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아시아=반재민 기자] 2018년 박성현에게는 고난의 한해였다. 시즌 초 KIA 클래식에서는 LPGA 컷 탈락의 아픔을 맛보기도 했고, 성적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으면서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박성현의 컨디션을 일거에 반전시킨 계기가 있었다. 바로 지난 7월에 펼쳐졌던 메이저 대회 KPMG 위민스 챔피언십이었다. 이 대회에서 박성현은 마지막 라운드까지 선두에 네타가 뒤진 박성현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네개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2위인 하타오카 나사(일본), 유소연과 연장전에 돌입했고, 연장 홀에서 극적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특히 16번 홀이 백미였다. 세컨샷이 치우쳐 해저드에 걸친 위기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박성현은 과감하게 해저드에 들어갔다. 그리고 98년 US 오픈의 박세리와 같은 칩샷을 재현하며 공을 그린에 올렸고, 극적인 파 세이브를 해내며 승기를 잡아낼 수 있었다. 결국 연장전 끝에 박성현은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8월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 드리븐‘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에까지 다시 오를 수 있었다.

박성현의 극적인 우승이었지만, 여기에는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마지막 라운드를 앞둔 새벽 박성현이 숙박하던 호텔에 화재경보기가 울렸다. 미국에서는 화재경보기가 울리면 모두 대피를 해야하기 때문에 잠을 청하던 박성현은 허겁지겁 호텔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때가 새벽 두시.

소방차까지 오면서 큰 화재인 것으로 예견되었으나, 담배연기가 화재로 인식되면서 생긴 해프닝이었고, 박성현은 짜증이 난 채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10분 후에 다시 화재경보기가 울렸고, 박성현은 덮고 있던 이불을 들고 나와 자신의 차에서 잠을 청했다. 그때의 시간이 새벽 네 시였다. 당시 박성현은 마지막 조였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는 티오프 시간이 늦었지만, 잠을 자다꺠다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전화위복이 되었다. 박성현은 “굉장히 집중이 잘되었다. 메이저대회이기도 했고, 그 전에 성적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어머니가 라운드마다 한마디씩 하는데 그때는 말도 안걸 정도로 집중을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운명의 16번 홀에서도 박성현은 그때를 떠올리며 미소지었다. 당시 티샷이 애매한 곳으로 가는 바람에 까다로운 세컨샷을 남겨둔 박성현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세컨샷은 오른쪽으로 치우쳐 해저드 쪽으로 날아갔다. 박성현은 그때 “빠졌다.”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잘못 맞은 샷이었다.

다행히 해저드에 완전히 빠지지 않았지만, 어려운 위치에 공이 있던 상황. 박성현은 캐디인 데이비드 존스의 말을 믿었다. 박성현은 “데이비드가 밑에는 물이 없으니 벙커샷처럼 치면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해줘서 모 아니면 도의 심정으로 쳤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샷을 했다. 다행히 공이 임팩트가 좋았고 잘 맞아서 그대로 핀쪽으로 굴러갔다. 공이 떨어지고 관중들의 환호소리가 들리는 순간 몸에 소름이 돋았다.”라고 그때를 회상했다.

모든 어려움을 겪어내고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 어려운 상황에서도 멘탈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큰 경기에 강한 박성현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가 되었다.

사진,영상=홍순국 기자(james@monstergroups.com)
반재민 기자(press@monstergroup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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