던 그의 횡포에 모두가 의문을 가졌지만, 그가 가진 힘, 권력 때문에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바로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로고스가 갖춰지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교수는 에토스마저 부족했다. 그에 의해 발탁되었다가 쓸모없이 버림받은 선수들이 받는 상처는 개의치 않았으며, 본인이 가진 권력과 이룬 업적만 믿고 그 외 지도자 그리고 선수를 비롯한 빙상계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은 행동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심석희 사건 부문에서 이러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대중들은 이미 그가 도덕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라는 의문이 생겼고, 결과적으로 그 교수의 이미지는 추락했다. 이미 에토스, 윤리가 결여된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위의 예같은 경우에는 현재 많은 사람들이 그의 진실을 알고 있으며, 현재 체육계 이슈의 중심에 있기에 예로 들었지만, 대부분의 문제를 일으키는 지도자의 공통점은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 삼박자를 갖추지 못했을 때다. 


물론 이 삼박자를 갖추지 못하는 명지도자들도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세 무리뉴 감독이 그랬고, 90년대 중반 호남정유의 94연승을 이끌었던 김철용 감독, 야신이라 불리웠던 김성근 감독이 그랬다. 하지만, 이들은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 팬들도 있지만, 지도방식에 비난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대한민국에서 에토스와 로고스 파토스를 모두 갖췄던 감독의 대표적인 예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라고 본다. 그는 항상 논란이 있을 때마다 논리적으로 정면돌파를 했으며, 선수들에게는 열정을 강조했고,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은 전혀하지 않고, 항상 선수들과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였다. 언론에게는 다소 적대적이었지만, 이것은 전략적인 행동이었다고 밝힌바 있으며, 히딩크 감독은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대표적인 감독이 되었다.

사실 수사학은 설득의 기법이라고 불린다. 스포츠에서 수사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설득을 하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지도자는 본인과 선수간의 관계에선 서로를 이해시키는 설득력이 필요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신뢰가 쌓여야 서로가 원하는 퍼포먼스가 경기력이 발휘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독의 말로 인해 자신의 잠재력을 끌어올려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을 본다면, 설득의 마법은 유효하다.

오늘 칼럼은 다소 어려울 수 있다.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근원적인 물음을 찾기 위해 학문적인 이야기도 꺼내보았다. 어찌되었든 지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즉 선수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선수의 마음을 얻는 지도자가 진정한 리더이며, 앞서 언급한 이 세 가지는 지도자가 진정한 리더로 거듭나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앞으로도 스포츠계에서 에토스와 로고스, 파토스를 모두 갖춘 지도자가 많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사진=대한체육회, 위키피디아 발췌
몬스터짐 DB 글=임다연 (경남체육회 수영선수 겸 DP클럽 코치, dpswim@naver.com)
편집=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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