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정영일. 고교시절 진흥고를 청룡기 준우승으로 올린 에이스 출신으로 청운의 꿈을 안고 LA 에인절스에 입단했지만, 고교시절 혹사 후유증으로 인해 이렇다 할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비운의 선수가 될 뻔했다.

5년간의 미국 생활을 끝내고 고양 원더스,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2013년 SK 와이번스에 입단, 상무를 거쳐 2016년 본격적으로 KBO 리그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2016년과 17년 두 시즌 동안 정영일이 거둔 성적은 30경기 출장 32.2이닝 1승, 2017년에는 9경기에 나와 12실점을 기록하는 부진을 보이며 2군을 전전해 선수 은퇴의 기로에까지 몰렸다.

하지만, 시련은 정영일을 더욱 강하게했다. 1구 1구에 혼을 담아 던지기 시작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투구 후 떨어지는 모자 역시 이때 생겨난 것이었다. 2018년, 투구에 혼을 장착한 정영일은 비로소 KBO 무대에 완벽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2018년 정영일은 51경기에 출전해 44이닝 3승 13홀드 평균자책점 5.32를 기록, SK의 불펜을 책임졌고, 한국시리즈에서도 맹활약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어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정영일은 새로운 감독 염경엽 감독과 함께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불펜의 핵을 넘어 언젠가 자신이 원하는 선발투수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정영일은 플로리다의 베로비치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투구 후 떨어지는 모자를 보면 기분이 좋다고 이야기하는 투수, 정영일을 스포츠아시아가 플로리다 SK 훈련캠프에서 만나보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후에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한국시리즈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고, 팀이 우승까지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 올 한해를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지난해 고교시절의 정영일이 돌아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본인도 그에 대해서 동의를 하는지
워낙 고교시절에 잘 던졌지만, 그때는 아마추어때의 모습이고, 지금은 SK 와이번스의 투수 정영일로서 기억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모자가 떨어질 정도로 힘을 다해 던진다. 마운드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던지나
불펜이기 때문에 1구 1구 전력을 다해 던진다는 마음가짐으로 던지다보니 모자가 떨어질 정도로 던지는 것 같다.

올 시즌을 앞두고 준비하는 비장의 무기 같은 것이 있나?
무기는 항상 자신감이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자신감으로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에 올 시즌에도 한국시리즈에서 가졌던 그 자신감으로 던지려고 한다.

선발 욕심은 없는지
선발 욕심은 항상 있다. 투수라면 선발투수는 한번 쯤 해보고 싶은 꿈일 것이다. 나도 원래 선발투수를 했었기 때문에 마음은 가지고 있지만, 팀이 원하는 위치에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정영일이 바라본 염경엽 감독이란? 
워낙 뛰어난 감독님이고, 그런 감독님 밑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기 때문에 그저 마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그 뒤에는 감독님이 알아서 하지 않을까 싶다.

김성근, 힐만 감독을 겪었는데 그 두 감독의 특징도 알고 싶다
공통점은 일단 야구장에서 자신있어 하는 선수들을 좋아했고, 워낙 두분 다 유능한 감독님이시기 때문에 그저 감독님만 믿고 따랐던 것 같다.

SK 시절 가장 힘이 되어준 선수는? 
(김)광현이가 유일한 친구이고, 김태훈 선수라든지 최정, 김성현 선수 등 선수들과 두루두루 친해서 그런 선수들이 잘하게끔 도와준 덕분에 올해도 잘 믿고 하면 될 것 같다.

앤젤스에서 힘겹게 생활하면서 힘을 받은 것이 있다면?
워낙 힘들었던 시기였다. 마이너리그 생활이 힘들었지만, 선수들을 보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 역시 긍정적인 마인드를 배우지 않았나 싶다.

플로리다의 느낌은 어떤가
워낙 전통이 있는 곳이고, 다저스가 오랫동안 썼던 곳에 날씨도 좋기 때문에 항상 좋은 것 같다. 미국에 있었을 때의 캠프 느낌도 나고 항상 활기차게 하고 있다.

올 시즌의 목표
지난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아쉬웠던 부분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단점을 잘 보완해서 지난해보다 더 많은 등판과 홀드를 해서 팀에 보탬이 되어 우승을 할 수 있게 열심히 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지난해 많은 팬들이 격려를 해주신 덕분에 우승이 가능했다. 올해에도 잘할 수 있게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열심히 응원해준다면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항상 감사합니다.

사진,영상=홍순국 기자(james@monstergroups.com)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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