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리베로는 항상 외로운 자리다. 공격을 할 수 있는 다른 포지션들과는 달리 수비만을 해야한다. 게다가, 한번 실수라도 하면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리베로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상상 이상의 부담감을 가진다.

하지만, 2002년부터 김해란은 거센 파도와 같은 여자배구에서 굳건하게 최고의 리베로로 버텨왔다. 공격수로 입단했지만,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전향하게 된 리베로 포지션, 김해란은 자신의 위치에 불만을 가지지 않고 10년 넘게 상대의 공격들을 걷어올렸다.

김해란의 장점은 뛰어난 위치선정과 반사신경, 그리고 상대의 공격을 분석해 수비를 예측하는 분석력과 예측력이다. 상대선수들도 "해란언니의 수비는 정말 뚫지 못하겠다. 공격이 되었다 싶을때 해란언니가 나타나 공을 걷어올리는 것을 보면 정말 같은 선수로서 존경스럽다."라며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김해란의 인생에 탄탄대로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프로 원년인 2005년 도로공사의 주전 리베로로 활약하며 팀을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놓았지만, KT&G에 패하면서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은 김해란이 겪어낼 시련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4강 신화를 쓰며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2014-2015 시즌 올스타전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으면서 8개월 가까이 재활에만 매달려야했다. 게다가 그 시기 김해란은 임명옥과 트레이드 되어 10년 넘게 몸담았던 도로공사를 떠나 인삼공사로 팀을 옮기게 되는 충격적인 일까지 겪게 되었다.

하지만, 시련을 김해란을 더욱 강하게 했다. 재활을 본격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2015-2016 시즌 김해란은 당시 암흑기였던 인삼공사의 한줄기 빛이 되었다. 특히 2016년 2월 1일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는 한경기에 무려 54개의 디그를 하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당시 외국인 선수 헤일리 스펠만이 빠진 인삼공사의 승리를 이끌었을 정도로 인삼공사에 있어 김해란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2016년 인삼공사 감독으로 부임한 서남원 감독과 재회한 김해란은 더욱 원숙미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며 리베로도 멋진 포지션이라는 것을 많은 배구 꿈나무들에게 심어주었고, 당시 최하위권을 달리고 있던 팀을 플레이오프에까지 올려놓는 일등공신으로 활약, 2017년 연봉 2억원에 2년 계약으로 흥국생명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김해란이 흥국생명을 택한 이유는 바로 우승이었다. 10년 넘게 우승트로피를 들지 못한 한은 생각보다 컸고, 우승을 위해 전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이었던 흥국생명을 택했다. 하지만, 17-18 시즌 내우외환을 겪으며 팀은 최하위로 떨어졌고, 김해란의 우승 꿈은 다음으로 또 미뤄졌다.


그리고 올 시즌 김해란의 우승 꿈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아직 라운드가 많이 남았기에 속단은 이르지만, 김해란의 수비력이 건재하고, 이재영, 톰시아 등 공격자원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는 이상 김해란이 10년을 넘게 고대하던 우승의 꿈은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보여진다.

하지만 김해란은 아직도 마음을 놓지 않고 있다. 1위지만 1위가 아니라는 마음을 먹고 한 경기 한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김해란이 올 시즌 우승의 한을 풀기위해 마음먹은 각오다.

개인적인 목표는 우승이지만, 김해란은 인터뷰에서 자신을 보고 리베로의 길에 들어선 후배 선수들이 자신을 이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내보였다. 김해란의 인터뷰를 소개하면서 이 기사를 마칠까 한다. 


 “리베로라는 것이 뒤에서 수비만 하다보니 쉬워 보일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포지션이다. 잘하면 기본이고 못하면 욕을 먹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을 견디지 못하면 절대 정상에 설 수 없다. 내가 프로생활을 하면서 리베로를 하다가 견디지 못해 나간 선수들이 많았다. 그런 선수들 중에서는 정상에 설 재능들이 많았는데 안타까웠다. 지금은 힘들지 몰라도 밝은 미래를 위해 견디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사진=KOVO 제공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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